잘 지내길 바라
엄마와 연락이 오래 끊어졌던 옛 친구가 어떻게 어떻게 엄마 생일에 연락을 전해왔다. 엄마의 친구는 엄마와 생일이 같았는데, 연락이 끊어진 기간에도 늘 생일날이면 엄마 생각이 났다는 이야기도 하셨다. 엄마는 정말 기쁜 눈치였다. 그 친구분은 부산에 사셨는데, 놀러 오라며 엄마를 초대하셨다. 엄마는 들떠하며 부산을 찾았고, 다녀와서도 다시 찾은 친구가 꽤나 반가운 눈치였다. 엄마가 예전에 별명이 먹보 또는 돼지였다며, 그때나 지금이나 45킬로쯤 나가는 마른 몸인데 먹는 걸 좋아해 친구들이 그렇게 불렀다고 말했다.
그렇게 다시 왕래를 한 지 2~3년쯤 지났을까? 엄마는 서울에, 그 친구분은 부산에 사시니 자주 보진 못했지만, 전화도 자주 하고, 가끔 만나 회포도 풀며 잘 지내고 계셨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분은 엄마를 아들 결혼식에 초대하셨다. 엄마도 기쁜 마음으로 승낙했다. 그런데 그러다 엄마가 그즈음에 뇌수술을 받으셨고, 결혼식엔 결국 참석하지 못하셨다.
엄마는 좋은 일 앞두고 걱정거리 알리기 싫다며 나중에 축의금을 전달하며 사정 이야기를 하면 분명 이해해 줄 거라고 했다. 실은 꽤나 위험한 수술이었는데, 엄마는 큰 이모에게도 마지못해 알렸을 뿐, 주위에 수술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
그런데 엄마 친구는 결혼식에 엄마가 참석 못한 일이 정말 너무 서운하셨나 보다. 그 뒤로는 엄마의 전화도 문자도 모두 거부하신다. 엄마도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친구라 꽤나 서운한지 몇 번 더 연락을 해본 눈치였다. 엄마는 "어쩔 수 없지. 서운하다면 서운한 거지." 하며 본인이 할 수 있는 건 이제 없다고 이야기하셨다.
아마 엄마가 미리 사정이야기를 했다면, 그 친구분은 당연히 이해해 주며 건강이나 챙기라고 하셨을 거다. 서운하다는 건 상대방에게 기대하는 것도 크다는 뜻이니까. 엄마의 친구도 실은 다시 만난 친구가 너무 반갑고 좋아 아들 결혼식에 초대한 것일 텐데, 아무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자, 내 맘 같지 않구나 싶어 서운함이 큰 게 아닐까 싶다.
어제 엄마와 영화 "밀수"를 관람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와 엄마가 그 친구분 이야기를 꺼내셨다. 극 중 춘자(김혜수)처럼 엄마도 "너, 나 모르냐?"라고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