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모몬 Sep 05. 2023

자뭬님!

행복의 시작?

한 친구가 최근 세례를 받았다. 그 친구가 성당을 다니기 시작한 건 승진에서 밀린 후였다. 나름 기대가 컸는데, 그즈음해서 입사 동기가 성과를 가로챈 일도 있었고 마음이 심란했던 것 같다. 그 입사 동기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참 몹쓸 인간이었다. 교묘하게 행동하며 이 사람 저 사람 뒤통수를 치고 다녔고 그 가운데 유능한 사람 행세를 하고 있었다. 거기다 그의 평판을 잘 모르는 신입 사원들과 늘 썸을 이중 삼중으로 타곤 해 상당히 위험한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었다.


친구가 승진에 밀리고 허탈해하던 그즈음, 그 동기는 승진도 하고 결혼도 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었는데, 친구는 그 꼴이 참 보기 싫었던 모양이다. 아니 저렇게 못된 놈에게 인과응보란 없나? 그런 생각. 


그 친구는 성당에서 첫 고해성사를 하는데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신부님 얼굴이 보이진 않았지만, 상대편엔 이탈리아에서 오신 신부님이 계신 게 느껴졌다고 한다. 강한 이탈리아 악센트에 유창한 한국어가 들려왔기 때문. 친구는 급 그 얄미운 동기가 생각나서 사정 설명을 하고, "걔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걘 이번에 승진도 하고 결혼도 하고 행복한 일만 있네요."라고 하소연을 해버렸다는데, 그 말을 하면서도 고해성사에서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되나 알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친구의 이야기를 들은 신부님이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자뭬님! 껴론이 행붝의 쉬작은 아뉩니다. 누군가에겐 찌옥일 쑤 있습니다." 물론 그다음 이야기는 그 동기가 승진하고 결혼하고 다 좋은 일뿐인 것 같지만 더 많은 책임과 관계 속에서 어려움이 많을 수 있으니 꼭 좋은 것만은 아니며, 그 동기는 동기의 인생을 살뿐이니, 자뭬님은 자뭬님의 행복의 길을 걸으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다고 한다.


친구는 급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음, 맞아. 승진도, 결혼도, 행복의 시작은 아닐 수 있지!' 하는 느낌. 이야기를 듣는 나도 같이 위로받는 느낌. 꼭 그 친구의 동기에게 자업자득과 인과응보의 축복이 내리길 바라며. 



매거진의 이전글 새 사료, 바삭바삭한 포카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