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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몬 Sep 06. 2023

잠든 후, 다시 잠들기

어제는 열 시쯤 잠이 들었지만, 두 시쯤 깨버렸다. 뒤척뒤척하다 잠시 일어나 창문을 열었더니 풀벌레 소리도 들렸고 습하고 더웠던 낮과 달리 선선한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다시 잠을 청해봤지만 어쩐지 잠이 잘 오지 않아 침대에서 멍을 때리고 있는데, 고등학교 때 수학 선생님이 생각났다.


죄송하게도 선생님 성만 기억이 날 뿐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데, 고2 때 담임 선생님이셨다. 수학 시간이었던 것 같은데, 선생님이 잠을 설쳤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아마도 주의를 환기하려고 꺼낸 이야기였을 것. 새벽 다섯 시쯤 아파트 계단에서 큰 소리가 났고, 그래서 잠을 깨버렸다는 것. 원치 않는 시간에 잠을 깨버려 화가 나셨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 마무리는 오랜만에 새벽에 깨서 산책도 하고 의외로 좋았다며 일상의 소소한 깨달음 같은 것이었던 것 같다. 사실 마지막은 잘 기억 안 나고 새벽에 잠에서 깨서 화났다만 정확히 기억난다.


왜냐면 그때 그 얘길 들으면서 속으로 "왜 화가 나지? 좋은데"라고 생각했기 때문. 난 그때나 지금이나 졸음이 몰려와서 잠에 스르르 들기 전 그때 정말 행복하다고 느끼는데, 하룻밤에 두 번 잠들 수 있으면 더 좋은 일 아닌가?라고 생각했던 것. 난 원래 정말 잘 자는 애여서 누우면 5분이면 잠들었고, 자다가 깨는 일도 잘 없어서 한 번 잠들었다 눈뜨면 이미 아침이었었다. 그때는 어른이 되면 다시 잠드는데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전혀 몰라 그 수학선생님의 화에 공감하지 못했다.


커피를 많이 마셔서일까? 자연스러운 나이 듦의 현상일까? 여하튼 나는 그 수학 선생님처럼 자다 깨면 다시 잠들기가 어렵다. 누은 채로 5분을 버티기가 어려워 광고 시간에 잠이 들어버려 보고 싶었던 드라마를 종종 놓치던 잠 많았던 때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일. 그래서 피곤한 아침이고, 그래서 또 커피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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