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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몬 Sep 08. 2023

걱정을 웃음으로: 나의 건강검진 경험

곧 건강검진이 다가온다. 몇 년 전에 건강검진 중 초음파 검사에서 가슴에 작은 멍울이 발견되어 병원에선 조직검사를 하자고 했다. 별 것 아닌 것(섬유선종: 양성 종양)으로 보이지만 확실히 해두자는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함께였다. 예약한 날이 되어 검사실에 누워있는데, 의사 선생님은 먼저 마취를 하겠다고 하셨다. 


성인이 된 후 주사가 무섭다고 말하는 게 조금 부끄러워 말로 하지는 않지만 나는 주사가 무섭다. 주사는 잠깐 눈을 감고 참으면 되는데, 이번엔 초음파를 보며 바늘을 찌르고 그 선종까지 바늘을 휘저어 내려가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심장이 두근두근 해서 귀에서 심장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긴장을 잔뜩 한 채 누워있는데 선생님은 "마취가 잘 된 것 같나요?" 하며 주사 놓은 부위를 꾹 누르셨다. 그런데 감각이라는 게, 표면에서 느껴지는 감각도 있지만, 눌렀을 땐 느껴지는 감각도 있으니까, 표면은 얼얼하긴 한 것 같았지만 누를 때 압력이 같이 느껴져 마취가 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난 "잘 모르겠어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의사 선생님은  "이미 쨌는데, 안 아픈 거면 마취가 잘 된 거겠죠?" 하신다. 이 농락당한 기분이란? 웃음이 나오려는데 의사 선생님은 총같이 생긴 검사 장비를 들이대셨다. 내가 겁을 먹고 눈을 질끈 감자 "의대는 못 갔겠네요?"라며 우아하게 "호호" 웃으셨다. 서로 한 번씩 웃겼으니 비긴 걸로 쳐야 하는 걸까? 의사 선생님이 긴장을 풀어주시려 농담을 해주신 덕분에 검사는 잘 마쳤다. 나도 그런 배려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검사 결과는 다행히 별 것 아닌 것이었고, 추적 관찰을 하자는 이야기를 들었다. 6개월에 한 번, 그리고 건강검진을 할 때 이 의사 선생님을 만나면 늘 소소한 농담을 던지시는데 풋하고 한 번 웃고 나면 나도 뭔가 준비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곧 있을 건강검진을 기대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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