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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Zhu Jan 29. 2020

"서로 선만 딱딱 잘 지키면 전쟁 날 일 없다구"

선을 넘더니 정말 전쟁이 나나요?

“서로 선만 딱딱 잘 지키면 전쟁 날 일 없다구”

그러나 윤세리에 대한 마음을 참을 수 없었던 리정혁은 결국 선을 넘었고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키스신을 남겼다.


그렇지만 리정혁의 말처럼 괜찮기는 한 걸음 정도이지 않았을까. 하늘에서 뚝 떨어진 윤세리를 리정혁이 딱 받아주고 죽어라 도망갔는데 리정혁 집 앞에서 딱 마주친 것을 두고 우연이네, 운명이네 따지는 것은(우연도 운명도 아닌 드라마인 것이지요) 재미있는 한 장면이 될 수 있었지만, 청담동 한복판에 리정혁이 서 있다니, 더욱이 북한 병사들 남파까지. 선을 넘더니 정말 전쟁이 나나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넷플릭스 서비스 홍보 영상을 봤다. 현빈과 손예진이 팬들이 써 준 칭찬 글 사이에서 상대가 서로에게 쓴 것을 가려 찾아내는 내용이었다. 현빈을 향한 팬레터 중 하나가 구구절절했다. [아일랜드]의 ‘강국’부터 좋아하기 시작해 현빈이 부른 드라마 삽입곡도 모두 기억한다는 팬이었다. 결국 그 엽서는 손예진의 장난인 것으로 드러났으나 ‘나 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했다. 그렇다. 현빈은 내 ‘최애’다. ‘삼식이’와 ‘김주원’ 이전부터 지금까지 쭉. 이렇게 재미없을 수 없다고 가슴을 치면서도 [킬미힐미]가 아닌 [하이드 지킬, 나]를 끝까지 봤으니 말 다했지 뭐.


그러니 당연히 [사랑의 불시착], 첫 회부터 본방 사수를 지켰다. 그런데 이 작품, 무려 재미있고 현빈이 분한 ‘리정혁’은 그야말로 ‘멋져 죽습네다.’다. 사리판단 빠르고 행동에 옮기기도 똑 부러지며 사택 마을 아줌마들의 분석처럼 믿는 구석이 있어 기가 죽거나 오그라들 일 없이 자라서인지 당당하다. 드라마에서나 멋있어 보이지 실제 그렇다면 욕을 한 바가지 하고 싶은 내 여자에게만 따뜻한 차도남이 아닌 본래 성품이 따뜻하다. 게다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데 자뻑은 아니다. 오히려 진중하여 멋을 완성한다.



작품이 한 인물에만 기대고 있다면 시청자를 잡아둘 수 없겠지만 [사랑의 불시착]은 그렇지 않다. 여자 주인공, ‘윤세리’ 캐릭터는 명확하다. 능력까지 갖춘 재벌 2세여서 안하무인이나 가족 사랑 결핍이라는 그 어떤 것보다 큰 구멍이 있다. 남한에서는 ‘능력’으로 일도 하고 돈도 벌고, 또 돈을 쓰고 남자도 만나느라 바빴다. 그런데 그 ‘능력’이라는 게 무용지물인 북한에 왔고 거기서 만난 남자는 그 구멍을 메꾼다. 윤세리가 리정혁에게 반하는 지점은 위기 상황을 지나고 온 후 ‘다친 데는 없소?’라며 물 한 잔을 건네는 순간, 장마당에서 길을 잃은 자신을 찾으러 온 때, 같은 곳이다. 능력이 출중했던 여성이 남성의 보호 아래 갇히는 행태가 아쉽기는 하나 사랑에 빠지는 개연성은 확보하였다. 리정혁의 경우는 어벤져스 콤플렉스(제가 그냥 붙인 말입니다.)가 발전하여 사랑이 되었다. 그녀를 사랑하게 되기 전에도 그는 ‘그녀가 다칠까 봐’ 보위부에 신고하지 않았고, 관리감독을 한다면서 보디가드 역할을 했다. 그럴 때마다 솔직 당당한 윤세리는 또 얼마나 정확히 리정혁의 감정을 짚어 주는지, 이 드라마, 사랑을 깨닫기도 참 쉬웠다. 두 주인공의 멜로 서사가 그럴듯하고, 윤세리 남한 돌려보내기의 순탄치 않은 과정은 서사에 충분한 근거가 되어 주었다. 현빈과 손예진의 연기는 (팬이어서가 아니라)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고 조연 배우들도 모두 제 몫을 한다. 무엇보다 북한이라는 가깝지만 가장 먼 나라는 어느 해외 로케보다 새로운 볼거리이니 시청률과 화제성이 날로 높아지는 것은 납득 안 될 것이 없다.




지금, 그러니까 10회, 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다짜고짜 리정혁이 내려왔다. 남과 북이 이렇게 쉽게 오갈 수 있는 곳이던가, 다음 회에서 리정혁이 어떻게 남한에 올 수 있었는지 설명되려나.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고 내용 전개를 위해서 과감히 생략되는 부분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런데 [사랑의 불시착]은 벌써 두 번의 결방이 있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거의 ‘생방’이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촬영뿐 아니라 대본의 상황도 그러한 것이라면, 이음매를 따질 여력 없이 일단 급한 대로 무대를 남한으로 옮긴 것이라면......  불안한 이는 나뿐일까?


중대원들의 남한 문물 체험이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만들어질 것이고 조철강의 위협에 맞서는 리정혁의 화려한 액션이 한두 번 더 나올 테다. 후계 자리를 두고 윤세리 일가의 막장도 본격적으로 전개되겠지. 귀때기의 고해성사로 너무나 쉽게 풀려 허무하긴 했지만 형, 리무혁의 죽음이 해결된 것처럼 윤세리와 엄마의 애증도 변화를 맞지 않을까. 남은 6회, 이야깃거리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술술 예측되는 것들이 뻔한 그림으로 나오지는 않을까 염려된다. 무엇보다 서로의 마음은 이미 확인한 리정혁과 윤세리가 국경의 벽을 어떻게 뛰어넘고 사랑을 완성할지에 대해서는 얼렁 뚱땅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제발 용두사미가 되지 않기를......



그나저나 아직도 토요일은 너무 멀었다. 결방으로 인한 금단 증상을 글로나마 달래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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