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 개발이 하고 싶어요.
함께 일하는 파트, 팀에 퇴사를 공유했다.
트위터, 페북에도 공유했다.
그동안 여기저기 오지랖 부렸어서, 티타임이 하루에 한, 두 개 정도 잡힌다. (고마워요! ㅠ_ㅠ)
물론 좋아하는 사람, 좋은 사람들이랑 이야기하게 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근황부터 시작해서, 툭~하고 마음 속 이야기를 꺼내놓다 보면,
내가 정말 뭘 하고 싶은지, 어떤 마음으로 존재하고 있는지 대화하는 과정에서 구체화된다.
휴직했을 때, 퇴사를 고민했을 때만 해도
이 일을 더 이상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존감,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고, 20년 가까이 일해오면서 알게 모르게 피로가 쌓였던 것 같다.
엔지니어를 그만하면, 어떤 일을 하며 생존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꽤 했었다.
퇴사 결정 후에도, `일단 우리 숲이 보이는 곳에 집을 구해서 살아보자!`
`큰 테이블이 있는 곳에서 나는 책 읽고, 아내는 그림 그리고, 인형 만들고 그럼 참 좋겠다.`
정도만 이야기하고,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는데,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역시
"쉬면서 어떻게 지낼 생각이에요?"였다.
"와! 거기까지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못했는데"에서
"이번에 긴 휴가 가는데, 거기서 구체화할 것 같아요."로 발전했던 대답이
여러 번의 질문과 답변 속에서 “그러게요. 뭘하면 즐거울까요?” 까지 이어지고,
언젠가부터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려고 해요."라고 몇 번이나 말하게 됐다. (역시 일단 질러놓고 메꾸는 인생인가...)
퇴사를 결정하고, 호랑이 기운이 솟아난다고 지난 독립일기 000에 썼었는데,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서 그런지,
이전에는 조금만 관심을 두고 있던 분야들이 이제는 눈에 더 잘 들어오고, 예전보다 이해도 더 잘되고,
무엇보다 `재밌어졌다.`
그래서 예전처럼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했고,
서비스의 목적은,
1. 즐겁기.
2. 개발 자신감 되찾기.
3. 언젠가 다시 일하고 싶을 때, 들고 가서 보여줄(?) 포트폴리오 만들기.
로 구체화 됐다.
특히 3번의 목적이 점점 돈이 떨어져 가는 상황에서 나를 잘 지탱해 줄 것이란 생각을 했다.
다행히, 그간 옵시디언이랑, ChatGPT에 정리해 둔 아이디어들이 쪼끔 있어서,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지는 명확한 상태. 이제 남은 건 실천! 실천!이다.
라고 오늘 샤워하면서 생각하다가, `브런치에 남겨두면 지킬 수밖에 없겠지.`, `해낼 수밖에 없겠지` 하는 생각에, 머리 말리고 바로 방에 들어와서 독립일기를 쓴다.
오늘 점심은 같이 늙어가는(?) 회사 동료 S랑 함께 먹었는데,
그동안 회사에서 아주 많은 이야기를 나눠본 건 아니어서 어색할까 봐 걱정했는데...
웬걸, 나도 모르게 입에 모터 달린 듯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S가 개발하는 사이드 프로젝트에 아이디어도 막 내고, "제가 아이디어 하나 드릴까요?" 하면서
꼭 예전 쪼끄만 스타트업에서 신나게 개발하던 그때처럼,
"이것도 해보면 좋겠어요."
"이거 아세요? 요즘 말이죠. 제가 관심 있어하는 서비스인데 말이죠."
"이런 기능은 어떨까요?"
하면서 엄~청 떠들고 회사로 돌아왔다.
앞으로의 계획 이야기 하면서, 포트폴리오 이야기도 또 하고...
(이야기 하면서 점점 구체화된다. 티타임 고마워요.)
S가 "그럼 개발일기도 브런치에 연재하나요?" 라고 물어봤다. 과연...
자리에 돌아와서 생각했다.
`아, 역시 나 개발 좋아하는구나. 개발하고 싶구나. 이렇게 신나게 이야기를 하다니...` 하고...
이야기의 결론은 "실천이 중요하죠! 실행력이 중요한데, 나이 들면서 많이 쳐지네요." 였는데,
밥 먹고 자리에 돌아와 앉아있는데, 동료가 띡 강의를 선물해 줬다.
Ruby on Rails 공식가이드 따라잡기! 여기서 신청할 수 있어요! (많이 들어야 다음 강의도 빨리 찍어주지않을까요!!!)
S랑 회사 엘리베이터에서 헤어지면서 "제가 말한 거 봄까지 꼭 만들어주세요!"라고 이야기(공격) 했었는데,
이럴 수가! 강의를 선물 받게되니까, 나도 이제 물러설 곳이 없어졌다.
포트폴리오, 만들 수밖에 없어!!!
고마워요. S.
Ruby, Ruby on Rails는 2013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해본 적 없는데...
개발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언어를 생각해 보면 역시 Ruby 가 떠오른다.
언어가 주는 즐거움도 물론 있지만,
Ruby가 즐거운 언어로 기억되는 건 역시 무엇보다 하팀장님과의 추억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어지는 팀장님과의 추억 트윗, 페북 글들...
ㄴ 2022년 트윗 https://x.com/asbubam/status/1542539937009979395에서 가져옴.
ㄴ 페북에서 가져옴.
밤라디오 하팀장님 편 <- 에서 하팀장님과의 이야기를 했던 밤 라디오를 들어보실 수 있어요.
사실 맨 위에 트윗만 찾아보려고 했는데, 찾다가 다 찾아버렸네.
눈물은 안 났는데, 쪼끔 쬐끔 눈이 빨개졌다.
아무튼, 그러니까 오늘 독립일기에서 하고 싶었던 말은,
"개발, 개발할 거예요. 계속."
모르겠다. 막상 쉬면서, 또 운명 같은 새로운 일을 만날지도...
그래도 일단 지금 상태를 기록한다. 퇴사를 50일 앞둔 나는,
`개발을 다시 한번 즐겁게 하고 싶구나!` 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팀장님!
저 바쁜 거 끝내고 다담주 부터 2주 여행 가는데, 다녀와서 따뜻한 3월에 꼭 봐요!
진짜!
+ 아 그리고 여러분, 브런치 구독하면 새로운 에피소드 올라오면 알람 가는거 아시나요?
아 꼭 구독자가 늘지 않아서, 서운해서 그런건 아니구요. 아~ 정말 아닙니다. 자...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