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고 잘 살기.
오랜만에 쓰는 일기다.
어제, 우연히 동네 식료품 매장에서 브리치즈를 발견해서, (브리)치즈님한테 사진을 찍어 보냈었는데,
라고 답장 보내주셔서, 아! 일기 너무 안 썼구나!
생각나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쓰기 시작했다.
지난주, 퇴사 3주 차에 시작해서 한 달 동안 참여했던 알바가 끝났다.
오랜만에 텅 비어있는 새 AWS 계정을 받았다고 지난 일기에 썼었는데,
한 달 동안 꽉꽉 채울 만큼 열심히 달렸다.
이런 프리랜서 방식(?) 으로는 처음 일해봤는데,
기술적으로 재밌는 도전과제들이 많아서, 공부가 많이 되어서 좋았지만
시간과 목표가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쉴 때도 마음이 여유롭지는 못했던 것 같다. 숙제를 미뤄놓고 노는 기분이랄까...
그리고, 최근 몇 년은 DevOps, SRE 란 이름의 팀에서 동료들이 이미 만들어놓은 기반 위에서
작업했던 경험이 많다 보니, 홀로 바닥부터 쌓아 올리면서 만들어가는 과정이
재밌기도 하고, 와 나 생각보다 엄청 몰랐구나! 하고 쫄리기도 하고 했다. :)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좋은 시점에,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기술적으로도, 삶에서 일을 마주하는 부분에서도 공부가 정말 많이 됐다.
알바를 통해서 그동안 일해오면서 피로가 쌓였던 원인 중 하나를 찾아내기도 했다.
이전에 회사에서 일하면서도 끝이 없는 길을 계속해서 달리고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는데,
전체 범위를 잘게 나누고, 또 나눠서 스스로 달성감, 완결감을 만들고 가질 필요가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알바 마지막날 팀 동료들에게, 그동안 진행했던 일들을 설명하고 인수인계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계획했던 과제들이 많이 달성되어 있어서, 뿌듯함과 홀가분함이 있었다.
결과물도 꽤 만족하시는 듯했다. (맞겠지? ㅠ_ㅠ)
마지막 날 CTO 민규 님이 서점에 들러 책도 2권 고르라고 해서 선물 받았다.
회사가 선릉 디캠프에 있어서, 방문할 때는 늘 선릉뷰에 앉아서 일했었는데,
집중도 잘되고, 왠지 왕의 기운(?)을 받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알바 프로젝트는, 회사의 신규서비스 기반을 같이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는데,
AWS 환경 셋업부터, GitHub Action으로 테라폼 코드 자동 생성 및 프로비저닝,
서비스 빌드, 배포 과정 자동화, 태넌트별 DB 마이그레이션 자동화 등등을 진행했다.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새로운 환경을 프로비저닝 하고 인프라를 쌓아가는 과정이 즐겁고, 공부가 많이 되기도 했고,
가장 공부가 많이 된 건, 일하는 나를 조금 더 관찰하고 개선할 점을 배우게 된 것이다.
알바가 끝나고, 연장제안을 받기도 했는데...
고민을 정말 많이 했고, 결국 고사했다.
초기 환경에서, 좋은 멤버들이랑 뚝딱뚝딱 만들어가는 과정이 정말 즐거웠어서 `조금 더 해볼까?` 하는 마음이 컸고, 역시 돈을 벌게 되니 사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조금 더 마음 편하게 사고, 먹을 수 있었어서 그 여유를 포기하는 게 쉽지가 않았는데...
책을 읽어도, 영화를 봐도, 밥을 먹어도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 완료하지 않은 일이 아직 남아있다.`라는 부담이 쭉 있었어서 역시 이왕 큰 맘먹고 쉬기로 한 만큼 나를 자유의 몸으로 좀 풀어 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아쉽지만, 또 앞으로 앞으로 나가다 보면 이 멤버들을 만날 일이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가끔, 비슷한 제안이나 미팅 제안이 오기도 하는데, 일단은 충분하다고 생각될 때까지 쉬어볼 생각이다.
알바로 함께 했던, Greybox (Notifly)에서 다음 직군을 채용 중이니, 많관부!
https://notifly.career.greetinghr.com/ko/careers
아! 아르바이트하면서, 그동안 써보고 싶었던 클라우드 플레어를 첨 써봤는데, 서비스를 너무 편하고, 직관적으로 잘 만든 거다. 그래서 감동하면서 트윗도 몇 개 올리고, 주식도 몇 주 샀는데, 마침 분기 실적이 엄청 좋아서 주식이 많이 뛰었다. 바로 매도하고, 갖고 싶은 거 몇 개 샀다. 흐흐. :)
(몇 주는 가지고 있... 계속 조금씩 모을 예정)
집에서 일하다 보니 답답할 때가 있어서, 지나다 몇 번 봤던 동네 카페에 들렀는데 생각보다 집중도 잘되고, 분위기도 좋고, 무엇보다 커피가 맛있고 저렴해서 몇 번이고 들렀다.
마음에 들어서 일주일에 네 번 가기도 했다...
`오늘의 드립커피` 란 이름으로 매일매일 다른 맛의 드립커피를 3000원에 마실 수 있고,
맘에 드는 커피는 드립백으로 구입해서 가져오기도 했다. 쿠키도 정말 맛있는 점. :)
카페에 갈 때는, 늘 홍성택선택님이 선물해 준 라미 볼펜을 들고 가는데, LAMY M16(F) 심이 진짜 `뭔가 쓰고 싶어 지는` 기분이 드는 펜이라서, 계속 뭔가 노트에 끄적거리게 된다.
기다렸던 `40세 정신과 영수증`이 드디어 도착했고, 너무 재밌게 읽었다.
소감처럼, 반짝였던 이십 대를 추억하고 싶은 사람.
나를 만나주고, 함께 살아주는 이들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해 보고 싶은 사람.
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십 대의 런치박스, 카이, TTL, 페이퍼 등을 추억하며 이런 트윗을 쓰기도 했다.
퇴사하고, 아마도 백수의 불안함 때문에, 오랜만에 다시 불면증이 찾아왔었는데...
마그테인을 먹기 시작했고, 꾸준히 먹고 있다.
마그네슘이 몸에 잘 맞는지? 이제는 정말 잘 잔다. 불면증이 뭐야? 싶을 정도로...
지금은 한통 다 먹고, 아내가 가성비 있는? 마그네슘을 사줘서 아침저녁으로 먹고 있다.
아빠랑, 아내랑 2박 3일 속초:강릉을 여행했다.
아빠랑, 아내랑 말이 잘 통해서, 이야기도 많이 하고 (나는 주로 끄덕끄덕 정도를 담당한다.)
책방에서 몇 시간이나 커피 마시면서 책도 보고... 장 봐서 안주도 만들고 와인파티도 했다.
엄마, 아빠 신혼여행지였던 설악산도 처음 가봤다.
매일 아침마다 나는 (알바 피곤하다는 핑계로) 늦게까지 자고, 두 사람은 속초에서는 새벽부터 일출 보러, 강릉에서는 숲 속 산책을 하고 왔다.
유툽보다가 클래르 옵스퀴르: 33 원정대 란 게임을 우연히 알게 되어서, 팬이 됐다.
25년 4월에 발매된 게임인데, `샌드폴 인터랙티브` 란 프랑스의 30명이 조금 넘는 작은 팀에서 개발됐고,
게이머들이 영상도, 스토리도, 음악도 모두 감동이라며, 올해의 게임이라고 칭찬이 가득했다.
이 게임을 집에서 돌릴 수 있는 환경이 없어서, 영상 찾아서 보고 트윗을 엄청했다...
https://ebadak.news/2025/04/29/clair-obscur-expedition-33/
특히 이 인터뷰가 좋았고,
https://www.thisisgame.com/webzine/special/nboard/5/?n=211029
이 영상을 보고 나서, `어머! 이건 소장해야 해!` 게임기도 없으면서 영국에서 XBOX 타이틀을 주문하기도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4klzUDCRVI
대형 게임 회사인 UBI Soft에서 개발을 하던 대표가, (대형 회사의 시스템에 답답함을 느끼며) 사이드 프로젝트로 개발하던 게임을 가지고 나와서,
사운드클라우드에서 좋은 음악을 만드는 사람에게 컨택해서 팀의 음악을 맡기고, 그 사람은 또 좋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에게 연락해서 녹음과, 작곡을 함께하고, 이런 식으로 한 명, 한 명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을 모아서 팀을 꾸려나가고, 5년 동안 개발했던 결과물을 짠 하고 발표했는데
3일 만에 100만 장이나 팔린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미 타이틀을 구할 수 없고, 외국도 비슷한 듯? 하다.
게임화면도 엄청 멋진데, 특히 이 영상을 재밌게 봤다. 좋아하는 유투버다. :)
https://www.youtube.com/watch?v=AlADwlJ2Spg
그 밖의 추천 영상들...
https://www.youtube.com/watch?v=Ina9qQSn0UQ
https://www.youtube.com/watch?v=LCy6vC00O0c
어, 그래서 결국 네이버에 xbox 를 대여해 주는 곳을 찾아내서, 로딩화면+튜토리얼은 돌려봤다. :)
아르바이트하느라 정신없어서 그 이상은 진행하지 못했는데, 이제 시간이 생겼으니, 얼른 스토리 진행해 봐야지!!!
아, 그리고 평소 이종범 님 이야기 듣는 것 좋아했는데, 특히나 이번 `드래곤라자 설명회` 는 정말 좋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y_p8-iJvGwU
드래곤라자는, 학생 때도 읽지 않았었는데 이 영상을 보고 뒤늦게 읽어보고 싶어 져서
마침 리디 셀렉트에도 있어서, 이번 기회에 이영도 작가님 책을 읽어보려고 한다.
오랜만에 일기를 쓰니 벌써 이 만큼이나 이야기가 많구먼...
매주 화요일 러닝교실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내일이 마지막 수업인데, 다음 기수 모집하면, 아마도 또 신청하지 않을까 싶다.
여전히 뛰는 게 너무 즐거워서, 뛰다 보면 머릿속 고민도 다 사라지고
어느새 나도 모르게 실실 웃고 있다. 흐흐.
오랜만에 자전거를 정비하고, 양수에 다녀왔다.
양수까지는 왕복 50km 조금 넘는 거리인데, 딱 기분 좋게 탈 수 있고
가는 길에는 편의점에서 마실 콜라랑 스니커즈를 생각하면서, 오는 길에는 아아나 밀키스를 생각하면서,
힘든 고비를 넘기고 나면, 찾아오는 즐거움이 있다.
오랜만에 새벽 달리기 너무 좋았어서, 날 좋으면 또 나가서 양수까지 다녀와야지.
다음엔 면포도궁 꽈배기 2개 먹어야지...
사이드 프로젝트는 아직 공개는 안 했지만, 로컬환경에서 혼자 잘 쓰고 있다.
다른 AI 서비스가 요약해주는 내용보다 취향에 더 맞게, 문장으로 잘 구성해줘서
이제는 요약은 거의 SecondB 만 사용한다.
마침, 만들고 싶은 기능이 있어서 GPT랑 이야기 하는데, SecondB에 추가하면 어떠냐고 물어봐줘서,
아! 여기다 추가하면 되겠구먼. 생각이 들어서, 신 기능도 추가하고, 이왕이면 배포도 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 일기 부제를 `잘 먹고 잘 살기`라고 적었는데,
알바가 끝나고, `반드시 해야 할 일` 이 사라진 상태에서 조금 멍하기도 했다.
진짜 자유의 시간이 찾아왔을 때 어찌할 바를 모르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이것저것 끄적이고 생각해 보다가,
그냥 일단 `잘 먹고 잘 살기` 에 집중해 보자. `내가 원하는 것, 떠올르는 것에 몰두해 보자.` 하고 생각했다.
좋은 책을 발견하고, 읽고.
아내랑 맛있는 것 먹으러 가고.
좋았던 장소에 길게 여행도 가고.
정말 좋아하는 것들을 하는데 시간을 최대한 많이 사용하려고 한다.
이 시간만은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을 더 많이 해보려고 한다.
오늘도 갑자기 홍천에 가서 두부전골이랑, 빙수랑 먹고 수목원도 다녀왔다.
이런 것도 해보려고 하는데, 뭘 뜯고 고쳐보면 좋을까... 생각 중.
아, 그래서 사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걸 한다고, 몇개 부품을 사서 뚝딱뚝딱 해보려고 하는데, 성공하면 다음 일기에 계속...
기분 전환 겸, 책상도 깔끔하게 정리하고, 오디오 배선도 다시 정리해서 모든 소리를 예전에 옥션에서 엄청 싸게 데리고 온 온쿄 미니콤보+인켈 스피커로 뽑을 수 있게 했다.
그리고, 혹시 다음 일기가 더 밀린다면,
아침에 쓰기 시작해서 잠시 홍천 다녀오고, 여기까지 쓰고 나니 벌써 6시네.
아무튼 잘 살고 있다.
며칠 전에 회사 놀러 갔을 때, 어떻게 지내요? 잘 지내요? 많이 물어봤는데,
잘 지내는 것 같다.
생각보다 돈이 빨리 사라지는데, 클라우드 플레어 주식이랑 아르바이트비가 마음의 여유에 도움이 많이 됐다. :)
나름 백수면서 그동안 꽤 바빴다. 이제야 좀 정상의 백수? 가 된 것 같고...
잘 쉬고, 잘 먹고, 잘 사는데에 시간을 많이 내주려고 한다. 즐거운 일이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보고 싶은 책, 영화도 많다.
다음 일기엔 또 어떤 일들을 기록하게 될지, 기대하면서 여기서 끝.
일기 계속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서울 가면(?) 만나요. :)
그런데 당분간은 서울보다는 다른 곳을 더 많이 갈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