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완전) 백수
지난달 https://brunch.co.kr/@asbubam/33 일기에, 알바가 끝났다고 이야기 한 이후로 한 달쯤 시간이 지났다.
알바기간 동안은 백수도 아니고, 직장인도 아닌 절반 근로자(?)의 상태로 지내다가, 공식적인 알바 종료일(?) 이후로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해야 하는 일이 하나도 없는 상태` 를 즐겼다.
우선, 자랑하고 싶은 일은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챗GPT 에 내 추천사가 함께 실려 출간된 것이다.
10만 부 이상 판매됐던 전작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AI 지식을 재밌게 읽었던 팬으로서, 상길 님께 추천사 요청을 받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전작을 읽고 짧게 썼던 서평피드를 봐주셨던 것 같다.
7월에 발간하는, 심각한 테라폼 중독입니다.라는 책에도 출판사의 연락을 받고, 추천사를 쓸 수 있었다.
이제는 소속이 없는 신분이라, 추천사에 소속을 어떻게 적어야 하나 하다가, 허락 없이 친정(?) 집 이름을 좀 사용했다. 그래도 경력 중에 제일 오래 다닌 회사니까, 괜찮겠지?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 하나로서, 좋아하는 책에 내 이름이 실린다는 건 너무 영광이었다.
어쩜 트위터, 페북, 브런치에 이렇게 떠드는 덕분에 새로운 인연이 생기는 것 같아, 계속 열심히 떠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전 일기에서 `33 원정대: 클래르 옵스퀴르` 란 게임의 팬이 됐다고 했는데, 렌탈했던 Xbox SeriesX를 반납하면서, 중고로 구형 Xbox OneX를 구입했다. 막상 게임은 스팀덱으로 했고(응?) oneX는 분해해서 디스크 교체할 때가 제일 즐거웠...
전자제품 분해하고, 조립하는 게 재밌는데 이런 쪽 취미를 좀 더 해보고 싶단 생각을 한다.
오실로스코프도 당근에서 데려왔는데, 아직 활용을 못하고 있다.
이런 깨달음을 얻기도 했었구나.
진짜 (완전한) 백수가 된 뒤로는, 운동을 더 많이 했다.
수영장도 가고,
달리기도 열심히 했다.
달리기 기록 업로드 할 때마다, 간단한 소회를 적는데 이것도 나름 모아보니까 추억이 되고 재미있네...
운동하는 취미는 가끔 가는 수영, 자전거뿐이었는데,
이제 달리기가 메인 취미가 된 듯하다.
간단히 옷만 갈아입고 나가 달리면 되고, 조금씩 조금씩 기록이 향상되는 달성감이 좋고,
무엇보다 땀 흘려 뛰고 나면, 머리도 맑아지고, 완주한 뒤에 마시는 아아가 너무 맛있다.
어제 이야기하다, 나도 알게 됐는데
달리기를 시작하고, 처음에 매일 무리해서 뛰었더니 곧 통증과, 부상이 찾아왔다.
회사에서 많이 달리는 동료에게 물어본 뒤로는
달리기 전/후 스트레칭도 꼬박꼬박 하고, 달리고 나면 매일 폼롤러로 근육을 풀어주고, 얼음찜질도 한다.
좀 더 즐겁게 달리기 위해서 내 몸을 좀 더 살피게 되었는데, 이게 꼭 몸만 살피는 게 아니고 마음도 살피게 된 듯하다. 그래서 달리면 달릴수록 치유되는 그 느낌이 좋다.
xsfm `그것은 알기 싫다.` 팟캐스트 듣다가, 레드데드리뎀션이란 게임을 좋아하게 됐다.
1900년 초반 미국을 배경으로 한 게임인데, 영화 같은 방대한 스토리, 아니 이게 된다고? 싶을 정도의 엄청난 자유도를 가지고 있는 게임이다. 샤워도 해줘야 하고, 말먹이도 주고, 씻겨주기도 해야 하고...
역사지식이 많이 부족한 편인데 게임, 팟캐스트를 통해서 뒤늦게 관심을 가지고, 미국사, 세계사 공부도 조금씩 하고 있다. 미국 사는 레데리, 세계사는 대항해 시대 편을 들으면서...
스팀덱 슬립 기능이 엄청 괜찮아서, 스팀덱 -> anker 독 -> 분배기 -> 모니터
-> 오디오 믹서 -> 이어폰(혹은 앰프)
요렇게 연결해 놓고, 잠깐잠깐 엑박패드로 플레이한다.
게임은 사 모으기만 했지, 이렇게 꾸준히 스토리 따라가면서 해보는 건 처음인데
레데리가 우주갓겜이라서 그런지 내가 원래 이런 스토리, 영상미 좋은 게임을 좋아하는데 그동안 몰랐던 건지
암튼 틈날 때마다 켜서 진행하고 있다.
엔딩까지 꼭 진행하고, 레데리1 도 해보고 싶다.
머리가 거지존을 훌쩍 넘어, 처가 식구들이랑 여행 가기 전에 미용실 가서 자르고 왔다.
왠지 백수면서 머리까지 더벅하면 더 백수 같아 보일 것 같아서 (근데 완전백수 맞잖아...)
아버님 칠순을 맞이해서, 처가 식구들이랑 제주도(+우도)에 다녀왔다.
하지만 아버님은 집에서 쉬신다고 안 오셔서(응?), 아버님 없는 아버님 칠순 기념 여행이 된 점.
렌트했던 카니발이 자리가 꽉 차서, 어머님이 오히려 좋다고 하셨..
제기차기도 하고, 숙소에 고양이가 찾아와서 식빵도 주고 (고양이는 식빵을 좋아했다.), 멋있는 배도 타고 우도에도 첨 가봤다.
투표를 했고,
벌 받아야 할 사람이 벌 받는 나라가 된 것 같다.
목공 공방, 가죽 공방에 대해 늘 궁금했는데,
어느 날 저녁 갑자기 용기가 샘솟아서, 근처 목공방에 체험수업을 신청하고 혼자 수업을 듣고 왔다.
3시간 동안 멀바우 목재를 가지고, 작은 선반을 만들었다.
디자인도 직접 해보라고 하셔서 도안을 그리고, 수치를 옮기고, 나사못 구멍을 만들고, 조립하고, 샌딩하고 오일을 바르고 완성했다.
대부분의 도구들이 강하게 회전하는데, 엇나가지 않도록 바른 각도고 힘을 주고 고정해야 해서 생각보다 어려웠고, 몇 가지 도구는 무섭기도 했는데, 3시간 동안 아무런 잡념 없이 집중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무엇보다 완성된 작품(?)을 보니 너무 뿌듯했다.
한쪽 기둥을 너무 길게 했나 싶어 걱정했는데, 아내가 디자인도 맘에 든다고 해 줘서 기분이 좋았다.
집 앞 단골 까페는 여전히 자주 찾아간다.
우리 부부는 늘 창가자리에 앉는데, 창가자리에 다른 분이 앉아있으니 주인 분이
"오늘은 창가에 못 앉으셨네요. ㅠ_ㅠ" 하고 이야기 해 주실 정도... 흐흐.
까페에 노트 들고 가서 끄적이다 보면, 실천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날은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만들어볼까?` 하고 적었었는데,
집에 돌아와서, 뚝딱뚝딱 만들어서 트위터에 공유했다.
유툽 영상 URL을 입력받아서 NotebookLLM 음성 요약처럼 팟캐스트 오디오 파일을 만들어주는 스크립트인데, 보고 싶은? 듣고 싶은? 영어 인터뷰를 자막으로 번역해서 풀영상을 보기보다는, 요약된 팟캐스트로 들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
다만 NotebookLLM 보다는 좀 더 자세히 분량을 가지고 음성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에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결과물이 괜찮았다.
https://soundcloud.com/asbubam/lex-fridman-podcast-309-john-carmack-ai
함께 일했던 인턴 분이, 정직원이 되었다며 자랑하는 메시지를 보내줬다.
퇴사한 동료에게도 소식을 전해주어서 고마웠고, 왠지 내가 다 뿌듯했다. :)
회사에 놀러갔을 때, 아직 좀 긴장하고 계신 것 같았는데,
다음에 또 놀러가게 되면 훨씬 더 편안하고, 평안한 상태로 즐겁게 일하고 계시길! 응원합니다!
호텔 쿠폰이 생겨서, 호캉스란 걸 다녀왔다.
노트북 없이 떠난 짧은 여행에서,
일상에서 하던 고민을 좀 떨쳐버리고 새로운 생각들을 만나고, 발견하다
이런 트윗을 쓰기도 했다.
목공방 체험수업 다녀와서는, 목공 관련된 에세이를 많이 찾아봤다.
너굴님이 추천해 주신 `소비단식 일기` 가 리디 셀렉트에 있어서, 완독 했다.
그 감상은,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도 했다.
`소비단식` 을 읽고 일상에서 가장 달라진 건, 도서관을 좀 더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읽고 싶은 책들을 도서관 앱에서 즐겨찾기 해두고, 대출할 수 있는 도서들은 틈틈이 대출해서 읽기로 했다.
`라이프 임파서블` 은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로 유명한 매트 헤이그 작가의 책인데,
미드나잇... 은 아직 못 읽어봤는데, 우연히 도서관에서 `라이프 임파서블` 을 발견해서 도서관에서 대출했고 재밌게 읽고 있다.
`xsfm 대항해시대 팟캐스트` 는 달리기 하면서 레데리2 시대 해석에 이어서, 대항해시대 에피 1부터 에피 3까지 듣고, 이제 마지막 에피 4 듣고 있는데 단순히 게임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라, 당시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도 재밌게 이야기해준다.
특히 대항해시대 게임과 (그 당시 사회과부도 펼치고 게임하던 게이머들의 이야기), 항해술의 발전에 대한 이야기가 엄청 재밌다.
https://www.podbbang.com/channels/7585/episodes/22779762
https://www.podbbang.com/channels/7585/episodes/23145276
`썸머워즈` 란 애니메이션을 재밌게 봤다.
제목만 익히 들어왔던 애니였는데, 그림체가 이쁘고 내용도 재밌었다. 수학의 힘은 역시 대단했다. :)
책 읽다가, 발견한 `강변의 무코리타`.
`카모메 식당` 의 감독이 만든 영화다. 왠지 느슨했던 날. 느슨한 기분으로 봤다.
이종범 작가님의 드래곤라자, 눈물을 마시는 새 설명회 영상을 재밌게 봤어서, `최성운의 사고실험` 에 출연하셨던 인터뷰 영상도 다 찾아봤는데, 역시 좋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_xS4SwJjljU
https://www.youtube.com/watch?v=yl9yqJiJUr8
사이드 프로젝트는, 6/24 현재 312개 영상을 요약해서 봤고, 하루 중 가장 많이 쓰고 있는 서비스다.
아직 릴리즈를 안 해서(못해서) 나 혼자 쓰고 있지만, 사용하면서 필요한 기능을 계속 추가하고 있고,
재밌게 만들고 있다.
릴리즈 계획도 세워놓긴 했는데, 과연 언제쯤 오픈할 수 있을지...
생각보다 해야 할 일이 많다.
백수인데, 왠지 바빠서 집 앞 까페 말고는 데이트는 많이 못했다.
이번 주는 갑자기 약속이 급 생겨서, 서울 가서 사람들을 좀 만나고 왔다.
맥주를 이틀연속 마시고,
선물도 이틀연속받았다. :)
오랜만에 트위터 지인과 화상으로 1 on1도 했다.
사람들이랑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평소에 머릿속에, 마음속에 가지고만 있던 생각들이 문장이 되어 세상으로 나온다.
이야기하다 보면, `아, 나는 그때 이래서 이랬던 거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었구나!` 하고 깨닫게 될 때가 많다.
매일 놀면서, 옆에서 일하는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여보 나 맨날 이렇게 노는데 한심하지 않아? 더 놀아도 정말 괜찮겠어?" 하고 몇 번이나 물어봤었다.
아내는 그때마다 괜찮다고 답해주는데, 괜히 더 미안한 마음이 든다.
속으로는 불안정한 우리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있진 않을까 하고...
이 시간이 얼마나 값진 시간인지 잘 알고 있고,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더 더 재밌는 일 많이 해보고 싶고, 도전도 해보고 싶고,
무엇보다 삶을 굳건히 버틸 수 있는 건강한 생존 근육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해볼 수 있는 게 많은 백수니까, 많이 해보고, 또 해보고 하면서 계속 기록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늘 그렇지만 특별한 일, 대단한 일 없이 매일을 똑같이 보낸 것만 같아도
이렇게 정리하다 보면 매일이 특별했고, 소중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날은, 이렇게 시작하는 장문의 메시지를 받았다.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응원의 답장을 썼다.
꼭 그동안의 일기에 대한 답장을 받은 것 같아 가슴이 뭉클했다.
마지막은 이걸로 하자.
https://www.youtube.com/watch?v=dwh9OdNfdG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