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봄 공개구직, 드디어 SecondB.ai 서비스 오픈.
`내년 봄 저를 채용해 주세요!` 공개구직 포스팅을 했다.
발단은 이렇다.
언제 구직 활동을 시작할지 구체적으로 계획한 바는 없지만,
내년 봄 즈음에는 구직을 시작해야 하지 않나? 하고 생각만 하고 있었다.
불안하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하는 그런 시간을 보내다가
지금 이 휴식기간이 꼭 경력의 공백기라기보다는,
어쩌면 반년이라는 구직 준비기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해서, 그날 바로 트위터, 페북, 링크드인에 공개구직 글을 포스팅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글을 읽어주시고, 공유해 주시고, 반응해 주셨다.
너무 가고 싶었으나, 일당백 뛰어난 엔지니어 분들만 계셔서 지원엄두도 못 내던 회사에서 연락을 받았다.
정확히는 회사에서 공식 연락이 온 건 아니고, 그 회사를 다니는 지인 분이 연락 주셨다.
이런 이런 포지션을 구하고 있는데, 혹시 지원할 의사가 있느냐 하고...
올 겨울까지는 쭉 여행계획을 세워두었어서, 당장 구직하는 상황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진행되지는 못했지만, 트윗했던 것처럼 연락 온 것만으로도 너무 벅차고 감사했다. 내년에 받아주실까?
실제로 구직시장(?)에 나가봐야 현실을 알 수 있겠지만, 완전히 길이 없는 건 아니다. 어쩌면 좋은 팀을 또 만나서 즐겁게 일할 수 있을지도! 하고 기대가 생겼다.
충분한 휴식이 에너지를 만든다.
펑펑 놀다 보니, 공부가 하고 싶어지고 관심사에 대해 좀 더 깊이 둘러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물론 개발도 다시 (즐겁게) 하고 싶어 져서,
한참 커밋을 멈췄던 Youtube 요약 사이드 프로젝트를 다시 달렸다.
로컬에서 혼자만 사용했던 서비스를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쓸 수 있도록 회원인증 체계를 추가하고 서버, 프론트엔드, DB를 배포하고 대고객 서비스로 만드는 작업을 했다.
몇 가지 기능은 아직 불완전해서, 정확히 동작하는 기능만 남겨두고 숨김처리 했다.
늘 그렇지만 로컬에서 실행할 때 와는 다르게, 서버에 올라가니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고 며칠을 고쳤다.
잘 풀리지 않아서 계속 헤매던 문제가 27일 기대했던 대로 동작하기 시작했고...
멀티 어카운트로 기능이 잘 동작하는 걸 확인하고, 7월 27일 서비스 오픈소식을 포스팅했다.
2월에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구입했던 SecondB.ai 도메인을 드디어!!!
SecondB 서비스를 통해서 가입 없이도 누구나 요약을 읽어볼 수 있다.
오픈 공지를 보고 주변 지인들이 하나 둘 가입해 주셨다.
가능한 서비스를 무료로 운영하려는 생각이 있어서, LLM API 사용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해보려고 폴백 루틴을 추가하기도 하고...
마침 강남에 점심약속이 있어서 회사에 들렀는데, 이전에 함께 일했던 SRE 팀 동료들이 찾아와서 서비스 피드백을 많이 말해줘서, 전부 메모해서 돌아왔다.
틈날 때마다, 옵시디언에 SecondB ToDo로 적어놨던 개선사항을 하나 둘 반영했다.
배포하고, 실제 유저 피드백을 받으니 탄력이 붙어서 릴리즈 이후에 50개 넘게 커밋이 추가되고 있다.
서비스를 만드는 것 만도 즐거웠는데, 릴리즈 한 것만으로도 뿌듯했는데,
내가 만든 서비스를 사용해 주는 사용자가 생긴다는 건 정말 감격스러운 일이었다.
감사한 피드백도 받았다.
일기를 업로드하는 8월 1일 현재 내 계정, 테스트 요약을 포함해서
182명의 유저가 가입했고, 350개의 영상이 SecondB를 통해 요약됐다.
트위터에는 휴직기간이라고 썼었는데, 생각해 보니 퇴사를 앞두고 떠났던 3월 홋카이도 여행에서 SecondB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프로젝트 진행이 여행계획에 있었던 건 아니었는데, 아사히카와 호텔에서 낮 시간 일정이 붕 떠서,
우연히 버스 타고 찾아갔던 히가시카와.
히가시카와에서 발견한 멋진 도서관.
풍경이 좋았던 스터디 룸에서 옆에서 아내가 그림 그리는 동안, 노트 꺼내서 사이드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끄적거렸고...
다음 날도 도서관 풍경이 떠올라서, 노트북 들고 가서 노트에 적어뒀던 아이디어를 옮기고,
그다음 날 도 또 도서관에... 이렇게 시작됐던 내 첫 사이드 프로젝트 SecondB.
https://brunch.co.kr/@asbubam/26
https://brunch.co.kr/@asbubam/27
기능이 동작하는 프로토타입을 로컬에서 써오면서, 내 취향에 맞게 하나 둘 고쳐가고 있었다.
`유튜브를 보는 게 아니고 읽고 싶구나!` 하는...
몇 번 스샷을 찍어 트윗하거나, 동료들에게 보여주었더니
`저도 써보게 해 주세요!` 하고 이야기 들어서, `배포하고 말씀드릴게요!`, `이제 곧 배포해요!`라고 했었는데 영영 못할 것 같던 배포를 드디어 했다! :)
서비스 BM (Business Model)에 대해서 질문받기도 하고, 무료로 운영할 거면 광고를 붙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럴 만큼 사용자가 많지 않기도 하고...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이 프로젝트의 BM 은 나의 다음 이력서?라는 생각도 있었어서, 계속 그렇게 키워가 보려고 한다.
공개구직, 사이드 프로젝트 배포. 7월은 정신없이 두근두근 지나갔다.
이렇게 나를 멈추지 않고 움직인(?) 근원에는 달리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1월부터 6월까지 200km를 달렸는데,
7월은 한 달 동안 100km를 달렸다.
아파트 헬스장이 무료(이미 관리비에 포함되어 있어서)라는 걸 뒤늦게 알아서...
아내랑 가서 바로 등록하고, 너무 더운 날은 헬스장 트레드밀을 뛰었다.
일기 처음에도 썼지만, 몇 달 백수생활(?)을 하다 보니,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 나 괜찮은 걸까?` 하고 기분이 다운되는 날들이 찾아왔다.
그런 날은 어김없이 밖으로 나가 뛰었고, 뛰고 나면 다시 뭐든 할 수 있는 기분이 됐다.
더해서, 냉수 샤워까지 하고 나면, 지금도 충분히 괜찮아!
더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많이 해보자! 하고 기운이 샘솟았다.
퇴사 전에, 달리기란 운동을 몸에 익혀두길 잘했다고 몇 번이나 생각했다.
열심히 달렸던 기록들...
주로 뛰는 코스는 집 근처 왕숙천인데, 7월 들어오면서 날씨가 정말 더워졌지만
그래도 푸른 하늘 아래에서 땀 흘려 달리는 맛이 있다.
땀 뚝뚝 흘리고, 메가커피 한잔 사서 쪽쪽 마시면서 집에 오는 길이 개운하다.
달리기로 달라진 점 중에 하나가 40~50초도 힘들어했던 플랭크를 90초 이상할 수 있게 됐다.
아! 그리고 새 신발도 샀다.
몇 달 전부터 갖고 싶었던 보스턴 12인데, 보스턴 13 발매하면서 단종됐다.
크림에 엄청 싼 가격에 올라온 걸 발견해서 바로 구입!
마침 헬스장용 신발도 따로 필요했어서, 페가수스는 트레드밀용 신발이 됐다.
도서관 갈 때, 카페에 갈 때 자전거도 많이 탔다.
이 달의 장소(?)는 의정부 미술 도서관.
콧바람 쐬러 밖에 나갔다가, 어디 가지? 어디 가지? 이야기하다,
트위터에서 우연히 봤던 의정부 미술 도서관에 갔었는데, 너무 좋아서 몇 시간을 책 읽다 왔다.
디자인, 사진집, 영화 관련된 책도 많고... 도서관이 일단 엄청 예쁘다. 풀숲도 푸릇푸릇 보여 좋고...
좋아서, 한번 더 찾아갔다. 3층에 커피도 파는데, 커피도 맛있다.
아내가 옆에서 보고 좋다고 했던 김선우 화가의 `랑데부`.
올해 본 책 중 (아직까지) 베스트.
이 달의 식당(?)은 페스토 전문 점. `페스토 페스토`
매번 지나면서도, 막상 들어가서 뭘 먹어보진 않았었는데 아내가 메뉴판을 우연히 보고는 맛있을 것 같다고 해서 들러봤는데, 너무 맛있어서 다음 주에 또 감!
적다 보니 7월엔 진짜 바빴네. 백수가 왜 이리 바쁜가...
25년 된 보롱이(996). 정기 종합검사 기간이 되어서 검사받았다.
수리비 많이 드는 결점이 나오면 어떡하나 맘 졸였는데, 다행히 번호판 등만 이슈가 있어서, 쿠팡에서 주문해서 교체했다.
백수가 되었으니, 꼭 갖고 싶은 책만 사자고 마음먹고, 도서관을 열심히 다니고 있다.
보고 싶은 책들을 도서관앱에 리스팅 해두고, 찾아가서 읽고, 더 맘에 들면 빌리고, 진짜 맘에 들면 사고 이런...
채사장님은 원래 좋아하던 작가여서, 오랜만에 두꺼운 책을 완독 했고... 지금 나한테 딱 필요한 책이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의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역시 좋았다.
책 장이 가득 차면(책들이 가로로 너무 많이 눕기 시작하면), 잘 보지 않는 책들을 정리하는데,
`이런 책도 샀었지.` 하고 발견하는 책이 있다.
`단 한 번의 삶` 도 사놓고 깜빡했다가 뒤늦게 재밌게 읽었다.
물론, 도서관 대출(예약) 대기 기다리지 못하고, 구매한 책들도 있다.
혼모도 재밌게 읽었는데, 아내가 읽어도 좋아할 것 같아서 아내가 먼저 읽는 중.
이슬아 작가님 책은, 두었다 다시 일하게 되면 그때 읽어도 좋겠다.
이 달에 잘 산 책.
비비안 마이어 전시도록을 구했는데 너무 맘에 든다. 잘 샀다!
개리올드먼이 나오는 드라마 `슬로호시스` 를 재밌게 보다가 스파이 소설에도 관심이 생겨서
오래전에 읽다가 왠지 잘 안 읽혀서 포기했던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를 빌려서 다시 읽고 있다.
같은 책도 읽는 시점에 따라 잘 읽힐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은 때가 있는 것 같다.
너무 재밌게 읽고 있고, 다음 시리즈인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도 읽어보고 싶어 져서 헌책방에 주문했다.
게리올드먼에 빠진 데다가, 다음에 읽을 존르카레 3부작까지 연결되어서 주문해 버린 블루레이.
넷플릭스에서 `사이버 펑크:엣지러너` 를 재밌게 봐서, 사이버 펑크라면 이 책을 봐야 해! 하고 여기저기서 추천된 뉴로맨서를 구했다. 아직 읽진 못함.
우연히 발견하고 읽고(갖고) 싶어지는 책이 있는데, `캐드펠 수사 시리즈` 책이 너무 이쁘고, 이야기도 흥미진진할 것 같아서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 마침 도서관에 없기도 하고...(너무 좋은 핑계인가)
폴오스터 책은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는데, `뉴욕 3부작` 그래픽 노블 버전이 좋다고 해서 담아 둠.
도서관을 열심히 다니려고 하면서도, 장바구니에 책이 쌓여간다...
일기 적으려고 트위터를 돌아보다 보니,
7월엔 몸을 많이 움직인 만큼, 생각도 바빴던 것 같기도 하고...
달리기 하고, 돌아와서 폼 롤러 마사지, 얼음 찜질 하는 동안에는 뉴스룸을 본다.
뉴스룸을 보면서 좋은 팀, 좋은 팀 워크란 뭘까? 하고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실력은 고만고만하면서, 좋은 팀을 만나고, 만들고(?) 싶은 눈만 높아지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애션이 추천해 줘서 머더 봇 다이어리 봤는데,
너무 재밌어서 이틀 만에 다 봤던 것 같다.
달릴 때는 XSFM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 에서 이경혁 님(문학인)이 게스트로 나온 편 (주로 게임과 관련된 역사/세계사/현대사 이야기를 한다.)을 재밌게 듣고 있다.
팟캐스트가 재밌을수록 기록이 향상되는 것 같아서, (재미없으면 기록도 처짐...) 다 들으면 또 뭐 듣나? 하는 걱정이 있다.
출판사 유툽도 가끔 보는데, 역시 민음사 유툽이 무해하고(?) 재밌다. :)
https://www.youtube.com/watch?v=2mjml5yTcrI
며칠 전에는, 식당에서 팥죽을 먹고 나오는데 할머니가 바지 어디서 샀냐고, 시원해 보여서 남편 분 사주신다고.. 하셔서 이런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패피가 된 기분을 잠시 느꼈다.
7월 진짜 바빴네. 이벤트가 왜 이리 많았나!!
하지만 이건 자랑하지 않을 수 없지.
혹시?! 하고 신청했던 `평생교육이용권` 에 선정됐다. 35만 원 상당의 디지털 교육을 들을 수 있다.
9월부터, 10, 11, 12월까지 매월 2주 정도씩 여행을 떠난다.
너무 많이 떠나나? 싶기도 한데, 이렇게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시기를 놓치지 않고 싶고,
건강하게 많이 걸을 수 있을 때, 아내랑 더 많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
여행 가서 사진을 많이 찍었으면 해서 오랜만에 카메라들을 손보고 찰칵찰칵 찍어보고 있다.
잘 쓰다가 고장 나서, 구석에 방치됐던 XA를 수리받았다.
전문 업자는 아니고, 구형 카메라를 주로 수리해 주시는 카페 회원 분께 요청드렸는데,
이건 수리가 아니라 거의 리빌딩을 해주셔서 그 퀄리티에 놀랐다.
좋아하는 마음이 오랜 시간 쌓이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가! 하고... 감동했다.
그리고, 찍어본 사진 들.
7월은 정말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라고 쓰고 보니, 매번 일기마다 그렇게 끝났던 것 같다.
퇴사하고 만나는 사람들이, `행복하세요?` 하고 질문하면 답변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는데
며칠 전에는 0.1초 만에 `네!` 하고 힘차게 대답했다. 정말 그렇다.
secondb.ai 많이 써주세요. :) 또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