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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일기 013

SecondB.ai를 오픈하고 50일.

by asbubam

SecondB.ai를 7월 27일 첫 배포하고, 50일 정도 지난 것 같다.

퍼블릭 오픈 전에 4개월 정도 혼자 썼는데, 그때보다 확실히 사용자가 생기니 개발속도가 붙는 것 같다.

서비스는 무럭무럭 자라서, 오늘 9월 21일 기준 556명의 유저가, 2542개 영상을 요약했다.


부랴부랴 넣었던 영어, 일본어 요약 지원


이렇게 보니 배포 이후, 열심히 달려왔구나.

GitHub Contribution Graph.

어떤 날은, 밤늦게까지 해결 안 되던 문제가 꿈에 나오기도 하고...

자려고 누웠다가, 해결방법이 생각나서 벌떡 일어나 커밋하기도 하고...

회사일 할 때만큼, 아니 그 보다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 :)


Railway, Cloudflare, Supabase 사용하는 서비스 모두, 회사 다닐 때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서비스이고

검색이나, Next.js, React.js 프론트 개발 등 처음 만들어보는 기능이 많아서 기술적으로 배우는 게 정말 많다.


여러 번 이야기했었는데, 특히 커서랑 협업하면서 `이전에는 왜 이렇게 커뮤니케이션하지 못했을까?`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겠구나!` 반성할 때도 있고,

설계, 기능 변경에 용이한 코드작성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명확한 목표전달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새롭게 익히고, 배우는 날들로 가득하다.


휴식기간을 메꿔줄 포트폴리오를 만들겠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지금은 일상에서, 그 이상의 큰 의미를 차지하게 된 것 같다.

처음이랑 비슷한 것 같지만, 쬐끔쬐끔 추가한 기능들이 쌓여 만들어낸 오늘.


트위터에서 수집(?)한 그간의 SecondB.ai(세컨비) 개발 기록들.

모으고 보니 나 세컨비 좋아하네?


일기를 쓰려고, 트위터를 정리하다 보니, 퇴사 후 삶에 세컨비가 정말 크게 자리 잡은 것 같다.

세컨비를 통해서 개발의 재미를 확실히 다시 찾은 것 같고,

오히려 이전보다 더 잘하고 싶어서, 궁금해진 부분도 생기고... 좋은 타이밍에 쉬기로 결정했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오늘은 문득, 독립일기를 찬찬히 다시 돌아봤는데, 독립일기 001 편 을 보고, 회사동료 스타크랑 티타임 하다 서비스 릴리즈를 결심했던 걸 떠올렸다. 이때 이 티타임을 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아직 혼자 쓰고 있었을지도...

스타크랑 사이드 프로젝트 신나서 이야기하다가 릴리즈한다고 못 박아버린 일.


요즘 정말 많이 생각하는데 좋은 에너지, 건강한 에너지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다.

다시 취직에 도전하게 된다면, 제1순위 조건은 `내일 또 만나고 싶은 사람들` 과 일하는 회사를 찾는다. 하고 마음을 정했다.


예를 들면, 첨 만났는데 다섯 시간 동안 이야기 했던 제권님이랑, 너굴님이랑 만남처럼...


백수지만, 이것저것 바쁘게 살다 보니 독립일기가 꽤 밀렸고, 어젯밤 일기를 돌아보다

`아,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이렇게 마음먹었었구나!` 알게 된 것들이 많아서,

역시 꾸준히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9월 초 2주 동안 히가시카와에 다녀왔다.

`독립일기 003 편`에 기록된 것처럼, 히가시카와는 홋카이도 아사히카와라는 도심에서 1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들어가는 시골마을로 SecondB.ai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곳이다.

떠나기 전날. 지난 일기를 다시 열어봤었다.


2주 동안, 작은 마을 안에서 많이 걷고, 이야기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책도 읽고, 세컨비 개발도 했다.

우동을 먹으러 삿포로에 갔던 날을 빼고는 히가시카와 마을주민처럼 살다 왔다.


여행은 사진만 봐도 알겠지만, 너무 좋았다.

홋카이도는 역시 겨울(한번 밖에 못 가봤지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가을의 홋카이도는 맑은 하늘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걷기에 너무 좋았다.


아침엔 베이글 가게 가서 빵 사서, 집에 와서 우유나 수프랑 같이 먹고,

점심엔 오늘은 어떤 가게에 가서 점심을 먹을까 집을 나서고

도서관에 들러서 아내는 그림 그리고, 나는 코딩하고,

마트에 들러서 간단한 저녁거리를 사서 숙소에 도착.

반신욕을 하고 저녁 먹고, 드라마를 보거나, 아내는 자수, 나는 또 코딩

그러다 일찍 밤이 찾아오는 시골 벌레소리 들으면서 잠들고...


엄청난 이벤트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매일 감사하고, 멋진 하루였다.


쉬는 기간 동안 여행을 많이 해보려고, 여행계획을 쭉 세워뒀다.

12월까지는 매달 여행을 떠나고, 관광지에 가기보다는 살아보는 여행을 할 계획이다.


많이 걸을 수 있을 때, 젊을 때 여기저기 가보자! 하는 생각도 있고,

아마 다시 취직하게 되면, 길게 여행 떠나는 게 쉽지 않을 테니 시간이 주어졌을 때

무리해서라도 가보고 싶었던 곳, 살아보고 싶었던 곳에서 짧게나마 일상을 경험해 보자! 하는 생각에서다.


다음 달부터 차례로 떠나게 될 제주, 도쿄, 푸쿠옥이 기대된다.


꾸준히 달리고 있다.

7월엔 100킬로를 달렸는데, 8월에도 열심히 나가서 뛰었고,

여행 중에 달리다 조금 통증이 있어서, 몇 주 쉬다 한국 들어와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회사 #talk_routine 채널 친구들이랑 한강에서 만나서 10키로를 뛰기도 했다.


몇 주 쉬었다 뛰게 되면서, 몸이 다시 초기화되었을까 봐 잘 달리지 못할까 봐 걱정도 했었는데,

오히려 푹 쉬었다 뛰니 몸도 더 가볍고, 기록도 더 잘 나왔다.


쉬어야 할 때는 역시 맘 편히 푹 쉬는 게 좋고, 쉰 만큼 더 잘 달릴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인생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체중은 회사 다닐 때보단 7~8킬로 빠진 상태로 유지되고 있고, 며칠 전부터는 갈비뼈가 보이기 시작해서

감량이 많이 됐다는 걸 체감하게 됐다.


뛸 때는 보통, xsfm 팟캐문학관 게임 해설 편을 찾아들었었는데, 최근에는 유튜버 분들이 진행하는 기승혁결 (기형, 승국, 신혁, 겨울)을 들으며 뛰고 있다.


김겨울님, 이승국님 팬입니다.

4명의 절친(?) 분들이 매번 다른 주제로 이야기하는 방송인데,

`아! 나도 이렇게 작당모의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많이 들고, 뛰다가도 공감하면서 피식피식 웃을 때가 많다. :)


요즘 재밌게 읽고 있는 책은, `실패를 통과하는 일` 로 퍼블리, 커리어리 등의 회사를 창업했던 박소령 님의 실패일기이다. 아마도 같이 일한 동료들의 입장에서는 또 다른 관점이 있겠지만,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현실을 만나는 구나! 하고 엿볼 수 있어 좋았다. 그 모든 과정이 솔직하게 풀어져있다.



빌게이츠 자서전 1권 `소스코드: 더 비기닝` 도 재밌게 봤다.

여행 떠나는 비행기에서 거의 다 본 것 같다.


이슬아 님의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 는 정말 킥킥 대면서 읽었다. 뭉클한 부분도 많고...

그리고, 무엇보다 `대화하는 방법` 에 대해서 이 만큼 좋은 책도 없단 생각이 들어 추천하고 싶다.


김사월, 이훤 님의 `고상하게 천박하게` 는 한 글자, 한 문장 다시 곱씹어 읽게 되는 마음을 가득 담은 시 닮은 편지로 가득 차 있다.


`에디터의 기록법` 은 도서관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인데, 너무 잘 읽혀서 앉은자리에서 다 읽고 왔다.

에디터는 어떻게 글감을 모으고, 정리하는지 궁금한 분들은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다.

꼭 메모, 아카이빙이 아니어도, 내가 좋아하는 주제, 세상에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7년인가 써왔던 리디 페이퍼가 마침내? 망가져서, 오닉스 북스 Go7을 구입했다.

중간에 팔마를 중고로 잠깐 데려왔다 환불했는데, 여유가 되면 팔마도 한 개 갖고 싶다.



브런치에 일기를 쓰다 보니 생각났는데,

며칠 전 엄청난(?) 일이 있었다.

당근 SRE 밋업에 참여해서, 자잘한 일들을 도와드리고 있는데,

장소가 엄청 좋았던 당근 SRE 밋업

입구에서 안내를 드리다가 만난 어떤 분이

"브런치 잘 보고 있어요." 하고 인사해 주시는 것이 아닌가?

"앗, 앗 넵. 감사합니다." 당황하면서 일단 인사하고 나중에 찾아가서 이야기를 좀 더 나누게 되었는데,


브런치를 보고 용기를 얻어(?) 이직에 도전하셨는데, 성공하셔서 지금은 새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이 글도 보시려나...)


관종이라서, -_- 이런저런 이야기를 끄적이던 내 일기가 이렇게 긍정적인 효과까지!!! 하고 스스로 놀란 것은 물론이고, 반갑게 인사해 주시고, 잘 보고 있다고 여러 번 말씀해 주시니 왠지 마음 깊숙한 곳에서 뭔가 꿀렁꿀렁 거리는 것이 있었다.


쉬면서도, 나는 올바른 선택을 한 걸까? 그냥 돈을 열심히 벌었으면 더 나았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여기저기 지원했는데, 인터뷰에서 다 떨어지는 꿈을 꾸고, 벌떡 일어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처음 결정한 그 마음을 떠올릴 수 있게, 힘이 되어주는 게 브런치에 조금씩 쌓아둔 일기인데...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구나! 생각이 들어, 감동했던 것 같다.


괜히 앉아 계신 자리에 찾아가, 더 이야기 나누기도 하고... 특별한 경험이었다.

감사합니다. :)


휴직, 퇴사를 결심하고, 쉬기로 했을 때 언제까지 쉬게 될지 구체적으로는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쉬는 동안 보내는 일상이 너무 만족스럽고, `아! 나는 백수가 체질이구나!`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지만...

혼자 개발을 열심히 하다 보니, 역시 맘 맞는 사람들이랑 하이파이브하면서(요즘엔 안 하나? 하이파이브...) 협업하는 경험을 조금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까지 쭈욱 여행하고, 쉬는 기간 동안 생각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으론 11~12월 즈음에는 구직활동을 시작하지 않을까 싶다.


대신 이전에 구직할 때와는 회사와 팀을 찾는 기준이 많이 달라질 것 같고,

더 행복하기 위한 결정을 하는데 최선을 다하게 될 듯하다.


위에도 잠깐 썼지만,

내일 또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매일 또 만나서, (일기 쓰고 싶을 만큼) 재미있는 일들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고, 남은 휴식기간은 그 준비에도 시간을 조금 더 가져보려고 한다.


꼼꼼한 이 선생님처럼...


쓰다 보니, 트위터 스샷만 잔뜩 찍어서 올린 일기가 돼버리긴 했는데,

애독해 주시는 소수의 독자분들도 있고(고마워요!)

나 잘 살고 있어요! 그리고 더 잘 살 거예요! 이야기하고 싶어서

일요일 아침, 짧게 글을 남긴다.


힘든 일, 아프게 하는 사람이 세상에 많지만,

그 반대로 즐거운 일, 함께하면 좋은 사람도 찾아보면 많이 있는 것 같다.

짧지 않은 시간 살아오면서, 그 간단한 사실을 잘 몰랐구나! 너무 좁은 곳만 바라보며 살았구나! 하는 걸 많이 느낀다.

깨닫고 난 뒤로는, 많은 것이 감사하고, 재미있는 것도, 좋은 사람도 너무 많이 보인다. 시간이 부족하다.


다음 일기는 아마도 제주에서 올리게 될 것 같다.

아, 어제 글쓰기 모임에 참가 신청을 했는데, 신청자가 엄청 많은 모임이라 과연 합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참여하게 되어서, 더 많은 글을, 잘 읽히는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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