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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솔아 Jun 10. 2020

나를 알아가는 과정

나의 형태를 구축한다는 것


데이터를 다루다 보면 사람과 비슷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순한 문자 혹은 숫자의 나열인 자료들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입맛에 맞게 정리하는 과정이,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고 순전히 내가 원하는 대로 해석하고 사용한다는 점이 그렇다.


람의 본질도 그냥 무분별하게 흩어진 정보의 집합체고 생각해보았다. '나'를 이루는 다양한 가치관과 생각들은 복잡하고 유기적으로 얽혀있고, 너무 복잡해서 그 자체로 온전히 이해하기 힘든 대상인 그런 정보들라고.



데이터 분석을 할 때 다양한 통계적 방법을 사용해 데이터를 '설명' 내지 '표현'하려고 한다. 그 어떤 방법도 데이터를 완벽하게 표현할 수 없다. 단지 데이터의 일부분만을 표현할 뿐이다.


마찬가지로 추상적인 정보의 집합체인 '나'는 어떤 것으로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다. 단지 나의 일부분을 다양하게 정의하고 의미를 부여해, 추상적이고 설명되지 않던 나란 존재를 조금씩 근사해서 이해할 뿐이다.



나의 본질을 구체화할 때 내가 좋아하는 음식, 내가 좋아하는 노래, 내가 좋아하는 향 등 '좋아하는 취향'을 통해 나를 정의할 수 있다. 혹은 가족 안에서의 나, 그룹 A 속에서의 나, 회사에서의 나 등 '환경'에 따라 나를 정의하기도 하며 누군가를 좋아할 때의 나, 싸울 때의 나, 우울할 때의 나, 기쁠 때의 나 등 '상황'에 따라 패턴을 정하기도 한다.



우리는 살면서 정의해온 패턴이나 질서로 내 본질의 형태를 가늠하여 스스로를 이해하지만, 앞에서 말했다시피 사람은 너무 복잡한 존재라 내가 파악한 패턴이나 질서로 나를 완벽하게 표현할 수 없다. 나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무한한 패턴이 존재할 수 있는데, 이 중 '내'가 인지할 수 있는 패턴은 한정적이다. 그래서 드문드문 나를 구성할 수밖에 없다. 다만 스스로를 열심히 파악하고자 했던 사람은 보다 뚜렷한 형태를 가지고 있을 거고, 자기 자신을 잘 돌아보지 않는 사람은 좀 더 흐린 형태를 가지고 있을 거다. 형태가 뚜렷할수록 내가 존재함을 더 잘 인지 할 수 있으니, 형태의 뚜렷함이 결국 자신에 대한 믿음과 연결되지 않을까?




불완전한 형태로 세상에 부딪치다 보면 나를 이루는 모습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다만 뚜렷한 형태는 좀 더 늦게 무너지고, 무너지더라도 완전히 자기 모습을 잃지는 않는다. 더 잘 버티고, 더 잘 복구된다. 형태가 흐릿할수록 더 게 무너지고, 흐물흐물해진 '나'의 형태는 세상에 휩쓸리기 더 쉽다.



나는 내가 힘들다고 느낄 때 내가 관념적으로 정의하던 나의 형태가 무너졌다고 생각한다. 외부 환경에 의해 무너진 거일 수도 있고, 나 스스로 혼란스러워 무너졌을 수도 있다. 갑작스러운 사건에 의해 무너졌을 수도 있고, 천천히 마모되다가 급격하게 무너진 거일 수도 있다.


형태는 어떻게 서든 무너진다. 그걸 수습하고 재구축하는 게 삶이다. 


나는 자신의 형태가 무너졌다는 사실을 빨리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래서 나의 형태가 무너졌던 때의 행동이나 기분을 기억해놓는다.  세상이 갑자기 삐딱하게 보일 때, 나에게만 피해가 온다고 생각할 때, 말수가 줄어들 때, 속이 울렁거리고 혼란스러울 때, 모든 일이 꽉 막힌 것 같을 때, 잘 해오던 일도 다 부질없다고 느껴질 때 등등.


어느 순간 익숙한 느낌이 들면 '아, 내가 요즘 힘들구나.' 알아차리고 몸을 사린다. 자기의 형태를 꾸준히 인지하지 않는 사람은 본인이 힘들 때 힘들다는 사실을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알아차리기보다 오히려 자신의 형태가 더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무너지면 언젠가는 복구되는 형태지만, 아주 망가져버린걸 오래 걸려서 고치느냐 조금 무너진 걸 보완하느냐의 차이는 크다. 둘 다 의미 있는 일이지만 나는 후자가 더 쉽다고 생각한다.


나의 형태를 구성하는 행위는 스스로 그 행위를 인지하는 것과 상관없이 살아있는 동안 계속된다. 어차피 일어나는 일이라면 좀 더 자기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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