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도의 불꽃축제를 보고 싶다는 말을 기억한다. 눈이 내리는 날, 새하얀 풍경을 배경 삼아 펑펑 터지는 불꽃을 보고 싶다고 한 당신. 북해도에 가면 일본어를 하게 될 텐데 좋아하는 일본어라도 있냐고 물었을 땐, 당신은 눈웃음 활짝 피며 히바나(火花)라고 말했다. 불꽃. 그렇지. 당신은 꽃도 좋아하고 불도 좋아했지. 정작 그 둘이 합쳐진 말엔 슬퍼하면서 시시하게 사는 것보다 화려하고 뜨겁게 죽기를 바랐지. 하염없이 타오르다 사라지는 꽃. 꽃이 시들면 땅에 툭하고 떨어지지만 불꽃이 시들면 그야말로 소멸되는 거라며, 공기 중에 스며들듯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 것에 당신은 마음을 눅눅히 적셨다. 그렇게 떠나간 이를 사모하고 사색하는 사람은 아마 당신뿐일 거다. 미련한 사람.
바다가 보고 싶어 동해로 달려간 날에는, 스파클라 한 뭉텅이를 들고 달려간 날에는, 당신의 말이 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바람이 불면 파도를 기다린다는 말. 나는 기다림의 미학이란 걸 몰라서, 그렇다고 알고 싶지도 않아서 무언가를 기다릴수록 설레는 것보다 오히려 마음이 뒤숭숭해졌다. 기다리던 것이 오지 않을까 봐. 아니, 오더라도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까 봐. 그게 바람이건 사람이건 정말이지 멀리 떠나 돌아오지 않은 것을 무작정 기다리는 것은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신이 미웠다. 떠나간 것은 놓아줘도 괜찮지 않나. 왜 이토록 당신을 기다리게 만든 것인가. 그럼에도 사랑한 것인가. 당신을.
바다에 왔다. 뜨거운 모래사장. 시원한 바닷바람. 쏟아지는 파도소리. 자기를 그리워한다면 바다에 오라고 했지. 그럼 그곳에 늘 있을 거라고. 그렇지. 나는 바다가 아닌 당신을 보고 싶었던 거지. 우리가 다시 만나는 날은 불꽃이 지독하게 뜨거운 순간일 것이고 뜨거울수록 잔상은 뚜렷해지는 거겠지. 나도 모르게 당신이 그토록 좋아하던 불꽃을 세게 쥐어잡았다. 당신에게 당신을 옮았다. 나도 당신처럼 시시하게 사는 것보다 뜨겁게 살다 죽겠다. 당신처럼 그렇게 혼자 화려하게 타다 죽겠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바람이 불었으니 이젠 파도를 기다려볼까. 당신이 떠났으니 이젠 당신을, 기다려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