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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min Oct 30. 2020

오늘이 지나면 헤어질까요

 헤어짐. 그것은 마음속에 '별'이라는 점 하나가 생기는 것이었다. 그 점은 밤하늘에 떠있는 것이 아니라 깊은 바닷속 모래알과 같았고, 오랫동안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 먼지처럼 사라질 거라 생각했다. 가엽고 하찮은 것들이라 여겼으나 오히려 바다가 더 깊어지기 위해 필요한 존재였다. 마음을 찌푸릴수록 그것은 미세하게 꿈틀거려서, 나는 결국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을 그만뒀다. 무뎌져가는 걸 받아들였다. 바다는 곧 사람의 마음이었고, 별들은 이미 지나간 후애의 잔여물이었다. 어느 별은 바라지 않는 상황에서 어찌할 수 없는 헤어짐을 의미했으나 또 다른 별은 자의로 헤어지는 걸 의미했다. 내가 늘 신념처럼 여겼던 단 한 가지. 작별에는 미련이 있어야 한다는 것과 이별에는 없어야 한다는 것. 물론 그 둘의 차이는 별을 마주하는 순간, 모호해지기 마련이었다.


 한여름의 어느 밤, 남자와 여자는 타르트 가게에 갔다. 연두색의 간판과 빵처럼 포근한 조명은 정말 여름의 밤과 어울렸다. 귀를 기울이면 매미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숨을 들이켜면 찬 바람이 잠시 몸 안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듯했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담백한 커피 향과 에그타르트가 반겨준다. 그것은 그들의 옛 추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평소 무뚝뚝했던 여자는 꼭 할 말이 있어 보였고 남자는 그 이유를 알기라도 하듯 모든 걸 체념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따듯한 카페라테와 에그타르트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들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손가락만 만지작 거리며 마치 이별을 준비하듯, 그들은 그렇게 수 번을 반복했다. 에그타르트가 나오자 그들의 시선은 한 곳에 정착할 수 있었다. 에그타르트의 색은 해 질 녘과 같았고 모양은 달과 같았다. 먹기에는 아깝고, 버리기엔 담고 싶은 음식. 남자와 여자는 머뭇거렸다. 예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처음 그 카페에 갔을 땐 서로 먼저 먹으라고 양보했지만, 이제는 누가 먼저 잘라내느냐를 기다리고있다. 따듯한 온기가 남아있다거나 담백했던 맛이라거나 그런 추억은 이제 없다. 그 안에 있던 모든 것들이 예전과 비교되어 애틋함을 느꼈겠음을.


 여자가 먼저 입을 떼었다.

“있잖아. 내가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작별에는 미련이 있어야 할 것 같아.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다시 만나고 싶은 맘이 있다는 건 좋은 거잖아. 이별과는 다르게 적어도 잊고 싶지는 않을 것 같아. 어떻게 생각해?”


 순화된 이별이었다. 아니, 애초에 이별에 순화 따위는 없는 거다. 아름답거나, 아름답지 않거나 그것은 정말 이별이 맞았다. 잔인한 사람. 보기만 해도 아찔한 둘 사이에 처음으로 내뱉는 말이 저거라니. 상처주기 무서웠던 건지 아니면 남자의 마음을 알고 싶었던 건지. 여자는 말을 뱉었음에도 입술을 깨물었다. 남자는 단순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런 표정이 없다가 여자의 말에 미소를 짓는다. 마치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걸 알았던 것처럼. 결국 이렇게 된 거구나, 하는 것처럼. 남자는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사실, 네가 그런 말을 할 거라 예상했어. 그냥.. 듣고 싶지 않아서 먼저 말하지 않았지만, 이제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어. 나는 내가 노력하면 우리가 예전처럼 돌아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그래서 네 마음이 정리될 때까지 기다렸어.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아서. 헤어지자는 말을 들으면 눈물이 나올 줄 알았는데 막상 들으니까 오히려 홀가분하네. 나도 이걸 원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너무 미안해하지 마. 그냥 우리가 서로 좋아했었다는 것만 기억하자. 그렇게만 하자”


 여자는 애써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 남자는 웃음을 보였다. 미련을 훌훌 털어 버린 사람과 아직 가슴속에 응어리가 맺힌 사람의 마음은 한 곳에 있기엔 너무나도 벅찼다. 그러니까 헤어질 용기가 없어서 한때 사랑했던 것들과 오래된 행복 속에 숨어버린 그들은 구차하게 후회를 남기는 일도, 스스로를 속이는 일도 이제 그만할 때가 된 것이다. 그들은 잘 지내라는 말과 함께 그렇게 헤어졌다. 이건 자의로 헤어진 작별이었는지 아니면 바라지 않은 이별이었는지. 모호하다. 바닷속 별이라는 건.


커피와 타르트는 아직 그 자리에서, 천천히 식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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