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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min Apr 15. 2022

너에게

 만약 좋아함의 수치가 있다면, 그걸 1부터 10이라고 가정한다면, 제가 그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땐 3에 가까웠습니다. 이상형과는 거리가 멀었고 그 어떤 설렜던 감정도 없었지만 그래도 한 번 만나볼까? 하며 시작된 연애가 벌써 1년을 넘었더랬죠.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 다시 봄이 왔을 때 그 좋아함의 수치라는 건 그냥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과 내가 이 사람에게 다한 마음은 10을 훌쩍 넘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살면서 경험해 보지 못한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꼈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이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말은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말이었습니다. 얼굴을 보며 멍 때리다가 결국 심장을 벌렁벌렁 뛰게 만드는. 그래서야 제대로 된 사랑을 할 수 있겠냐마는 나는 오히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됐습니다. 나에겐 사랑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구나. 사랑은 할수록 짙어지는구나. 마음 한편에 벽 하나를 놔둔 것 같아서 나에게 연애는 늘 사치라고 생각했는데. 잃고 싶지 않은 건 애초에 갖지도 않으려고 했는데. 그 감정을 느끼기엔 이미 늦어버린 거죠.


 나는 당신을 좋아했습니다. 당신의 행복에 스스로 고민하고 노력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당신이 더 좋아져 갔지만, 아쉽게도 당신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색도 모양도 전혀 닮지 않은 단추를 억지로 맞추고, 그저 나와 다르다는 매력으로 좋아하는 감정을 괜히 속였던 것 같아요. 잘 맞는 부분도 있었지만 꼭 그것이 이별을 덮지는 못했습니다. 아마 당신도 감당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부담이 되었다면 미안합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라, 시간이 흐르면 사랑도 인연도 익숙해진다는 것을 우리는 일찍도 알아버렸네요.


 그래서 저는 이별을 고했습니다. 여기서 그만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미안하다고, 만들어준 추억은 잘 간직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당신이 버럭 화를 낼 줄 알았지만, 당신은 오히려 자기를 좋아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했어요. 고맙다는 말. 정말 수 많은 감정을 잠재우는 말이었네요. 우리가 헤어지는 건 어느 누구의 잘못이 아니니까요. 우린 그냥 인연이 아니었던 거예요. 서로가 소중하고 아름다운 존재이지만, 단지 계절을 잘못 만난 것뿐입니다.


 벚꽃이 만개했을 때, 수수하게 떨어지는 벚꽃 잎들을 잡으려고 할 때는 그렇게 안 잡히더니 왜 집에 돌아가는 길엔 꽃잎이 스스로 나에게 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것도 인연이라 생각하니 후련합니다. 만남은 이별이 되고 이별은 추억이 되는 거라는 걸 이제라도 되뇌어봅니다. 잘 사랑하다 갑니다. 나도 누군가를 후회 없이 사랑해도 된다는 걸 알게 해줘서 고마웠습니다. 정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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