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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min May 09. 2022

사람 사이의 것들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생각한다. 선한 사람. 따듯한 마음을 가진 사람. 누군가의 감정에 동화돼 같이 웃어주고 같이 울어주는 사람. 비가 오는 날에 우산을 빌려주는  선한 마음일까? 더운  옆에서 부채를 대신 흔들어주거나, 버릴 곳이 마땅치 않아 손에 쥐고 있는 쓰레기를 대신 들어주는 마음일까? ‘마음이란  누구에게나 있지만, 이걸 ‘좋은으로 감싸기엔  어려운  같다. ‘좋은 사람하면 마땅히 떠오르는 이가 없지만, 누군가를 떠오르면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싶은   아이러니하다


 8살 즈음되어 보이는 그 아이들은 편의점에서 빵을 고르고 있었다. 어떤 빵이 맛있을까, 이건 어때 저건 어때 하며 빵을 마구 만지기를 반복했다. 어딘가 초조해 보이는 게 어릴 적 내 모습과 같았다. 돈이 없어 딱 하나만 골라야 한다는 마음. 보는 내내 인상이 찌푸려졌다. 나는 내 과거가 맘에 들지 않는다. 아이들은 결정을 했는지 빵을 들고 계산대에 갔다. 잔액이 부족하다는 기계음에 마음이 쓰리다. 돈이 모자랐나 보다. 발을 동동거리는 아이들 뒤에서 나는 편의점 직원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내가 사려던 것과 결제가 안 된 그 빵까지 전부 계산해 달라고 했다. 고맙다는 아이들의 말에 나는 무심히 고개만 끄덕였다. 나도 찢어지게 가난했던 적이 있어 차마 불쌍하다는 말은 못 하겠다. 그저 빵 하나라도 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편의점 밖으로 나왔다가 아이들이 그 빵을 반으로 잘라 나눠먹는 걸 봤다. 아찔했다. 그 조그마한 빵을 둘이서 나눠 먹다니.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곧바로 편의점으로 들어가 똑같은 빵을 하나 더 샀다. 그러고는 아이들에게 빵을 주며 말했다. "이거 1+1이야" 아이들은 일면식도 없던 나를 보고 환하게 웃어주었다. 나는 그들에게 좋은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연민의 마음에서 나온 감정이었을까.


 가끔 스스로에게 만족되지 않아 입이 삐죽 나올 때가 있음에도 다른 사람의 호의를 받으면 나는 이상하게 마음이 요동친다. 낯선 사람의 친절함이나 따듯함은 누구나 행복할 자격이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준다. 그래서 내가 하는 말이나 행동이 그 사람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걱정되기도 한다. 순간의 대답이 그 사람 자체를 대변하는 것 같아서. 특히 이별이나 작별. 누군가와 끝맺음을 맺고난 후유증이 아무렇지 않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나에게 '그저 그랬던 사람'으로 보여질 테고, 목매어 그리워한다면 그 사람은 나에게 '추억' 그 자체가 되는 것이다. 순간의 감정일 수 있겠지만 그것들을 단 몇 단어로 함축하기에는 우리가 스쳐간 인연이 얼마나 뜨겁고, 차갑고, 아련했으며 간절했을지. 그래서 나는 함부로 판단하는 것도, 함부로 위로하는 것도 이젠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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