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는 결혼을 한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새하얀 결정체가 있었다.
순수하고 청결했다. 한 치의 거짓된 마음이 없었다.
남자는 울어서 나온 눈물로, 여자는 웃어서 나왔던 눈물이 그곳을 밝혔다.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새 하얀 백지 위에
남자의 눈물이 번졌다.
백지에 글이 보이기 시작했다.
고였던 남자의 마음이었다.
사랑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되뇌고 되뇌어봤습니다.
사랑이란 건 시간을 멈추고 싶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지금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다짐했어요.
길을 잃어 헤맬 때, 맛있는 밥이 먹고 싶을 때
웃고 싶을 때, 울고 싶을 때
행복할 때, 슬플 때
그리고 시간을 멈추고 싶을 때
언제나 그녀에게 머물다 가겠습니다.
백지는 한 장의 편지가 되었고
둘만의 바다가 되었다.
새하얀 모래사장 위에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이젠 같은 곳을 바라보며 사랑을 뱉는다.
마음을 뱉는다. 시를 뱉는다.
물들게 번진 것들은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어
다음 생에도, 그다음 생에도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끝나지 않는 사랑이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