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이라, 마음에 있는 말을 우리가 이해하지 못할 때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살면서 동물하고 교감을 해본 적도 없는 나 같은 사람이 뭐가 좋다고 꼬리를 흔들며 달려오는 건지. 혓바닥을 길게 내밀며 만져달라고 애교를 부리는 건지. 이토록 욕심이 없고 사랑스러운 존재일 수 있을까. 그들에게 사랑이란 아무 조건 없는 마음이라, 그래서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감정이 있고 영혼이 있음에도 의사소통이 벅찰 때가 있다. 정확히 무엇을 원하고 원하지 않는지, 무엇을 그리워하고 잊어버리는지 어림짐작으로 느껴보지만 나는 그들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 하기사 사람 하고도 대화를 한들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 말이 통하지 않는 동식물은 어떠하랴.
예전부터 마음속에 품었던 질문을 다시 떠올려본다. 반려동물과 살면서 단 한 마디만 제대로 주고받을 수 있다면 나는 어떤 말을 해야 할까? 그리고 그 아이는 나에게 뭐라고 할까? 내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반응하는 것들을 따라가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유추할 수 있지만, 그래도 한 번 즈음은 내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 많고 많은 아름다운 말 중에서도 단 한마디만 전달한다면.. 글쎄
밥 많이 못 줘서 미안해.
꼭 건강해야 해 아프지 말아 줘.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그리고 너를 사랑해.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하다'라는 말은 아무리 해도 부족한 말일 테지만, 한마디로 함축하여 전달하기엔 이마저도 미련이 남을 것 같다. 그들은 우리가 집을 나갈 때마다 불안해하고,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그 걱정 속에서 애달픈 마음이 집안 곳곳에 퍼지게 된다. 그것들은 창문을 보다가 소파에 누웠다가 스르륵 잠에 들기도 하며 가끔은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다가 자기는 절대 모르는 일이라며 능청을 떠버린다. 절대 떠나지 않겠다는 마음 하나만 알게 해 준다면 그들은 그렇게 불안하지 않을 수 있을까? 기필코 한 마디만 할 수 있다면, 나라는 사람은 이렇게 말하겠다. ‘걱정하지 마. 곧 돌아올게’
마음속에 있던 말을 흩뿌리면 이런 마음이다. 나는 항상 네 옆에 있어주겠다는 걸 네가 알아주면 좋겠다. 그리고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 항상 내 옆에서 꼬리를 흔들어주고, 웃어주고, 울어주고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는 것이 네가 정한 사랑이라면, 네가 그토록 갈망해 온 사랑이 그런 거라면 꼭 그렇게 해주길 바란다. 그럼 나는 나를 사랑해 주는 너를 위해 다시 웃어주고, 울어주고, 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다가 내 사랑이 모자라다 느낄 즈음엔 너에게 달려가겠다. 너는 내 사랑을 듬뿍 채워주는 존재니까.
그럼 그들은 꼬리를 흔들며 말하겠지.
‘늘 기다리고 있을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