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후 보낸 4년 간의 시간과 내일부터 보낼 시간들.
마지막 게시글을 올린 지 벌써 일 년이 넘었네요. 앞으로 몇 개의 게시글은 제가 2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상담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직업계 고등학생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들과 그것에 대한 저의 장황하면서 어수선하고 어리숙한 답변을 적어보려 합니다. 정답은 아니지만, 해답을 찾기 위한 나침반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전에 마찬가지로 장황하면서 어수선하게 제 소개를 해볼까 합니다.
취업한 직후부터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저와 같은 환경의 학생들을 돕고 싶었습니다. 사실 그때만 해도 회사 경력이 오래되지도 않았고, 다른 회사들의 실정이나 고졸로 회사를 다니면서 어떤 방향의 진로가 있는지 등에 대해선 지식이 부족했습니다. 물론 아직도 부족하고요.
그렇지만 어떤 회사에 소속되어 몇 년 동안 시간을 보내다 보니 뜻 하지 않게 얻는 정보들도 많고 입사 전후로 했던 생각들과는 많이 달라진 저의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다양한 진로도 개척하려 노력도 했고요. 무엇보다 누구보다 행복하려 노력했습니다. 흔히들 직장인이 리프레쉬하러 떠나는 해외여행을 입사한 해엔 6번, 그다음 해엔 7번을 다녀왔습니다. 취미엔 천만 원이 넘는 카메라를 샀고요, 투자로 이 카메라 가격의 몇 배를 잃기도, 몇 배를 벌기도 했습니다. 출퇴근을 제외하고도, 제 자동차의 주행거리는 2년 반 동안 6만이 넘었습니다. 출퇴근까지 계산하면... 해외여행이 아니더라도 전국을 많이도 다녔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요즘 유행하는 말로는 욜로라고들 하죠? 네, 맞습니다.
그렇지만 대책 없는 욜로는 아닙니다. 저는 나름 이성적이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자기합리화가 되더라구요^^
지금 아니면 언제 즐기겠습니까? 아, 물론 저는 아이를 낳기 전까진 즐기긴 할 건데요, 지금은 더더 많이 즐긴다는 말입니다. 3년 뒤에는 휴직이든 퇴사든 하고 세계일주를 떠날거구요(코로나가 해결된다면) 게스트하우스와 카페, 빵집을 같이 차려서 운영할거구요 지금 일하는 분야의 기술사도 취득할 거고 학사 이상의 학위도 취득할 거예요.
무모해 보이시나요? 사실 저도 그래요. 사실 막막해요. 사실 어떻게 해야 될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지금 이른 시간에 일어나 책을 펴고 공부하는 게 맞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뭐든 시작이 중요하다고, 하나하나 해보니까 다 되더라구요. 그리고 그런 경험들이 또 다른 저를 만들더라구요. 전 원래 꿈이 없었어요. 차는 무슨 그냥 스쿠터면 됐지. 하는 사람이었고, 여행은 부모님이 가자가자 몇 날며칠을 부탁해야 갔었어요. 사람 만나는 게 어려워서 집에서 게임만 했고요. 전형적인 꿈 없고 세상에 소극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하나 씩 경험이 생기니까 연쇄적으로 목표가 생기게 되고, 게임 속 퀘스트 달성하 듯 목표를 이뤄나가니까 취업도 하고 대외활동도 하고 대학도 가고 여행도 가고 사람도 만나고 꿈이 생겼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고 갖고 싶은 물건이 생겼어요. 누군가의 관점으론 신기한 사람일 수도 있고, 주변 어른들의 관점으론 대책 없다는 말도 몇 번 들었어요. 그렇다고 딱히 제 삶을 바꿀 생각은 없습니다.
간략한 제가 취업 후 보낸 시간들과 보낼 시간들에 대한 소개였습니다. 다음 게시글부턴 정보글로 돌아오겠습니다.
부디 여러분들도 행복한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제가 좀 행복해봐서 아는데, 행복한 거 진짜 좋더라구요. 행복이 진짜 좋은 게 뭐냐면, 길에서 파는 3천 원짜리 귤 봉지에도 담겨 있는 게 이 놈의 행복이더라고요.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