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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이별이 Jul 19. 2019

이 많던 친구들은 어디에 있었을까

나는 서울대가 부럽지 않았다.

인연이란 정말 소중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에서야 느끼지만, 내가 살아오면서 만난 인연들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누군가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한 권의 책을 읽는 것과 같다고 했다. 고등학교 시절 만난 수많은 인연들. 나는 참으로 많은 책을 읽었고, 그 책들은 나의 책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서로의 삶을 꺼내어 보여주고 감정과 생각을 나누는 것. 그 시절 나를 성장시킨 건 니체의 아포리즘이 아니라 친구들과 나눈 하나의 문장이었다. 고등학교에 오면서 니체를 만나는 시간을 줄였던 것은 이제 그가 필요 없어졌는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스스로 생각할 때, 꽤나 불행한 유년 생활을 보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시작됐던 부모님의 불화는 내가 그들에게 정서적 안정을 갈구하지 않아도 될 때쯤 끝이 보였고, 그 기간으로 인해 -확실하진 않다- 원래 밝고 활동적인 성격마저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그 시간은 어렸던 나에게 고통스러웠고, 무서웠다. 그 어린아이가 가장 편해야 할 곳은, 눈치를 봐야 했고, 숨죽여 울어야 했으며 그 어느 곳보다 불편했다. 큰 이모는 나를 차에 태우고 내가 좋아하는 사과를 쥐어주며 말했다. "시간이 해결해줄 거야." 나는 그 좋아하던 사과를 먹지 못 했다. 나는 이때가 너무 싫다. 이때의 나, 이때의 부모님.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지만, 내가 느꼈던 감정마저 해결해주진 않는 것 같다.


그때 문 뒤에서 숨죽여 울던 나를 안아주고 싶다. 그때의 나는 누구라도 나를 안아줬음 했다.


나는 친구가 없었던 만큼 책을 친구 삼았다. 한 날은 제우스가 내 친구였고, 한 날은 조조가 내 친구였다. 이때 친구 삼았던 니체는 나의 삶을 관통하여, 이 때로부터 먼 이야기지만 철학과에 입학한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누구 덕분에 지금껏 자랐나를 따져본다면 부모님을 제외하곤 니체가 가장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어쩌면 그들보다도 더.




내가 학교에 입학하고 처음 기숙사를 배정받았을 때, 같은 방에 편부모 가정인 친구가 있었다. 그리고 옆방에는 조손가정이 있었고, 그 옆 방엔 저소득층 가정인 친구, 시골에서 작게 농사짓는 친구가 있었다. -농업민에 대한 비하는 절대로 아니다- 내가 관심이 없었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중학교 때까지 이런 친구를 만난 적이 없었다. 건너 건너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내가 만나 대화를 나눠본다거나 해본 적은 없다. 그런 친구들이 우리 학교에는 많았다. 나의 삶의 무게는 친구들의 삶에 비하자면 그리 크지 않았다. 나의 고통 또한. -물론 절대적으로 나의 생각이다-


나의 고정관념 속에 이 들의 환경에 대한 이미지는 이러했다. 비뚤어지거나,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거나, 사교성이 부족하거나 기타 등등. 아주 편협되고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고졸에 대한 편협한 시선을 가진, 내가 싫어하던 그 '어른'들처럼 말이다.


내가 그 어른들이 말하던 실패한 고졸의 인생을 살지 않듯, 내 친구들 또한 내가 생각한 그런 인생을 살아오지 않았다.

부모의 보살핌은 못 받았지만 누구보다 친구들을 잘 챙겼으며, 돈이 없었지만, 그렇기에 누구보다 노력하던 친구들이었다.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어두운 환경 속에서 스스로 자신을 밝히는 친구들을 보며 나는 정말 부끄러웠다. 나는 누구보다 어른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나의 오만함이었다. 친구들은 나보다 훨씬 큰 사람이었다.


기숙사에서 우리는 밤새도록 서로가 살아온 얘기와 살아갈 얘기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친구들의 인생을 배우고 이해하며 나는 하루하루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처음으로 나의 가족사를 터놓고 얘기하자 그들은 아무렇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마치 그것이 너의 잘못이 아니라는 듯. 그저 어린 시절 내가 원했던, 그때의 나를 안아주는 사람처럼. 




누군가 그런 얘기를 했다. 서울대가 좋은 이유는 우리나라 최고의 머리를 가진 인맥들과의 인프라 때문이라고. 우리나라 최고의 교수, 학생들과 만나며 인적 교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라고 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나와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친구들과 3년 동안 부대끼며 지낸 것. 기숙사에서 매일 밤 이야기를 하며 웃기도, 울기도 하며 잠이 든 것. 매일 아침 운동장을 뛰며 고통을 공유한 것. 같은 목표를 가지고 들어와 선의의 경쟁자가 된 것. 서로의 성공에 대해선 질투가 아닌 박수를 보냈고, 실패에 대해선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넨 것. 그런 친구들이 있기에 나에겐 이 학교는 최고의 학교였다. 그와 동시에 최고의 친구들이었다.


나는 마이스터고에 진학한 것을 매우 후회하지만, 친구들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다. 대학교엔 이 친구들이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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