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화를 즐겨 보는 사람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평가에 휩쓸리지 말자'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혹평을 받는 영화는 꼭 보고 싶어 진다. 영화 <외계+인>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1편이 개봉하고 난 후 노이즈 마케팅인가 싶을 정도로 재미없다는 평이 쏟아져 대체 어떤 영화일까 궁금증이 생겼다. 하지만 시리즈물이어서 2부도 제작 중이라고 하길래 2부가 나오면 1부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감상을 잠시 미뤄두고 있었다.
그렇게 영화를 잊어갈 무렵 우연히 예고편을 보고 드디어 <외계+인 2부>가 개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아니나 다를까 또 혹평에 시달리는 그 영화가 영화관에서 내려가기 전 미뤄왔던 전편을 보고 2부까지 이어서 보고 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영화가 꽤 재밌었다. 1부를 보고 실망했다면 2부 역시 OTT 서비스에서 보면 되었을 텐데, 2부는 영화관에서 볼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영화관에서 봐줘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2부를 보고 나니 영화관에서 꼭 봐줬어야 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사람들은 왜 혹평을 할까
사람들이 특히 이 영화에 혹평을 하는 이유는 한국에서는 아무도 도전하지 않았던 세계관 때문이다. 외계인과 도사의 조합이라니, 뜬금없는 이 조합은 사실 나쁘지 않게 전개를 이끌어 나간다. 2부까지 보고 나니 이 영화는 한국판 어벤저스를 꿈꾼 영화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문제는 꿈꾸는 데에 그쳐버렸다는 것이다. 아직 한국에서는 이런 판타지 액션 히어로물이 나온 적 없는데, 번뜩 떠오르는 유사 히어로물은 <범죄도시>밖에 없을 정도로 한국영화는 판타지에 있어서 미비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서양의 거대한 자본이 대놓고 큰 스케일로 짱짱하게 만든 마블, 디씨 코믹스, 미션임파서블 등에 익숙한 우리에게 한국형 히어로물은 너무나도 허접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나 역시도 마블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번 영화가 루즈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었던 이유는 한국적인 영웅인 도사, 신선이 나오기 때문이다. 최동훈 감독은 이전에도 <전우치>를 제작하며 한국형 히어로를 조명시켰는데, 한국의 전통에도 이렇게 멋진 존재가 있었다니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면서 사람들을 캐릭터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영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다이나믹한 세계관 없이 캐릭터만 이해하면 충분히 스토리를 잘 따라갈 수 있었다는 데에도 이유가 있다. 하지만 <외계+인>은 공간적으로 우주와 지구를 넘나들고 시간적으로 과거와 미래를 오가기 때문에 그 안에서 세계관을 이해하고 캐릭터를 파악하기에 버겁다. 어벤저스가 재밌는 이유도 각 히어로들의 솔로무비를 통해 세계관과 캐릭터의 충분한 이해가 뒷받침된 상태에서 그들의 합을 보기 때문인데, <외계+인>은 설명할 이야기가 많은 것에 비해 주어진 시간이 너무나도 짧았다.
그렇다면 오히려 드라마로 제작되는 것이 나았을까? 드라마는 매편 끝이 날 때마다 다음 편이 궁금하게 만들어야 시청률이 확보된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세계관 설명에 많은 것을 할애해야 하는 이 스토리가 다음을 얼마나 궁금하게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된다. 결국 너무 괜찮은 세계관을 구성했더니 '호흡이 길어야 하는데 호흡이 길면 안 되는' 어려운 숙제가 남아버린 것이다.
물론 외계인들이 왜 하필 그 많고 많은 행성 중 지구에 있는 인간들에게 죄수를 심는지, 죄수들이 어떤 이유로 탈옥을 하는지, 왜 지구를 점령하려고 하는지, 인간에게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로봇 가드가 왜 이안을 거둬들이고 마음(애초에 마음이 없는 존재인데)을 쓰는지, 이안의 전투력은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인지 등 개연성에 있어서 여러 허점들도 보인다.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관객들에게 이런 허점들은 계속 걸림돌이 되기 마련이다. 영화, 드라마, 소설 등 스토리가 있는 모든 작품은 보는 이들을 충분히 설득하고 빠져들게 만들어야 하는데, <외계+인>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잘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점들에 빗대어 보아도 <외계+인 2부>를 영화관에서 본 것을 후회하지 않는 이유는 앞서도 말한 것처럼 한국형 판타지 히어로물의 시초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넷플릭스 <승리호> 역시 한국에서는 만들어본 적 없는 판타지 히어로물이었지만 '오, 한국도 이런 영화 만들 수 있네.' 하는 정도의 감상이 나올 뿐이지 '한국형'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애매하다. 도사, 신선, 검객, 도깨비 등(알고 있는 존재가 이 정도밖에 없다는 것도 슬프다) 한국의 전통적 판타지 캐릭터들이 중심을 잡고 있어야 볼 때도 재밌고 한국만이 만들 수 있는 한국형 판타지 히어로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존재들이 매력적으로 보이고 강한 빌런과 대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영화라는 점에서 <외계+인>은 한국형 판타지 히어로물의 시초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아쉬움은 많이 남는 영화지만 충분히 볼만했던 영화고, 이런 영화가 흥해야 앞으로 이런 영화가 많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벌써 예견된 흥행 부진이 안타까울 뿐이다. 쓰다보니 영화의 부족한 점에 비중을 더 많이 두었지만, 주인공외에도 유쾌한 콤비인 흑설과 청운, 짧지만 임팩트 있는 민개인, 우왕이와 좌왕이 등 모든 캐릭터가 최동훈스럽게 매력적이고 액션 역시 보는 맛이 있어 눈이나 귀가 심심하지 않았다. 기대치를 너무 높게 만든 멋진 소재와 세계관이 문제라면 문제가 아닐까....... 여전히 생각한다. 감독은 최선을 다했고, 기대를 조금만 낮추고 보면 충분히 괜찮은 영화라고. 부디 내가 쓰는 이 글 한 편이 영화 관객 한 명 늘리기에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