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간 위의 아이

by 슈리엘 아샬라크

*


이른 새벽이었다. 화장실에 가기 위해 침대에서 조용히 몸을 빼냈다. 그런데 거실에 들어선 순간 발걸음이 멈췄다. 커튼 뒤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일렁이는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사람이었다. 남편을 깨워야 하나 망설이던 그때, 그 실루엣에는 어딘가 낯익은 기운이 서려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베란다 문을 밀었다.

“흡.”

숨이 턱 막혔다. 긴 흰 원피스, 흐트러진 머리카락. 공포영화 한 장면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시아였다.

“누군가 했잖아. 시아야, 이 시간에 여기서 뭐 하는 거니?”

역시나 대답은 없었다. 이젠 익숙한, 그러나 여전히 낯선 침묵이었다. 시아가 함묵증이라는 걸 알게 된 이후, 나는 압박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다가가려 했다.

“무얼 보고 있는 거야?”

시아는 난간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도 시아의 시선이 닿은 그곳이 왠지 모르게 으스스했다. 시아의 눈빛은 현실과 꿈의 경계, 그 어딘가에 머물러 있었다. 몸은 이곳에 있지만, 눈동자는 이미 다른 세계를 걷고 있었다.

그 순간, 시아가 오른손을 뻗었다. 허공을 가르는 듯한 손짓. 이내 왼손까지 따라 뻗었다. 무언가를 잡으려는 듯, 보이지 않는 것과 접촉하려는 행동에, 몽유병? 그 단어가 스치자마자 등골이 서늘해졌다. 시아는 난간 위로 올라섰다. 두 팔을 벌리고 균형을 잡으며 허공을 가르던 그 순간, 본능처럼 달려들었다.

“시아야! 안 돼, 거기서 내려와! 위험해!”

그 순간 떠오른 단어가 나를 지배했다.

“엄마랑 방에 들어가자!”

시아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리고 나도, 얼어붙었다. 방금… 내가 뭐라고 한 거지? ‘엄마’라고?

나는 떨리는 손으로 시아의 손을 꼭 붙잡았다. 난간에서 조심스레 시아의 몸을 떼어내며 속삭였다.

“그래, 방으로 가자. 우리, 방으로 가자.”

나는 그때 처음으로, 그 아이를 품에 안고 싶다고 느꼈다.



*



이른 아침, 식탁에 앉아 남편과 함께 식사하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시아, 혹시 몽유병 있는 것 같아.”

남편은 뜨거운 우거짓국을 넘기며 무심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엔 놀람도, 걱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새벽에 있었던 일을 꼼꼼히 풀어놓았다. 시아가 난간 위에 올라갔다는 사실까지 말하면서. 하지만 남편의 반응은 여전히 무덤덤했다.

“내버려 둬. 몽유병은 위험 요소만 제거하면 돼.”

“그게… 다야?”

내 목소리가 떨렸고, 작은 속삭임으로 다시 물었다.

“병원에 데려가 본다던가, 치료 같은 건 안 하는 거야?”

남편은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시아 엄마도 그랬어.”

“유전인가?”

놀라 되물었지만, 남편은 고개를 끄덕이지도, 젓지도 않았다.

“어쨌든, 일찍 자게 하면 괜찮을 거야.”

그의 말에 나는 내 속에서 한 치의 의심과 분노가 교차하는 것을 느꼈다. 자기 자식인데, 어째서 저렇게 지독하게 무심한 거지. 나는 그의 무심함에 기가 막혔다. 아니, 조금 질려 버렸다. 그러다 문득, 이 사람이 우리 아이에게도 이러는 건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내 마음이 그에게도 닿았던 걸까. 그는 스스로를 타이르듯 말했다.

“시아는, 하고 싶은 대로 살게 내버려 둬. 그게 그 애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해.”

나는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남편의 굳게 닫힌 표정과 냉정한 눈빛에 결국 말을 삼켰다. 어쩌면, 뭔가 더 깊은 숨겨진 진실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우리에게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기만을 바랐다.

나는 결국, 또다시 등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