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탐구생활 (2)

MBTI와 에니어그램

by 슈리엘 아샬라크


“너 자신을 알라.” 고대 델포이 신전의 현판에 새겨진 이 문장은 인류가 스스로를 성찰해 온 가장 오래된 요청일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자신에 대해 가장 무지한 존재다. 우리는 타인을 평가하고 세계를 해석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을 정직하게 마주하는 일에는 서툴다. 그래서일까. 나는 스스로를 알아가는 사소한 실험을 준비했다. 재미없는 일상 속에서 작은 이벤트처럼 마련한 자기 탐구의 시간. 그것은 몇 가지 성격 검사를 해보는 일이었다.


에니어그램의 첫 만남

내가 먼저 접한 것은 에니어그램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인간을 아홉 가지 성격으로 분류하는 단순한 틀이지만, 실제로는 복잡한 격자망과 같다. 날개라 불리는 보조 성향, 각 유형 내의 세부 변이, 상황에 따른 변동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총 486가지의 세밀한 유형으로 확장된다. 숫자의 정교함 속에서 오히려 무궁무진한 해석의 가능성이 드러난다. (위키백과 참조)


검사 결과는 5w4였다. 다섯 번째 유형, 즉 탐구자·관찰자가 중심이 되었고, 그 곁에는 네 번째 유형인 예술가·개성 추구자가 날개처럼 달라붙어 있었다. 단순한 진단임에도 불구하고, 이 조합은 내 삶을 설명하는 열쇠처럼 다가왔다.


5번 유형 ― 지식을 추구하는 자

에니어그램에서 5번은 사유와 탐구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려는 유형이다. 관찰과 분석, 거리 두기를 통해 자신을 보호하고, 지식을 안전망으로 삼는다. 이 유형의 핵심 욕구는 세상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통해 생존의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반대로 핵심 두려움은 무지와 무능이다. 알지 못한다는 사실, 무력하다는 자각이 이들을 끝없는 학습과 탐구로 몰아넣는다.

나는 이 설명에 낯설지 않았다. 관심 있는 주제라면 집요하게 파고들며, 관심 없는 영역은 공백처럼 방치하는 내 모습이 정확히 겹쳐졌다. 나는 언제나 ‘아는 것’의 영역을 넓히려 애쓰면서도, 동시에 모르는 것의 공포를 견디지 못했다. 그 불안을 메우는 방식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사유의 가지를 뻗어나가는 일이었다.


4번 날개 ― 감수성의 그림자

그러나 나는 단순한 5번이 아니다. 날개로서의 4번, 즉 개성과 예술성을 중시하는 성향이 나의 주변을 감싼다. 이 날개는 나를 더욱 내면으로 끌어당기고, 남과 다른 고유성을 추구하게 한다. 예술가적 기질, 감성의 진동, 자기만의 색깔을 갖고자 하는 욕망이 여기에 속한다.

그래서 나는 단순히 지식을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언어로, 이미지로, 음악과 문학의 형상으로 바꾸려 한다. 5번의 냉철한 관찰력에 4번의 예술성이 섞일 때, 지성과 감성, 논리와 상상력이 교차하는 독특한 빛깔이 생겨난다. 그것은 나의 강점이자 동시에 고립의 원인이기도 하다. 지나친 내면화는 외부 세계와의 단절을 낳고, 풍부한 감정은 종종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이 균열이 바로 5w4가 짊어져야 할 숙명적 과제일 것이다.


학문적 분석 ― 존재론적 위치로서의 5w4

학문적으로 보자면, 5번과 4번의 결합은 흥미로운 지점을 형성한다. 5번은 인식론적 태도, 즉 ‘세계는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몰두한다. 반면 4번은 존재론적 태도, 즉 ‘나는 누구인가, 나의 고유성은 무엇인가’를 탐색한다. 따라서 5w4는 인식과 존재의 교차점에 서 있는 유형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의 내면에는 “알고 싶다”는 욕구와 “표현하고 싶다”는 욕망이 동시에 흐른다. 이 결합은 철학과 예술, 과학과 문학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이 서로를 비추는 장場을 만든다. 플라톤이 이데아를 논하면서도 시적 은유를 빌려야 했던 것, 니체가 철학을 썼으나 그 문체가 시로 읽혔던 것, 모두 이러한 교차적 성향의 산물일 것이다.


MBTI와의 공명

놀라웠던 것은 이 에니어그램 결과가 MBTI와도 정확히 공명한다는 사실이었다. 5번은 흔히 INTP나 INTJ와 연결되는데, 나는 무료든 유료든 어떤 검사로 하든 예외 없이 극단적인 INTP가 나왔다.

INTP는 ‘논리적 사색가’로 불린다.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새로운 이론을 세우며, 정답보다 질문을 즐긴다. 이는 곧 5번의 탐구 성향과 일치한다. INTP의 세계는 가설과 추론, 가능성의 실험실이다. 그들은 무언가를 알기 위해 세상과 거리를 두며, 관계조차 분석의 대상이 된다.

에니어그램과 MBTI, 두 다른 심리학적 언어가 서로 다른 길에서 출발해 결국 같은 지점에서 만나는 것을 보며, 나는 내 성향이 우연이 아님을 깨달았다.

> 일관성 지수가 꽤 높게 나왔다.




관계의 문제 ― 고독과 친밀

5번 유형은 관계 속에서 특유의 긴장을 드러낸다. 그들은 내면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거리를 두지만, 동시에 깊은 교감을 갈망한다. 표면적으로는 냉정하고 침착하지만, 신뢰가 형성되면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진솔하다.

그러나 문제는 에너지다. 5번에게 관계는 소모적이다. 감정적 요구가 과도해지면 곧장 고립을 선택한다. 마치 배터리처럼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면서, 그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애쓴다. 이 모순은 내 삶에서도 늘 드러났다. 고독을 사랑하면서도 고독을 두려워하고, 친밀을 갈망하면서도 친밀을 회피하는 이중적 태도. 그것은 나의 자화상이었다.


직업의 길 ― 작가라는 운명

검사 결과지가 내게 권한 대표적 직업은 작가, 예술가, 발명가였다. 순간 웃음이 났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탐구자와 예술가가 교차하는 5w4라면, 글쓰기만큼 적합한 영역도 드물 것이다.

작가는 지식과 감수성을 동시에 요구한다. 세계를 이해하고, 그것을 언어로 재구성해야 한다. 분석적 사고와 예술적 상상력이 함께 작동해야만 문학이 탄생한다. 따라서 글쓰기는 나에게 단순한 직업적 선택이 아니라, 내 성향이 요구하는 삶의 방식이다.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글에 매달려 있었다. 세계를 탐구하려는 욕망과, 그것을 독창적으로 표현하려는 욕망이 만나는 자리에서 글은 자연스레 피어났다. 글은 나의 실험실이자 무대이며, 지성과 감성이 손을 맞잡는 유일한 공간이다.


고독의 행군 ― 나의 길

나는 지금 ‘고독의 행군’을 걷고 있다. 이 행군은 세상과 거리를 두고 길을 걷는 과정이며, 동시에 예술로써 그 길을 번역하려는 여정이다.

5w4라는 이름은 단순한 심리적 분류가 아니다. 그것은 나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징이고, 내가 감내해야 할 숙명이다. 나는 지성과 감성의 경계에서, 관찰과 창조의 경계에서 살아간다. 고독하지만 충만하고, 냉정하면서도 뜨겁다.

글쓰기는 이 모든 모순을 품고도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다. 탐구하면서 동시에 창조하는 일, 이해하면서 동시에 표현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나의 존재 이유이자 미래의 길이다.


결론

성격 검사는 결코 절대적 진리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될 수 있다. 나는 에니어그램과 MBTI를 통해 나의 성향을 새삼스럽게 확인했고, 그것을 글쓰기라는 삶의 방향과 겹쳐 보았다.

결국 나는 글작가가 되고 싶다. 그것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가장 온전히 살아낼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지성과 감성, 탐구와 창조가 만나는 자리에서, 나는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고독의 행군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그 끝에서, 나의 글이 누군가의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