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팔로워가 되기 위한 고민들

나의 역할 뜯어보기

by 샨티

회사에서 나에게는 여러가지 역할이 주어진다. 프로덕트 디자이너, 스쿼드 B의 팀원, 디자인 파트의 팀원...

상황과 상대에 따라 역할은 유동적이지만, '회사'라는 큰 관점에서보면 나는 팔로워(follower)의 자리에 있다. 리더는 CEO, 물론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겠지만 말이다. 오늘은 그 수많은 역할 중 팔로워라는 위치에서 고민한 내용을 정리해보려 한다.


최근 들어 '좋은 팔로워가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단순히 잘 따르는 사람일까? 일을 빨리 잘 하는 사람일까? '팔로워'라는 단어에는 따라가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동적인 팔로워와 능동적인 팔로워는 분명 다르다. 리더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팔로워가 있고, 그 팔로워의 태도에 따라 팀 전체의 움직임도 달라지니까.





리더와 팔로워, 각자의 역할은 무엇일까?


조직에서 리더의 역할은 많겠지만 그 중 핵심은 단연 비전을 제시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조직이 어디로 가야하는지, 왜 그 방향이 중요한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팔로워가 온전히 믿고 동참할 수 있도록 마음을 얻는 것까지 포함된다. 그러면 동기부여가 생기고, 팀원의 성장도 자연스레 따라온다.


팔로워의 역할 중에서는 리더가 세운 비전을 현실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테다. 이를 위해서는

(1) 리더가 말하는 비전과 방향을 잘 이해하는 것이 선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2) 자신의 영역에서 잘 현실화해야할 것이다.

이 두 가지를 파헤쳐보면 어떤 팔로워가 좋은 팔로워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비전을 '잘' 이해한다는 것


단순히 리더가 말한 내용을 잘 듣고 따른다는 것을 넘어, 리더의 의도와 맥락, 궁극적인 목표를 이해해서 조직 내 나의 역할과 행동에 연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가령 리더가 "우리는 어떤 시장의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합니다."라고 말했다면, 그대로 기억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아래 세 가지 질문을 더 던져볼 수 있을 것이다.

왜 그 비전이 중요한지

현재 상황에서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내 업무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해야 하는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체적으로 이해한다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영역에서 잘 현실화하는 것과 연결지어볼 수 있다.





비전을 '현실화'한다는 것


여기서부터는 본격적으로 나의 직무적 역할이 많이 개입한다. 내 업무에서 이 비전을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실현 가능한 방법으로 풀어내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비전이라도 각자의 직무적 역할에 따라 구체화되는 과정과 결과물은 크게 달라진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잘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비전과 방향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비전과 방향은 생각보다 많은 순간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다.

예를 들어, 업무의 우선순위를 찾을 때나 의사결정을 할 때 말이다. 비전과 방향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은 곧 우리에게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명확하지 않다는 뜻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무엇을 위주로 시간과 인력을 배분해야하는지 판단하기 힘들어진다. 그렇게 되면 사람마다 각자의 생각을 하게 되고, 생각이 많아지면 의사소통에 시간이 걸리는 악순환으로 연결된다.

간접적인 영향으로는 팔로워의 입장에서 일의 의미를 찾기 어려워진다는 점이 있다. 내가 하는 일이 어떤 큰 그림에 기여하는지 모르겠으니 일을 단순 과업으로만 보게되고, 열정이나 성취감이 떨어지면서 자연스레 동기 저하로 연결되는 것 같다.





나는 어떤 리더를 따를 때, 능동적인 팔로워가 될까?


일하는데 있어서 환경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성향이 능동적인 편이라도, 더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찾고 조성하는 것도 본인의 몫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에게 맞는 리더가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나는 어떤 상황에 좀 더 몰입하고 능동성을 발휘하는지, 일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지 등을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런 고민의 답을 내리기 위해 도움이 되는 질문들을 모아봤다. :


(1) 나에게 맞는 소통 스타일은 뭘까?

세부적으로 설명해주는 스타일일까? 큰 그림만 주면 채워나가길 좋아할까?

(2) 나에게 맞는 의사결정 방식은 뭘까?

함께 토론하며 결정하는 형태일까? 명확하게 방향을 제시해주는 형태일까?

(3) 지금까지 가장 몰입해서 재미있게 일했던 프로젝트는?

새로운 도전이 주어질 때? 전문성을 파고들 때? 팀워크가 잘 될때?

(4) 나는 어떤 인정을 받고 싶어할까?

결과에 대한 칭찬을 원할까? 과정에서의 노력에 대한 인정을 원할까? 성장에 대한 격려를 원할까?


이 글을 쓰며 나에 대한 고민을 좀 더 해봤을 때는 :

(1) 큰 틀에 대한 방향은 명확하게, 그리고 그 이유와 맥락까지도 세세하게 이해시켜주는 것을 좋아한다.

(2) 반면 작은 단위의 실행은 나에게 맡겨줄 때, 이 때 생기는 특유의 책임감이 상당한 재미와 능동성을 불러일으킨다.

(3) 결과와 과정 모든 것에 대한, 수시적인 피드백을 선호한다.

(4) 새로운 도전도, 매번 바뀌는 과제도 즐겨하는 편인데, 확실한 것은 팀워크가 좋다고 느낄때 큰 재미와 조직에 대한 애정을 많이 느끼는 편이다.

(5) 심리적 안전감의 힘이 크다고 생각한다. 실수는 안하는 것이 좋겠지만 실수를 해도 배울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될 때 조금 더 도전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게되는 듯하다.





팔로워로서 내가 리더에게 줄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일까?


어쩌면 가장 중요한 질문일 것 같다. 팔로워는 '따르는 사람'이지만 세상에 일방적인 관계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는 것이 있다면 가는 것도 있는 법이니. 리더의 자리에 있어본 적은 없어서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런 것들이 조금이나마 도움될 수 있지 않을까?


1. 리더가 직접 보기 어려운 생생한 현장의 인사이트

리더는 더 넓은 것을 봐야하니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보긴 어렵다. 하지만 나의 일은 더 넓은 것을 고려하며 세세한 것을 위주로 보는 것이기에, 상대방이 보기 어려운 고객의 실제 반응, 프로세스 상의 어려움 같은 것들을 전달할 수 있다.


2. 구체화 단계에 느끼는 다양한 생각들

미션과 방향을 구체화해서 실행으로 옮기는 역할을 직접 하는 사람이기에,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고민이나 아이디어가 있다면 편하게 꺼내놓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팔로워는 리더와는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드는 생각도 다를 수 있다. 방향을 더 확고히하는 밑거름이 될지, 방향을 수정하는 근거가 될지 모른다.


3. 심리적 안정감

팀이라면, 심리적 안정감은 서로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팔로워는 리더로부터 '실패해도 괜찮다'와 같은 안정감을 얻는다면, 팔로워는 리더에게 '우리는 함께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안정감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리더의 자리는 외로우니까.





좋은 팔로워가 되는 것은 단순히 시키는 일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비전을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리더의 방향성을 깊이 이해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현실화하며, 그 과정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다시 조직에 기여하는 선순환 말이다.


결국 좋은 팔로워십은 나를 잘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어떤 환경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는지, 어떤 가치를 조직에 제공할 수 있는지 알아야 능동적인 팔로워가 될 수 있으니까.


그동안 머리 속에만 갖고 있던 생각을 글로 정리해보니 마음이 한결 편하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팔로워가 되기 위한 고민을 이어가야지 싶으면서도, 언젠가 팔로워가 아닌 좋은 리더를 고민하는 순간도 오겠지?라는 생각도 든다. 어디에 있던 핵심은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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