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가 경험한 토스의 첫 대규모 오프라인 컨퍼런스
프로덕트 디자인 실무자들에게 연례행사처럼 여겨지는 몇 가지 행사가 있는데, 토스의 Simplicity가 그중 하나다. Simplicity는 토스의 디자이너들이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지를 다양한 주제로 풀어내는 디자인 컨퍼런스다.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제는 회사를 넘어 업계의 일하는 방식을 만들어가는 회사가, 자신들의 방식과 철학을 외부에 공유한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행사다. 게다가 온라인으로 진행되어 누구나 접근 가능하고, 두고두고 참고해 볼 수 있다는 점 덕분에 실제로 실무를 하거나 동료 디자이너분들과 스터디할 때 많이 참고해 왔다.
그런 토스가 올해 처음으로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전직군 대상의 대규모 컨퍼런스를 열었다. TOSS MAKERS CONFERENCE 25. 참관객은 추첨을 통해 선발했다고 들었는데, 다행히 나에게도 기회가 생겨 다녀오게 되었다. (야호!)
컨퍼런스는 3일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하루씩 Product Day, Design Day, Engineering Day로 나뉘어 각각의 메이커들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었다. 나는 당연히 이틀째인 Design Day에 다녀왔다!
단연 좋았던 것은 '하루 종일 디자인 이야기만' 진득하게 들어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간혹 다른 컨퍼런스에 가면 하루에 Product, Design, Engineering 세션이 모두 섞여 있어서 듣고 싶은 세션에 대한 선택지가 없고, 관심 없는 세션에 시간을 쓰게 되거나, 시간이 붕 뜨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아예 3일을 한 주제씩 할당한 덕분에 '디자인'이라는 주제 안에서도 정말 다채로운 이야기들로 세션이 구성되었고, 덕분에 들어보고 싶은 세션도 많았다. 소중한 연차 쓰고 갔는데, 들어가서부터 나올 때까지 다양한 디자인 이야기로 꽉꽉 채울 수 있었다는 점이 만족스러웠다. (혹시나 현장 상황상 듣고 싶은 세션을 못 들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에 1순위, 2순위까지 뽑아갔지만, 다행히 모든 시간대에 가장 듣고 싶었던 세션을 들을 수 있었다!)
컨퍼런스를 들으러 온 사람에게는 그날 하루의 시간 관리가 꽤 중요한 테스크다. 원하는 세션을 시간 맞춰 듣고, 한 세션이 끝날 때쯤엔 '다음 세션은 뭐지? 어디서 진행하지?' 확인하는 것이 주요 행동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그런데 소책자의 시간표가 너무 헷갈렸다. 전체 세션을 메인 세션과, 소프트 & 네트워크 세션으로 구분하고, 각각을 다른 타임테이블에서 다른 시간 축으로 표현하다 보니, 시간표 구조가 다소 복잡하게 느껴져, 한 번 더 확인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시간을 두 번씩 확인해야 했고, 같은 시간대에 겹치는 세션이 무엇인지도 빠르게 확인하기 어려웠다. 소프트 & 네트워크 세션이라는 구분이 참관객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일까? 현장에서 보니 온라인 소개 페이지의 깔끔한 시간표와는 조금 다른 형식이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세션은 분야별로 운영되지만, 로비 쪽은 '메이커'라는 공통점으로 구성해 놓은 것도 좋았다. 특히 '나는 어떤 유형의 메이커인지?' 알아볼 수 있는 간단한 테스트는 정말 흥미로워고,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다른 유형들에 대한 설명도 좀 알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캐릭터가 4개니 아마 4가지 유형이었을 것 같은데, 어떤 기준으로 구분했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또 하나 정말 좋았던 것은 '메이커스 노트'였다. 내가 원하는 커버를 선택하고, 속지는 내가 듣는 세션들로 채워서 하나의 노트를 만드는 방식이다. 세션 속지에는 세션에 대한 소개도 간단하게 나와 있어서 기록하기도 좋고, 시간이 지난 후에 이 세션을 기억해 내기도 좋았다. 원래는 노션이나 메모장에 세션 기록을 하는 편인데, 이미 세션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는 노트가 손에 쥐어지니 자연스럽게 노트에 메모를 하게 되더라.
하지만 문제는 이 세션 속지가 메모용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살짝 코팅된 재질이었다. 현장에서 주신 펜으로 메모를 하기엔 꽤 어려움이 있었다. 펜이 잘 나왔다가 안 나왔다가.. 중간에 몇 번이나 노션으로 넘어갈까 싶었지만, 그래도 세션에 대한 설명 옆에 기록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아서 참았다. 이 노트를 기록의 취지로 기획하셨다면 다음에는 종이 재질 변경을 고려해 주시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이커스 존'에서는 각 공간에서 미션을 수행하면 스티커를 받고, 스티커로 럭키드로우에 응모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스티커를 받는 방식이나 기준에 대한 설명이 없어서 스태프 분들이 반복적으로 외치면서 안내를 하시던데, 안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면 참여 경험이 좀 더 좋아졌을 것 같다.
게다가 메이커스 월에서 참관객들이 수행해야 하는 임무는 글자에 적힌 그 메시지를 '읽는 것'이었다. 처음에 그걸 듣고 '읽는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하나?..' 하는 당혹감이 들었고, 스태프 분들도 다소 애매해하시는 모습이 보였다. 인파가 몰리면서 결국 사람들은 그냥 줄을 서서 스티커를 받기만 했다. 원래 기획 의도가 더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읽기’ 과정을 유지할 수 있는 보완이 있으면 좋겠다.
세션에서 무엇을 이야기했는지, 다른 디자이너는 무엇을 배웠고 느꼈는지 긍금해서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많을 것 같다. 사실 세션별로 정말 다양했다. 어떤 세션은 배울 게 많았고, 어떤 세션은 디자이너로서 공감할 만한 포인트가 많았고, 어떤 세션은 스스로를 반성하게 만들었고, 또 어떤 세션은 당장 무언가를 해보고 싶게 만들었다. 고작 7개의 세션을 들었을 뿐인데도 이렇게나 다채로운 감정이 남은 걸 보면, 듣는 사람의 상황과 관점에 따라 체감은 더 크게 달라졌을 것 같다. 게다가 몇 달 후면 전체 세션이 온라인으로도 공개된다고 한다. 그때 다시 전체적으로 정리하면서 이 컨퍼런스를 되짚어볼 수 있을 것 같다.
대신 내가 한 번 더 질문을 던졌던 부분은 이거다. 어차피 이것도 온라인으로 공개를 할 내용이었다면,
"왜 토스에서는 추가적인 비용과 시간과 노력을 들여 오프라인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을까?"
물론 참관객인 나 자신에게도 동일한 질문을 던져봤다.
어차피 조금 있으면 온라인으로 볼 수 있는데, 연차를 써서까지 이걸 보러 갈 필요가 있을까?
나의 답은 오프라인 행사야말로 '다른 메이커의 존재'로부터 느끼는 '유대감'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편하게 원하는 세션을 들을 수 있지만, 함께 듣는 사람이 누구인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듣고 있는지, 그들이 어떤 표정으로 보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까지 알긴 어렵다.
하지만 한 공간에 모여 이야기를 듣는 순간만큼은 이 사소한 것들을 직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같이 웃고, 탄성 하고, 질문을 주고받고, 후기를 나누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면서 ‘우리’라는 감각이 생긴다. 그리고 거기에서 알게 모르게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는데, 그 감정들이 단순히 그 순간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평소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며 느꼈던 외로움이나 막막함을 달래주는 역할을 한다. '아,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과 함께.
이런 경험이야말로 토스가 이번 오프라인 컨퍼런스를 통해 만들고 싶었던 진짜 가치가 아닐까 싶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메이커라는 정체성으로 뭉친 커뮤니티의 끈끈함을 느끼게 하는 것 말이다.
쓰다 보니 너무 사소한 감상이 많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고객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토스이기에, 그만큼 나도 높은 기대를 가지고 바라보게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솔직한 피드백도 더 자유롭게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제품을 만들면서 제일 답답한 순간은 사용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을 때다. 지금 잘 가고 있는 건지 아닌지 모르니까. 이번 행사를 기점으로 토스가 더 많은 오프라인 행사를 만들어가길 기대하며, 작은 참관객의 목소리를 이 글에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