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트 디자이너 3년 차 회고 : 보는 눈이 달라지다

제품, 사람, 나를 바라보는 관점의 확장

by 샨티

커리어 초반에 많이 들었던 말이 있어요. "3년 정도 해보면 느낌이 올 거야."

그때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어요.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 뭔가 익숙해진다는 뜻이겠거니 했어요.


어느덧 3년을 채웠습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한 지 3년, 스타트업이라는 환경에서 시간을 보낸 지 3년, 그리고 한 회사에서 근무한 지 3년. 이제는 그 느낌을 조금 알 것 같아요. 보는 눈이 달라지는 것 같달까요.

같은 상황을 바라봐도 예전과는 다른 관점에서, 다른 깊이로, 다른 넓이로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이번 글에서는 지난 3년 동안 어떻게 시야를 넓히고 깊이를 더하게 되었는지, 그 변화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제품을 보는 눈 : 더 깊이 그리고 더 멀리

3년 차가 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제품을 바라보는 시선이에요. 예전에는 주어진 화면과 기능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그 너머의 맥락과 미래까지 함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일하는 방식의 고도화

처음에는 저에게 주어진 문제가 하나의 큰 덩어리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습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할 때도 많았죠. 하지만 이제는 그 덩어리를 작은 단위로 나누고, 구조화해서 차례차례 다루는 방식을 터득했습니다. 덩어리를 쪼개는 과정에서 디자인의 여러 단계를 건너뛰지 않고 온전히 경험할 수 있어요.


문제를 다룰 때는 “이게 정말 문제인지?”, “왜 지금 우리가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본질에 집중합니다. 솔루션을 다룰 때도 제가 세운 가설과 디자인 목표를 구체적으로 문서화하고, 그에 부합하는 솔루션을 체계적으로 고민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단순히 결과물만 내는 것이 아니라, 문제 정의부터 솔루션까지 과정 전체를 설계하는 방식으로 일하게 된 거죠. 결과물의 완성도도 훨씬 높아졌어요.



회사와 제품에 대한 높은 이해

또 하나 달라진 건 회사와 제품을 둘러싼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진 점입니다. 제품을 만드는 데는 단순히 화면 속 기능만 있는 게 아니라, 시장 상황, 회사 조직 구조나 문화, 경쟁사의 움직임, 사용자의 변화하는 니즈, 시대적 흐름까지 수많은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걸 몸소 느꼈거든요.


예전에는 기능의 영향 범위를 제품 내부에서 보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시장과 제품의 비즈니스 상황을 알고, 우리의 미션이나 VP를 어떻게 자연스럽게 녹여낼지 고민합니다. 이를 위해 비즈니스 팀원들의 업무에도 관심을 갖고, 자주 교류하며 서로의 관점을 맞춰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디자이너의 시각만으로는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을 채워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더 멀리 내다보는 시선

시선도 점점 멀리 향하게 되었어요. 프로젝트의 단기 성과나 지표 개선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더 긴 호흡으로 생각합니다. “이 개선이 3개월 뒤 사용자 경험에 어떤 변화를 만들까?”, “1년 로드맵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 같은 질문을 자주 떠올립니다.


이런 장기적 사고가 빠르게 이뤄지려면, 결국 우리가 그리고 있는 미래의 청사진이 선명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팀의 비전과 방향성, 제품이 지향하는 가치,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내려는 사용자 경험의 궁극적인 모습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어요.


덕분에 PM과 함께 '이 프로젝트가 이 큰 그림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맞춰보는 소통이 훨씬 더 자주 이뤄지고 있어요. 이런 과정을 통해 일의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람을 보는 눈 : 나 말고 우리 팀

조금씩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일하는 속도도 빨라지면서 주변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자연스럽게 시선은 '나'에서 '우리 팀'으로 확장되었어요.



팀 전체를 바라보는 시선

이제는 단순히 제가 맡은 업무만 보는 것이 아니라, 팀 전체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보게 되었어요. 누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어떤 프로젝트에서 병목이 생기고 있는지, 팀의 전반적인 에너지와 분위기가 어떤지까지 감지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러한 시선은 곧 자연스럽게 '우리 팀이 전체적으로 잘 돌아가고 있는가?', '내가 팀의 성과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와 같은 고민으로 이어졌습니다.


최근에는 개인 성장뿐 아니라 팀으로서의 성장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팀으로서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협업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합니다. 때로는 팀의 프로세스나 문화에 대해 의견을 제안하기도 하고, 팀원들 간의 소통이 더 원활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도 해요. 혼자 잘하는 것보다, 우리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것이 결국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팀원들과의 관계에서 생긴 변화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예전에는 주로 '받는'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주는' 입장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다른 팀원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에 대답해 주거나, 제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공유하면서 도움을 줄 때가 많아졌어요.


스타트업에서 3년을 보내면서, 이제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저를 의지한다는 것도 확실히 느껴져요. 새로운 아이디어나 개선점을 함께 논의해보고 싶을 때 먼저 찾아오거나, 업무적인 고민이나 개인적인 어려움이 있을 때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러 오는 일이 늘어났어요. 내가 정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성장했다는 걸 실감하게 돼요. 물론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지만, 적어도 누군가의 든든한 동료가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은 확실해졌습니다.





스스로를 보는 눈 : 일과 나의 역할

여전히 '나는 어떤 디자이너인가?'라는 질문은 어렵기만 합니다. 아직도 찾아가고 있는 길이지만, 적어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지는 조금씩 뚜렷해지는 것 같아요.



디자이너이기 전에 한 명의 팀원

3년 간 일을 하며 가장 확실해진 것은 일에 대한 저의 가치관이에요. 디자이너로 일하는 것을 정말 좋아하지만, 그보다 먼저 '일이 되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디자이너로서의 전문성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건 내 업무가 아니야'라는 경계를 먼저 그리기보다는 '이 일이 잘되려면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어요. 때로는 디자인 작업을 넘어서 프로젝트 전반의 흐름을 살피거나, 팀원들 간의 소통을 돕거나, 예상하지 못한 문제 해결에 함께 뛰어들기도 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디자이너로서도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걸 경험했어요.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더 맥락적이고 통합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결국 좋은 디자인은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할 때 나온다는 걸 알게 된 거죠.



내가 진짜 재미를 느끼는 디자인

솔직히 정말 확신하지는 못하겠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제가 가장 재미를 느끼는 영역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개선하는 작업들인 것 같아요. 사용자의 업무 플로우를 더 매끄럽게 만들거나, 복잡한 과정을 단순화하거나, 반복적인 작업을 줄여주는 인터페이스를 설계할 때 가장 몰입되고 성취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단순히 보기 좋은 화면을 만드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용자가 더 빠르고 편리하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디자인에서 더 큰 의미를 찾게 되었습니다.


이런 관심사는 제 성격이 많이 반영되어 있는 것 같아요. 평소에도 개인적인 일을 처리할 때 생산성 툴을 찾아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고, 뭔가 비효율적인 과정을 발견하면 개선 방법을 찾아보는 걸 즐기거든요. 그런 성향이 자연스럽게 업무에서도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작업들을 할 때면 디자이너로서의 정체성과 팀원으로서의 정체성이 자연스럽게 맞닿는 느낌을 받습니다. 효율적인 디자인은 사용자에게도, 우리 팀에게도, 회사에게도 모두 도움이 되니까요.





요약해 보자면 3년 전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의 저와 지금의 저를 비교해 보면, 제품을 보는 눈은 더 깊고 멀어졌고, 사람을 보는 시선은 나에서 우리로 확장되었으며, 스스로에 대한 이해도 조금씩 명확해졌습니다.


이런 변화들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게 아니에요. 매일매일의 작은 경험들, 동료들과의 대화,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쌓여온 결과인 것 같습니다. 때로는 변화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조차 인식하지 못했지만, 회고 글이나 업무 일지를 다시 읽어보거나, 동료들이 해준 피드백을 곱씹어보면서 '아, 내가 이렇게 달라졌구나'를 깨닫게 되었어요. 혼자서는 놓쳤을 변화들을 기록과 타인의 시선을 통해 발견하면서 꾸준한 기록과 피드백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끼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점진적인 변화들이 계속 이어질 거예요. 그 과정에서 저는 또 다른 관점의 확장을 경험하게 될 것이고요. 4년 차, 5년 차가 되었을 때는 또 어떤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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