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 3.0의 개념과 이를 둘러싼 논쟁들
얼마 전 블록체인 산업에 종사하시는 분과 만날 기회가 있어 NFT, Web 3.0 관련해서 리서치를 했다. 이 글은 이전 NFT 관련 글에 이은 두 번째 글이다. 이번 글에서는 Web 3.0와 이를 둘러싼 논쟁들을 정리해봤다.
개인적으로도 Web 3.0를 조사하며 많은 생각이 들었고, 또 속으로 많은 질문들을 하게 됐다. 첫째로 Web 3.0 열풍은 마치 미국 서부개척 시대의 골드러시, 대항해시대의 신대륙 발견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목적지가 황무지 일지 풍요의 땅일지, 또 거기에는 무엇이 있을지 모르지만, 성공의 기회를 찾아 나서는 선구자들의 모습이 지금의 Web 3.0 열풍과 겹쳐 보였다. 이래서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Web 3.0 생태계, 블록체인 기반의 프로덕트, 탈중앙화 된 조직 등은 언젠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곧 Web 3.0의 대중화를 의미하고, 그렇다면 여기서 드는 첫 번째 의문은 '과연 Web 3.0의 대중화는 언제쯤 오게 될 것인가? 3년 후인가? 5년 후인가? 아니면 그 후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완전한 탈중앙화라는 게 가능할까? NFT를 거래하는 Opensea도 결국 하나의 중앙화 된 플랫폼인데, 결국 완전한 탈중앙화는 불가능한 게 아닌가? 탈중앙화란 결국 중앙화와 탈중앙화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것 아닌가?' 또한 '지금 탈중앙화 플랫폼, 커뮤니티 역시도 Web 2.0의 대표주자 크롬, 앱스토어 상에서 움직이는데, 과연 이를 진정한 Web 3.0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진짜 Web 3.0가 되기 위해서는 Web 3.0 버전의 크롬, 앱스토어가 나와야 하는 것 아닐까?'라는 질문들이 떠올랐다.
세 번째로는 '그렇다면 Web 3.0를 향해 달려가는 전 세계의 똑똑한 VC, 개발자, 크리에이터들은 무엇을 보고 자신의 인생과 커리어를 베팅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들이 과연 Web 3.0의 콜럼버스가 될 것인지, 시대를 너무 앞서 나간 비운의 인물들이 될지에 대한 궁금증까지 함께 들었다.
물론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지만, 지금 당장 답을 낼 수는 없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더 지켜보면서 하나씩 답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Web 2.0와 Web 3.0 사이에서 나는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있어야 할지도 찾아내야 할 것이고.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위에서 지금의 Web 3.0 열풍을 골드러시에 비유했는데, 단순히 금을 캐러 가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금을 캐러 가는 사람들에게 리바이스 청바지를 팔고, 곡괭이를 파는 그런 위치에 있고 싶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위키피디아 정의상으로는 웹 3.0(Web 3.0)이란 지능화, 개인화된 맞춤형 웹. 구체적으로 컴퓨터가 시맨틱 웹 기술을 이용하여 웹페이지에 담긴 내용을 이해하고 개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지능형 웹 기술을 말한다.
하지만 현재 Web 3.0이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된 포인트는 '개인 맞춤형 정보', '지능형 웹 기술'이 아닌, '탈중앙화'다.
웹 2.0이라 불리는 현재의 웹 환경은 웹 상에서 이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댓글을 쓰는 등 직접적인 참여가 가능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긴 데이터는 구글, 페이스북 등의 중앙 집중화된 플랫폼 기업들이 소유한다. 콘텐츠는 이용자가 만들었지만 플랫폼에 올리게 되면, 관련 데이터는 기업 중앙 서버에 저장되고 기업 내부 정책의 통제를 받는다. 광고 등 관련 수익 역시 일차적으로 기업에 귀속된 후에 이용자에게 돌아간다.
반면 웹 3.0은 세계 곳곳에 흩어진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컴퓨터 자원을 활용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자료를 분산 저장할 수 있으며, 이더리움 같은 가상화폐에 내재된 자동화 프로그래밍 기술(스마트 콘트랙트)로 관리자의 개입 없는 웹 이용이 가능하다. 암호화 기술을 활용한 NFT를 이용해 데이터의 온전한 소유권도 주장할 수 있다. 데이터의 저장과 사용, 소유가 네티즌에게 주어지는 완전히 개인화된 인터넷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개념 덕분에 웹 2.0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이다.
Decentralized Application의 줄임말이다. 분산형 애플리케이션이라고 하며 비중앙집권적이다. 웹 3.0의 생태계는 약 3,000개가 넘는 분산형 디앱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중앙 컨트롤의 주체가 없어,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역할만 하고 관리하는 권한은 없다. 분산형 인터넷은 애플리케이션을 중앙 집중식 서버 없이 실행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용자들이 자신의 데이터를 소유하고, 데이터를 공유할 사람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
Tim O’Reilly (오픈소스, 웹 2.0의 대중화에 기여)
블록체인의 탈중앙화가 중앙화 된 웹2.0의 문제를 해결한다지만, 블록체인 생태계에도 중앙화 요소(거래소나 채굴)가 있음. 웹2.0은 닷컴 버블의 과대 투자 시장의 붕괴 이후 회고에서 왔는데, 블록체인/암호화폐 시장은 이미 버블 시장에 진입해 있고, 사실 블록체인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버블 이후에 가능할 것. 디지털 전용 자산 시장에 유용한 기술이긴 하지만, 정말 세상을 바꿀만한 킬러앱이 나올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의문.
Moxie Marlinspike (메신저 Signal 창업자)
사람들은 자신의 서버를 운영하고 싶어 하지 않으며, 이메일과 같은 과거 기술은 유물처럼 계속 남아 있어 완전한 탈중앙화는 미신에 가깝다고 생각. 실제로 dApp과 NFT를 만들어봤는데, 서비스를 사용하는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탈중앙화 대한 고려도 실익도 없다는 것을 느낌. 블록체인의 서버들은 분산되어 있는데, 여전히 클라이언트는 어딘가에 있는 중앙화 된 서버에서 원격으로 실행되는 노드를 통해 블록체인과 상호작용 해야 하기 때문.
Jack Dorsey (Square CEO, 전 Twitter CEO)
플랫폼을 분산한다고 해서, 사용자들이 그 플랫폼을 소유하는 것은 절대로 아님. 실제로 그 웹 3.0 플랫폼을 소유하게 되는 것은 벤처투자자들과 그 뒤에 있는 투자자들일 것. 웹3.0은 그들의 손아귀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음.
Elon Musk (Tesla CEO)
Web 3.0은 실체가 없는 마케팅 용어에 더 가까움. 또한 플랫폼의 성공은 정말 똑똑한 소수의 사람들이 미친 듯이 일을 해야만 가능한 어려운 일임. 그런데 다수의 대중들에게 권력을 나눠준다고, Web 3.0이 성공할까.
Marc Andreessen (넷스케이프, a16z 창업자)
웹 3.0을 활용해 웹 2.0의 거대 기업들을 견제해야 함. 애플과 에픽게임즈의 전쟁 사례에서 보듯,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작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힘들게 하는 갑질을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웹3.0과 같은 시장에서의 혁신이 있어야 함.
Chris Dixon (a16z의 제너럴 파트너)
탈중앙화를 이야기하기 전, 먼저 중앙화 된 플랫폼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을 살펴봐야 한다. 처음 시작할 때는 물론 고객들을 모으는데 전력을 다 하지만, 한편으로 개발자, 사업체, 미디어 등과 같이 자신에게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서드파티 조직을 모으는데도 힘을 쏟는다. 그리고 플랫폼이 커질수록 그들이 가지는 힘과 영향력은 네트워크 참여자들인 유저들이나 서드파티 조직들보다 훨씬 커진다.
결국 플랫폼의 힘이 훨씬 커지면 플랫폼과 네트워크 참여자들 사이의 관계가 포지티브섬(positive sum)에서 제로섬(zero sum)으로 바뀐다. 이후 플랫폼이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전략은, 유저들에게서 데이터를 뽑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원래 고객과 수익 풀을 공유해왔던 비슷한 서비스들과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 결과 사용자들은 본인의 데이터에 대한 권한을 잃어버렸고, 프라이버시를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다. 중앙화 된 플랫폼이 가지는 이러한 본질적인 문제점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다.
물론 오늘날의 Web 3.0 에는 뚜렷한 한계점이 있고, 기존의 중앙화 된 서비스들에 도전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대표적으로 성능(performance)과 확장성(scalability) 문제가 있다.
그러나 Web 3.0이 성공할 수 있는 이유로는 시대의 창업자들과 개발자들의 마음을 빼앗는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탈중앙화 시스템은 중앙집중 시스템보다 엉성한 상태로 출시될 확률이 높지만, 적절한 조건만 갖추어지면 새로운 자발적 참여자들이 몰려들어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발전할 수 있다.
인터넷의 다음 시대를 Web 3.0과 Web 2.0 중 어느 진영이 장악하게 될지에 대한 치열한 쟁탈전의 결과는 어떤 시스템이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을지에 달렸다. 이는 곧 어느 쪽이 실력 있는 개발자들과 창업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의 여부로 결정될 것이다. Web 3.0이 인터넷 상에 존재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하지만 기존의 중앙화 된 Web 2.0에 비해서는 확실히 낫다.
기본적인 개념 뿐 아니라, Web3.0을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해 도움이 될만한 글 9편을 가져와 봤다. 국내에도 점점 Web3.0에 관한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는 걸 보며, 확실히 Web 3.0 열풍은 단기간에 사그러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5) 좋은 Web3 디자인을 위한 UX 원칙(1) Design principles for web3.
6) 쉽게 읽는 테라 백서
9) 현실의 인터넷(Internet of Reality)
4) 웹2.0 창시자 "웹3에 흥분하기엔 너무 이르다" 왜?
5) 웹 3.0이 뭐길래...머스크도, 잭 도시도 한목소리로 비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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