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SH Aug 24. 2022

팀원들의 몰입을 이끌어 내는 4가지 업무 배경 유형

정량적 배경, 정성적 배경, 왜 중요한지, 왜 당신인지

원래 1인 팀으로 마케팅 업무만을 하다가, 최근 여러 이유로 인해 프로덕트와 팀을 리딩 하는 PM 역할까지 맡게 되었다. PM 업무를 한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가장 신경을 쓰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구성원들에게 업무를 요청할 때 '해당 업무를 꼭 해야 하는 이유를 어떤 논리와 근거로 쉽게 이해시키느냐'하는 것이다.


간단하게 생각해 누군가 이유와 맥락 설명 없이 해야 할 일과 기한만을 정해서 업무를 주거나, 이해되지 않는 논리의 업무를 지시하면 나 역시도 하기 싫다. 다른 구성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도 일이니까 하긴 하겠지. 다만 이렇게 일하면 좋은 퍼포먼스를 기대할 수 없다. 구성원 입장에서는 왜 하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시키니까 하기 때문에, 해당 업무를 내 일로 생각하고, 열정을 가지고 몰입해서 일을 할 수가 없다. 단순히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은 남의 일을 하는 것이다.


구성원은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이라고 생각할 때, 열정을 가지며 몰입해서 업무를 할 수 있다. 그리고 리드 혹은 PM이 구성원들에게 업무를 전달할 때 구성원 스스로가 내 일이라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업무의 배경과 맥락, 해당 업무를 해야 하는 이유를 논리적이고, 상세하며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이다. 구성원 스스로가 내가 이 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납득하면, 누군가가 시킨 일이 아닌 내 일을 하게 된다. 그러면 자연히 업무 몰입도도 높아지고, 책임감도 갖게 된다.


업무의 배경, 맥락을 설명하는 데도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이 글에서는 내가 업무를 요청하며 썼던 배경들의 유형을 간단히 언급하고, 실제로 내가 했던 말을 예시로 넣어뒀다(물론 민감한 부분은 지우며 간소화했다). 주니어 PM이나 이제 막 리드, 사수된 사람들이 구성원들에게 업무를 요청할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 PM 역할을 맡은 직후에 쓰기 시작해서 천천히 완성한 글이다.




업무 배경의 유형 4가지


1. 정량적 배경

2. 정성적 배경

3. 업무의 중요성

4. 왜 본인이 이 일을 해야 하는지




1. 정량적 배경


데이터와 수치에 근거한 배경이다. 4가지 배경 유형 중에서 가장 중요한 배경이다. 숫자로 표현되는 근거와 배경은 뇌피셜을 근거 있는 기획으로 만들어 준다. 외부에서 가져온 시장 현황이나 설문조사 같은 데이터도 좋지만, 프로덕트 내부의 데이터가 더 좋다. 외부에서 가져온 데이터는 우리 고객들의 행동 특성 등을 반영하지 못한다. 그래서 외부의 데이터를 근거로 쓰고 싶다면, 주요 근거가 아닌 참고 자료로만 활용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지금 막 시작하는 단계라 내부의 데이터가 쌓이지 않았을 때 활용하는 것이 좋다.


정량적 배경을 사용할 때 주의점은 수치와 데이터만 나열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수치와 데이터에 관한 해석이 있어야 한다. 해석은 틀려도 괜찮다. 해석이 틀리면, 이를 본 누군가가 이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할 것이고 그때 고치면 된다. 그런데 없는 건 안된다. 수치만 나열하면, 기획을 보고 업무를 받는 입장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 수 없다. 또 구성원마다 데이터와 수치를 해석하는 것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동상이몽이 되기 쉽다. 이렇게 되면 서로 다른 것을 생각해서 만들기 때문에, 원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오기 쉽다.


따라서 정량적 배경을 제시할 때는 항상 짧은 해석이라도 덧붙여야 한다. 해석이 틀릴까 걱정되어서 안 하는 게 최악이다. 처음부터 데이터에 대한 해석을 잘할 수는 없다. 계속 해석을 시도해야, 더 논리적이고 정확한 해석을 할 수 있다.



정량적 배경 설명 예시


1. 홈페이지에서 OO 페이지의 앱 다운로드 CTA 버튼이 가장 많은 클릭을 기록. (22년 4월 기준)

1) 전체 앱 다운로드 CTA 클릭: 10,000 건

2) OO 페이지 CTA 클릭: 8,000 건 (80%)

→ 즉, 고객들은 OO 정보를 봤을 때, 앱 다운로드에 대한 니즈가 증가한다고 해석 가능.


2. 앱 내에서 신규 전환 고객들의 70% 내외가 XX 이벤트를 1회 이상 클릭. (22년 4월 기준)

1) 신규 고객들의 30%만 YY 이벤트 클릭

2) 신규 고객들의 15%만 ZZ 이벤트 클릭 

→ XX 이벤트와 신규 전환의 상관관계가 높다고 해석 가능. XX 이벤트를 클릭하면 고객들은 AA에 관한 정보를 확인함. 따라서 AA 정보가 전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라고 해석 가능.


3. BB 이벤트를 3회 이상 클릭한 신규 고객 중 70%가 전환. (22년 4월 기준)

1) CC 이벤트를 3회 이상 클릭한 신규 고객 중 20%가 전환.

2) DD 이벤트를 3회 이상 클릭한 신규 고객 중 10%만 전환.

→ 즉, BB 이벤트가 전환에 있어서 중요한 이벤트. 고객들이 BB 이벤트에 도달하기까지의 퍼널 개선 필요.


4. 데이터 결론

- 1, 2, 3을 종합했을 때 다음과 같은 같은 가설을 세울 수 있음.

- 그리고 이 가설을 테스트하기 위해서는 FF 기능 추가 및 GG 기능 개선 필요.

정성적 근거는 뇌피셜을 분명한 기획으로 만들어준다




2. 정성적 배경


고객들의 후기, 타사 서비스와의 비교, 심리학 법칙, UX 이론, Customer Journey Map 등에 기반한 배경이다. 정성적 배경을 쓸 때는 논리에 특히 더 중점을 둬야 한다. 아무래도 여러 주장과 근거들을 엮어 새로운 근거를 만들다 보니 자신만의 논리에 갇히기 쉽다. 따라서 누구나 쉽게 논리적으로 이해를 할 수 있도록 근거를 구체화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특히 정성적 배경 중 고객 후기가 정말 중요하다. 고객 후기는 데이터로 미처 파악하지 못한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고객 후기와 정성적 데이터를 연관시킨다면 정말 좋은 기획이나 개선안이 나올 수도 있다. 텍스트 데이터 마이닝, 형태소 분석 이런 것까지도 필요 없다. 고객들의 후기를 자주, 꾸준하게 본다면 여러 고객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게 보인다. 바로 그것이 고객들이 정말 좋아하고 만족한 무엇이고, 고객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관된 가장 좋은 정성적 배경이다.



정성적 배경 예시


내부의 정성적 배경

1. 전환 고객들의 후기를 봤을 때, OO에 대한 칭찬이 많음.

2. 따라서 정말 OO이 효과적인지 알기 위해서 AA 페이지의 콘텐츠 위치를 바꿔서 테스트해볼 수 있음.

3. 현재 AA 페이지에서는 OO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지 못함. 페이지 가장 하단에 위치해 있어 고객들이 OO을 쉽고 빠르게 보기 힘듦.

4. 따라서 OO을 페이지 맨 상단으로 올린다면, 고객들의 전환이 높아질 가능성이 존재.



타사 서비스와의 비교

1. 자사 프로덕트 현황

- 현재 자사 프로덕트의 리뷰 페이지는 OO 특성을 가짐.

- 이 때문에 고객들이 AA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클릭을 3번 해야 함.


2. 타사 서비스 현황

- XX 프로덕트의 리뷰 페이지는 YY 구성으로 되어 있음. 

- 따라서 따라서 고객들이 AA 정보를 1번 클릭으로 쉽고 간편하게 볼 수 있음.


3. 결론

- 즉, 고객들이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행동을 수행해야 하고, 이는 고객들의 불편함이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음.

- 따라서, 기존 자사 프로덕트의 리뷰 페이지를 고려했을 때 ZZ 형식으로 개선 필요.



이론적 배경

1. Jacob의 법칙

- UX 분야에서 Jacob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음.

- 핵심은 사용자가 프로덕트를 접했을 때, 이미 알고 있는 기존의 UX와 동일한 방식을 기대한다는 것을 뜻함.


2. 현황

- Jacob의 법칙에 따르면 고객들은 네이버, 당근마켓 등에서 경험한 검색 UI/UX를 기대함.

- 자사 프로덕트의 검색 기능 및 디자인을 봤을 때, Jacob의 법칙을 충족하지 못함.


3. 결론

- 따라서 검색 UI 및 기능 개선 다음 스프린트에 진행 필요.

고객들의 리뷰는 중요한 정성적 근거다




3. 업무의 중요성


업무의 중요성이라는 배경은 말 그대로 업무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다. 중요하지 않은, 잡일에 가까운 업무를 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적어도 스타트업에 자기 의지로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따라서 해당 업무가 왜 중요한지를 정확히 알려줘야 한다.


정성적, 정량적 배경이 업무 자체의 목적에 중점을 뒀다면 업무의 중요성은 업무가 가지는 의미에 더 중점을 둔다. 그리고 업무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PM과 리드도 업무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다. 정말 해당 업무를 해야 하는지, 해야 한다면 얼마만큼의 중요성을 가지는지 등을 글로 쓰면서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무의 중요성 배경 예시


고객 인터뷰는 고객을 이해하고, 이들이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중요한 업무입니다. 특히 초기 스타트업은 고객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듣고, 이를 반영해 고객이 안 쓸 수 없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요.


고객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량 데이터, 정성 데이터 모두가 필요합니다. 정량 데이터는 SQL, amplitude, firebase 등을 통해 얻을 수 있고, 고객 인터뷰가 정성 데이터를 얻는 가장 효과적이고 중요한 방법입니다. 정량 데이터가 고객 행동 패턴을 보여주고 가설 설정 및 검증을 할 수 있게 해 준다면, 정성 데이터는 행동 패턴의 이유, 동기를 알아내는 데 주요한 방법입니다. 따라서 지금부터 유저 인터뷰를 주기적으로 진행하려 합니다.

업무의 중요성을 아는 건 업무 몰입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4. 담당자인 이유


업무의 중요성을 설명했다면, 이 업무를 다른 사람이 아닌 왜 해당 구성원이 해야 하는지도 알려주면 좋다. 업무 자체의 근거가 탄탄하고,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그 일을 할 구성원이 의지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따라서 구성원 스스로가 업무에 대해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해당 구성원이 왜 해당 업무에 적합한지 또는 해당 업무를 해야 하는지도 함께 말해주면 좋다.


특히 이러한 배경 설명은 구성원이 새로 들어왔을 때, 혹은 새로운 조직에 PM 혹은 리드로 합류했을 때 쓰면 좋다. PM, 리드 입장에서 업무에서 구성원의 어떤 장점을 활용하고, 또 어떤 능력을 성장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업무에 관한 생각과 의견을 구성원과 나누면서 구성원과 업무에 대한 기대치를 맞추기도 쉽다.



담당자인 이유 배경 예시


OO 님께서 정량적 수치 관련 업무보다는 조직문화와 같은 정성적인 업무를 더 선호하시는 것 알고 있습니다. 다만 조직 문화든, CX이든 수치 및 숫자에 대한 감은 모든 모든 직군이 (비개발직군이 특히 더) 갖춰야 할 기본 역량이기 때문에 조금 더, 숫자와 친숙해지는 계기를 마련해 드리기 위해서 수치 관련 업무를 드립니다. 이 능력은 어느 영역에서든 필수이기 때문에 조금씩 친숙해지시면 도움이 많이 되실 거예요.


또한 숫자는 그 자체만으로 의미를 갖지 않고, 특정 해석이 부여되었을 때 의미를 갖게 됩니다. 조직 차원에서는 숫자를 다양한 시각에서 볼 수 있는 구성원이 늘어날수록 다각도로 수치를 해석할 수 있습니다. 즉 다양한 해석을 하고 다른 시각의 의미를 도출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고, 이는 결국 더 질 좋은 인사이트를 찾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믿습니다. 또한 편향 혹은 해석 오류를 줄여, 리소스를 잘못된 곳에 투입하는 낭비 예방의 효과도 있습니다.


또한 1), 2)의 요청 사항을 보면 아시겠지만, 바로 실행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스터디가 필요합니다. 이번에는 쉬운 스터디인데, 때로는 SQL처럼 높은 수준의 스터디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주어진 정답을 실행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제에 대한 최적의 해결 방법을 찾고 더 나아가 문제를 정의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 정의 능력 및 문제 해결 능력은 개인에게도 가장 중요한 능력일 뿐 아니라, 조직 차원에서도 중요합니다. 문제 정의를 할 수 있는 구성원이 늘어나면 이 역시도 더 많은 문제를 더 빠르게 풀 수 있어서 더 빠른 조직 성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조금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업무 요청 배경을 설명드렸습니다.

다른 사람이 아닌 해당 구성원이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으면 좋다




매번 업무 요청을 할 때마다 이 4가지 이유롤 모두 쓰는 건 힘들다. 다만 이 4가지의 배경 설명 유형을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구성원들이 타인의 업무를 받아서 처리한다고 느끼는 게 아니라 자신의 업무라고 느껴서 업무에 더 몰입하고 책임감을 가질 수 있다. 업무에 대한 배경이나 맥락 없이 To-Do 만을 전달하는 것은 Top Down 방식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스스로 몰입해서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중요한 스타트업에서 Top- Down 방식은 어울리지 않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회사의 네임밸류가 커리어의 성공을 보장하진 않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