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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H Aug 17. 2022

웹 3.0 자체가 PMF를 찾는 거대한 스타트업입니다

웹 3.0, 탈중앙화, 커뮤니티, 토큰, 세계관에 대한 단상

최근 NFT를 중심으로 웹 3.0 산업과 프로덕트에 대해 꾸준히 접하고 있다. 웹 3.0 관련 자료를 찾아보며 느낀 것들을 주제별로 풀어냈다. 글을 쓰면서 또 한 번 느낀 건, 웹 3.0이냐 웹 2.0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결국 어떤 고객들의 문제를 어떻게 혁신적인 방식으로, 풀어낼 것인지가 중요하다. * 지극히 주관적인 글이다.




Decentralization


1. 현재의 탈중앙화 네트워크를 완전한 탈중앙화라고 볼 수 있을까? 대표적 탈중앙화 네트워크인 이더리움에 접속하기 위해서 모바일에서는 APP STORE, PLAY STORE 등의 중앙화 플랫폼을 거쳐야 하고, 데스크톱에서는 크롬 익스텐션을 통해 접속해야 한다.


2. 탈중앙화 네트워크에서도 결국 중앙화 된 플랫폼이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탈중앙화의 대표적 산물 중 하나인 NFT도 탈중앙화의 산물인 DAO가 아니라, OpenSea, Rarible 등의 중앙화 플랫폼을 이용해서 거래할 수 있다.


3. Tech-Savvy하지 않은 사람들이 직접 웹 3.0 프로덕트를 사용하고, 탈중앙화의 혜택을 누리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그들은 프로덕트 사용 등에 있어서 귀찮고 복잡하고 어려운 일을 플랫폼 혹은 프로덕트에 일정 비용을 내면서 맡길 것이다.


4. 많은 사람들이 한 플랫폼 혹은 프로덕트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대신 수행하게 만든다면, 그 플랫폼 혹은 프로덕트는 다시 탈중앙화 네트워크 위에서 어느 정도 중앙화 된 플랫폼으로서 시장의 메인 플레이어가 될 것이다.


5. 따라서 완전한 탈중앙화는 실현되기 어렵다. 탈중앙화와 웹 3.0은 중앙화와 웹 2.0의 허점을 보완하는 보완재이지, 완벽한 대체제가 될 수는 없다.




Product


6. 웹 3.0이냐, 웹 2.0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진짜 중요한 건 고객들의 문제를 얼마나 혁신적으로 해결하고, 더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어 내느냐에 달려 있다. 고객들은 웹 3.0인지, 웹 2.0인지 별로 신경 안 쓴다.


7. 웹 3.0 '프로덕트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UX 개선이 필수다. 시드 구문, 비밀키 등 대중들에게 어려운 개념도 많고, 프로덕트 사용 자체도 쉽지 않다(특히 한국에서는 더). 웹 3.0 프로덕트는 아마존, 구글, 국내로 치면 토스, 네이버 정도의 UX를 갖춰야 한다.


8. 실리콘밸리 등 세계의 많은 똑똑하고 열정 있는 사람들, 특히 개발자들이 웹 3.0에 모여들고 있다는 것은 분명 웹 3.0에게 좋은 일이다. 똑똑하고 열정 있는 사람이 많이 모이면, 훌륭한 프로덕트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9. 그러나 여전히 웹 2.0 기업에도 똑똑하고 열정 있는 사람들이 많다. Apple, Google, Meta, Amazon과 같이 웹 2.0의 패러다임을 쥐고 있는 기업들에게는 그간 쌓아온 기술적, 자본적, 인적, 비즈니스적 해자가 있다. 그리고 이들 역시도 웹 3.0에 알게 모르게 대응하고 있다. 그래서 적당한 수준의 프로덕트로는 패러다임을 바꾸기 어렵다.


10. 지금은 웹 3.0 산업 전체가 PMF를 찾는 스타트업이다. NFT, DeFi, DAO 등은 웹 3.0의 프리토타입 혹은 프로토타입이다.


11. 웹 3.0의 부흥 시점은 언젠가는 온다. 다만 그게 언제일지 모를 뿐.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이전에도 신대륙을 발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 사람들은 많았을 것이다. 콜럼버스가 최초의 신대륙 발견자로 역사에 기록된 이유는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금 웹 3.0에서 밤을 새우며 혁신적인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콜럼버스일까, 그 이전의 사람들일까, 그것도 아니면 콜럼버스 이후의 사람들일까.


12. 웹 3.0의 시대에도 변하지 않을 것을 찾아야 한다. 변하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변하지 않는 것에 집착하는 편이 더 혁신적인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베조스가 고객들은 변함없이 더 저렴한 가격, 더 빠른 배송, 더 많은 선택지를 원한다는 것을 파악해서 아마존을 만들고 키웠듯이.


13. 웹 3.0의 기술은 기존의 문제,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일 뿐이다. 웹 3.0의 기술만 덩그러니 있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Community


14. 커뮤니티는 단순히 디스코드, 트위터, 텔레그램을 운영한다고 구축되지 않는다. 커뮤니티는 참여자들이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방문하고, 콘텐츠를 만들고, 그 콘텐츠에 반응하면서 활성화된다.


15. 그렇다면 커뮤니티에 있어서 참여자들을 어떻게 끌어들이고 지속적으로 활동하게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주제가 된다. 어떻게 참여자들을 지속적으로 모으고, 활동하게 만들 수 있을까?


16. 많은 조직에서 사람들을 커뮤니티로 유도하고, 활동하게 만들기 위해 다양한 에어드랍, 화이트 리스트 등 다양한 베네핏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물론 더 많은 사람들을 더 짧은 시간에 모으기 위해서는 시도해 볼만한 방법이다.


17. 그러나 베네핏으로 유인하는 방법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 베네핏을 무리하게 남발하면 사람들이 어느 순간 베네핏 없이는 유입도, 활동도 안 할 수 있다. 물론 베네핏을 제공하는 조직 입장에서도 베네핏이 다 지출이니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 


18.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커뮤니티를 만들려면, 커뮤니티 자체의 매력이 있어야 한다. 커뮤니티의 매력은, 다른 곳이 아닌 그 커뮤니티에서만 얻을 수 있는 재미, 정보, 이득이 있을 때 생긴다.


19. 그렇다면 커뮤니티를 만들 때 정말 깊게 고민해야 하는 것은 참여자들에게 어떤 베네핏을 제공할 것인가가 아니다. 다른 커뮤니티에는 없고, 우리 커뮤니티만 제공할 수 있는 재미, 정보, 이득이 무엇인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20. 다양한 방법으로 정말 많은 주제의 커뮤니티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그만큼 참여자들은 많은 선택지를 갖게 되고, 특정 커뮤니티가 맘에 들지 않으면 다른 커뮤니티로 옮겨가면 그만이다. 그래서 다른 곳과 비슷비슷한 재미, 정보, 이득을 제공하는 커뮤니티는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




Tokenomics, Univers


21. 토크노믹스 이론과 페깅, 디페깅 등을 이용한 알고리즘이나 기술만으로 새로운 화폐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 테라 사태의 고의성 여부를 떠나서, 한 순간에 전 세계 시총 10위 권 내외의 코인이 한순간에 몰락한 것을 보면 명확하다.


22. 결국 토큰과 코인도 돈이다. 돈이 가치를 가지려면 사용처가 있어야 한다. 사용처 없이, 소각만으로 가치를 유지하는 방식은 결국 한계가 명확하다. 실제 사용처를 갖지 못한다면 얼마나 버티냐의 문제일 뿐, ICO, 소각 등의 토크노믹스는 밑돌 빼서 윗돌 괴는 것이다.


23. 돈의 힘은 사용처뿐 아니라 문화 자본, 국가 위상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결정된다. 그런 의미에서 토큰이 법정 통화보다 더 큰 힘을 가지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24. 자체적으로 토큰과 코인을 발행하는 곳들이 토큰에 가치를 부여하는 방법 중 하나로 특정한 세계관을 만드는 경우도 많다. 그 세계관 속에서 참여자들은 조직이 발행한 코인을 화폐로 사용한다.


25. 이러한 토크노믹스와 세계관이 결합된 비즈니스 모델은 기존의 게임 산업과 상당히 유사한 구성이다. 플레이어들은 게임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재화를 얻고, 이를 사용한다.


26. 게임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을 법정 화폐로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 리니지가 대표적인 예시다. 리니지의 비싼 아이템은 원화로 억 단위가 넘어간다. 누군가는 법정 화폐로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고, 누군가는 게임 아이템을 팔아서 법정 화폐를 얻는다.


27. 많은 사람들이 특정 코인을 법정 화폐로, 또 법정 화폐를 코인으로 거래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웹 3.0 기업들이 말하는 가상과 현실의 접점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경험했다. 다만 시대가 변하면서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고 있을 뿐이다.


28. 토크노믹스 만큼이나 세계관 구성 역시 쉽지 않다. 아주 촘촘하고 세밀하게 설계해야 성공할까 말까 한다. 앞에서 게임을 말한 만큼 리니지, 배틀그라운드, 메이플스토리 등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29. 게임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를 비롯한 IP만 봐도 세계관을 만드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쉬웠다면 디즈니 같은 회사가, 마블 같은 콘텐츠가 아주 많았을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도 실패하기 일수다.


30. 하나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똑똑하고 열정 있는 사람들이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 몇 명이서 캐릭터 몇 개 만들고, 배경 일러스트 그린다고 세계관이 금방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31. 세계관은 처음부터 아주 세밀하고 촘촘하게 구성해야 한다. 튼튼한 초기 구성과 기획 없이, 특정 스토리나 콘텐츠가 유행과 트렌드에 따라 덕지덕지 붙는다면 세계관은 순식간에 흔들리기 쉽다. 세계관이 흔들리면 초기 세계관에 열광했던 팬들은 금방 떠나간다. 팬들이 떠나간다면 그 세계관은 더 이상 가치가 없다.




Next Step


32. 기술을 정확히 몰라서, 알고리즘을 정확히 몰라서, 가능성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아직까지 상당수 있다. 맞는 말이다. 어떻게 그 기술과 알고리즘, 가능성을 다 이해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33. 그런데, 맥스웰 방정식을 알아야만 스마트폰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게 아니고, 구글 검색 원리를 알아야 구글 검색으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게 아니고, 피드 노출 알고리즘을 알아야만 인스타그램을 즐길 수 있는 게 아니다.


34. 웹 3.0의 기술, 알고리즘, 가능성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는 누구든지 얼마든지 웹 3.0의 프로덕트를 쓸 수 있고, 혜택을 누릴 수 있고, 비판을 할 수 있다. 이것들이 더 활발히 이루어져야 웹 3.0가 일반 대중들의 삶 속으로 더 깊게 침투할 것이다.


35. 그렇다면 웹 3.0의 기술과 알고리즘, 가능성에 대해 자칭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역할은 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쉽게 설명해 주고,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웹 3.0의 프로덕트를 사용할 수 있도록 더 좋은 프로덕트를 만드는 것이다. 


36. "크립토 시장을 너무 부정적으로 본다", "NFT는 가능성이 많은 시장인데 뭘 모른다" 백날 트위터, 텔레그램으로 떠들어봤자 웹 3.0의 발전, 대중화에 방해만 되고, 대중들의 반감만 살뿐이다.


37. Crypto, NFT, DeFi, Dao, Community 등 지금 웹 3.0에 뛰어든 사람들이 해야 하는 일은, 하루라도 빨리 뛰어난 프로덕트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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