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함과 조급함에 대한 두서없는 생각들
최근 일을 하면서 불안함과 조급함에 휩싸였다. 업무의 범위도 너무 크고, 디테일하게 챙겨야 할 것들도 많았다. 거기다가 시간은 하루하루 줄어드는데, 계속 할 일은 늘어나고, 어디서 뭘 놓쳤는지도 모를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다 보니 놓친 건 없을까, 지금 뭘 해야 내가 스스로 바틀넥이 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원활하게 무리 없이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이 들었다. 이와 동시에 내일이 되면 또 업무들이 새롭게 들어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다 보니 밤늦게까지 눈앞에 보이는 일을 해치우기 바빴다.
뭔가 실수하거나 놓치면 비난을 받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이 들었고, 놓친 것은 없는지 계속 확인하다 보니 몇 달 동안 매일 12시간 이상을 회사에 있게 됐다. 쉬는 것 또한 사치라고 느꼈고, 침대에 누워서도 내가 오늘 놓친 것은 없는지, 또 내일 회사에 가서 뭘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다가 잠을 설치는 밤이 많았다.
내 위의 리더 중 한 명인 디렉터와 이런 불안함에 관해서 얘기를 했는데, 이런 불안함과 조급함은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불안함과 조급함은 실체가 없는 고민과 걱정이기 때문에, 이를 실체가 있는 고민으로 바꿔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실체가 없는 불안함의 결론은 항상 퇴사로 이어진다고, 그리고 퇴사를 하게 되면 회사를 다니면서 했던 고민과 불안함은 실체가 없기 때문에 자연히 사라진다고, 대신 다른 회사에 가면 또 똑같은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디렉터는 불안함과 조급함이 실체가 없는 고민이라면, 실체가 있는 고민이란 스스로 세운 계획대로, 하루의 일을, 또 3일의 일을, 일주일의 일을 잘 해냈는지, 해내지 못했다면 왜 못했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고 회고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딱 오늘 해야 하는 일을 딱 끝내면 의도적으로 불안함과 조급함에 대한 생각을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지금 상태에서 조직이 나에게 요구하는 역량은 너무 높은데, 나는 그 역량에 도달하지 못한 것 같아서, 내가 이 조직을 다닐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 말에 대해서 "이 사람이 조직에 있어도 되는지에 대한 자격은 조직이 판단한다고, 스스로 지레짐작으로 판단할 필요는 없다. 조직에서 정말 안좋은 평가를 받았다면 그 때 고민해도 늦지 않다."는 답변을 들었다.
'회사를 다니는 게 아니라 버티는 것 같아요'라는 이야기를 했을 때는 그것도 맞는 이야기라는 답변을 들었다. "'내가 스스로 주어진 일을 감당해 보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라고, "다들 로켓에 자리가 생기면 앞뒤 재지 말고 타라는 이야기는 하지만, '그 로켓을 타고난 후 로켓에서 튕겨 나가지 않으려면 로켓 속도를 버틸 수 있는 엄청난 근육이 필요하다'는 것은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제가 놓친 게 있을까 봐, 실수한 게 있을까 봐 불안해요'에 대해서도 인상적인 답변을 들었다. "누군가 뭔가를 놓치거나 실수했을 때, 팀 차원에서 '그래서 우리 지금 뭐 해야 해?'에 대한 답을 빠르게 내고 실행해야 한다.", "한 사람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면, 다른 사람들이 보완해서 이를 해결해 내는 것이 팀이 일하는 방식이다.", "실수는 언제나 발생하고 계획은 언제나 바뀐다. 나중에 발견한 실수, 변경된 계획에 맞춰서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는 팀이 정말 멋진 팀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디렉터와, 내 위의 다른 리더에게 불안함과 조급함에 대해서 여러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듣기도 하고, 무리로 이어지지 않도록 업무 시간이라던지 주말 출근에 관해서 관리도 많이 받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 정말 감사하다. 하지만 이 불안감과 조급함이라는 건 한 순간에 내려놓을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꼭 오늘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을 모두 끝내놓고, 내일 해도 괜찮은 일들은 내일의 일정에 넣어놓고, 의도적으로 일에 대한 생각을 끊어내고, 휴식을 취하는 것을 연습해야 한다. 그리고 실체가 없는 불안함에 대한 걱정은 실체가 있는 걱정으로 바꾸는 연습을 해야 한다.
지금 느끼는 불안함이 얼마나 갈지, 또 지금 불안함을 떨쳐내는 연습을 얼마나 해야 몸에 완전히 체화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다만 이런 불안함을 느끼면서 일하는 건 지속 가능하지 않은 방식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불안감을 떨쳐내는 방법을 몸에 익혀내야 하는 건 확실하다. 내가 불안한 상태로 일하면, 나도 팀도 건강하게 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