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SH Oct 12. 2023

나는 오너십을 갖고 디테일을 챙기는 사람이다

내가 나에 대해 배운 것들 (1) 장점

그동안에는 일을 하면서 배운 것들을 주로 썼다. 사실 최근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뭘 배우고 있는지 도저히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일하면서 배운 것들 뿐 아니라 여러 피드백과 생각한 것들을 바탕으로 내가 나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 것들을 써보려고 한다.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과 더 배워야 할 점들까지 솔직하게 써보려 한다.


*지금도 너무 너무 힘든 상황에서 장점 글을 올리려니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지만…




오너십 | 프로덕트와 시장을 학습하고 이를 공유하기


가장 큰 장점은 오너십이다. 실제로 동료 평가에서도 오너십이 가장 큰 장점이라는 것을 듣기도 했고. 사실 오너십이 처음에 장점이 맞나 생각했다. 특별한 스킬이 없으니, 그저 열심히 하는 것을 오너십이라는 그럴듯한 장점으로 포장한 것 아닌가 싶었다. 이 생각을 디렉터에게 말했고, 돌아온 답변은 '오너십이 제일 갖기 어려운 장점이다. 오너십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초반에는 차이가 크지 않을지라도 시간이 지나며, 그 차이는 점점 커질 것이다'는 답변을 받았다.


어쨌든, 오너십이라는 되게 추상적인 장점이 어떤 식으로 발현이 되는지를 곰곰이 따져봤다. 몇 가지 사례가 있는데, 한 마디로 요약하면 개인적으로 비용과 시간을 사용하며 프로덕트와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학습하려는 노력을 했다는 것이다.


현재 내가 담당하고 있는 프로덕트는 iOS, Android 두 플랫폼 모두를 지원한다. 그 말은 곧 iOS, Andorid에 대한 이해도가 모두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첫 스마트폰부터 지금까지 아이폰을 쓴 나로서는, 안드로이드에 대한 이해도가 전무했다. 그러다 보니 안드로이드 유저들의 UX나, 프로덕트가 안드로이드 플랫폼 위에서 실제로 어떻게 구현이 되는지 잘 알지 못했다. iOS, Android 모두 지원하는 프로덕트를 담당하는데 안드로이드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건 치명적이라고 생각했고, 하루라도 빠르게 안드로이드를 익히기 위해 직접 사비를 써서 당근으로 Android 폰을 구매했다. 초기 스타트업이라 Android 테스트 폰이 구비되어 있지 않았고, 구매 과정이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상태라서 사비를 들여 구매했다.


또한 담당하고 있는 프로덕트는 NFT 플랫폼 앱으로 NFT 및 Crypto 보관을 비롯해 구매, 재거래, 사용 등 NFT에 관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APP이다. 국내에도 여러 NFT Wallet, 판매, 마켓플레이스 서비스가 생기며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곳들이 많이 등장했다. 그러면서 메타마스크를 이용해 항상 Crypto 만을 이용해 NFT를 구매해야 하는 등, 불편한 NFT 경험들을 해소하려는 시도를 많이 하고들 있다. 따라서 다른 곳들은 어떤 식으로 기존의 불편한 유저 경험을 해소하는지, 현재 담당하고 있는 프로덕트와 차이점이 무엇인지, 또 배울 것은 무엇인지를 직접 경험하기 위해 경쟁사에서 판매하는 NFT를 직접 구매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녹화해서 주요 포인트를 정리하고, 이를 팀에 공유했다.


또한 국내의 경우 메타마스크를 비롯한 특정 지갑에 Crypto를 보관하려면 업비트, 빗썸 등의 중앙화 거래소에서 Crypto를 구매해 전송해야 한다. 해외에 비해서 유저 입장에서 Crypto 사용 및 보관을 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유저들이 프로덕트에 Crypto를 전송하기까지 어떤 제약 조건이 있는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어려운 지점은 없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 업비트에서 Crypto를 구매하고 실제로 전송하기까지의 과정을 체험하고, 이 역시도 팀에 공유했다.


언젠가 지금 쓰는 돈 보다 더 많은 가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프로덕트, 시장을 공부하기 위해 개인적인 비용을 사용했다. 아마 프로덕트에 대한 오너십이 없었다면 개인적인 비용을 사용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또한 이렇게 알게 된 내용을 공유할 때는 팀 전체가 우리 프로덕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유저들의 경험, 경쟁사 현황 등을 좀 더 많이 알고 더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공유했다.



디테일 | 궂은일 챙기기


최근 전 국민이 모두 아는 대기업과 함께 전사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조직 입장에서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프로젝트 런칭 시에 예상되는 이슈나 에러를 최대한 사전에 잡아내고 픽스해야 했다. 이를 위해서 많은 트래픽 등을 비롯해 여러 부분에서 반복해서 많은 테스트를 돌렸다. 그리고 과정에서 결제 테스트를 굉장히 많이 진행했다. 각 팀원들이 실제 자신의 카드와 계좌를 이용해서 구매가 잘 되는지, 구매 불가능 조건에서 구매가 잘 안되는지, 트래픽이 몰렸을 때도 결제가 잘 되는지 등을 테스트했다.


결제 테스트를 하면 실제 돈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테스트 후에는 모든 결제 건을 취소해야 한다. 결제 취소는 아무래도 민감한 영역이다 보니, 한 번에 대량 취소가 불가능하고 개별 결제 건마다 모두 취소를 해줘야 한다. 그리고 결제 취소는 클릭 한 번에 되는 게 아니고, 최소 3~4번 정도의 클릭을 해줘야 하나의 결제가 취소된다.


팀 전체가 반복해서 결제 테스트를 진행하면, 나는 결제 테스트가 끝나는 것을 보고 모든 결제 테스트를 취소했다. 프로젝트 런칭 직전 막판에는 하루에 체감 상 100건 이상의 테스트 결제를 취소한 것 같다. 이렇게 많은 테스트를 거친 덕분에, 실제 프로젝트를 런칭했을 때도 어떤 이슈도 발생하지 않고, 무사히 결제가 진행됐다.


이 전사적인 프로젝트는 내가 메인으로 담당하는 프로젝트는 아니었다. 하지만 결제 취소는 단순 반복 업무이고 어찌 보면 귀찮은 업무일 수도 있지만, 꼭 필요한 업무였다. 그리고 이 결제 취소는 기존에 가장 많이 해본 것이 나였고, 그래서 조직 관점에서 내가 가장 빠르게 결제 취소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프로젝트의 메인 담당자 대신 테스트 결제 취소 업무를 맡아서 진행했다(*이 덕분에 메인 담당자가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자의적인 해석이려나 싶은데, 실제로 그렇게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전체 프로젝트 관점에서 봤을 때, 테스트 결제 취소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 많았다. 물론 그런 것들은 당연히 메인 담당자가 도맡아서 진행했다. 그렇지만 이런 디테일한 업무도 누군가는 꼭 챙겨야 했다. 누군가는 앞에 나서서 주요 업무를 진행하면, 누군가는 궂은일을 챙겨야 한다.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는 책에서는 사소한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큰 일을 맡길 수 있겠냐는 문구가 나온다. 이렇게 한 프로세스 내에서의 디테일한 업무 경험을 차곡차곡 쌓으면 나중에 좀 더 큰 업무를 담당할 때, 더 세심하게 많은 부분을 고려해서 예상치 못한 이슈 없이 좀 더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믿음이 있다.



정리 | 날 것의 자료를 보기 좋게 정리하기


새로운 분야에 대해서 리서치를 하고, 정리를 하는 일도 나름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내용을 텍스트로 요약하는 것도 그렇지만, 스프레드 시트 등을 이용해서 항목을 정리하고, 항목에 맞춰서 RAW DATA를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깔끔하게 수집하는 일을 꽤 잘하는 편인 것 같다.


한 번은 디렉터로부터 갑자기 경쟁사들의 매출을 파악하는 업무를 받은 적이 있다. 원래 지금 조직에서 내가 맡은 업무는 아니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잘하는 업무를 하고 싶어서 정규 업무 시간 외에 진행을 하겠다고 했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경쟁사와 주요 품목, 주요 품목별 매출, 판매 기간을 쭉 스프레드 시트에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피벗을 한번 돌렸다. 내부에서만 공유될 자료인 줄 알고, 많이 신경 쓰지 않고 최소한으로만 정리해서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가 공식으로는 아니지만 다른 이해관계자에게도 공유가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럴 줄 알았으면 더 깔끔하게 정리하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쨌든 누군가에게 공유될 만큼의 자료를 만들었다는 게 기분이 꽤 괜찮았다.


데이터 분석가와 SQL 사용이 흔해진 요즘, 엑셀로 아주 기초적인 데이터를 쌓고 피벗, vlookup을 하는 게 무슨 장점이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빠르게 외부 데이터를 가져와서 정리를 해야 하는 경우, SQL까지 쓰기에는 데이터 양이 너무 적은 경우, SQL을 쓸 수 없는 환경에 있는 경우 이렇게 엑셀로 데이터를 잘 쌓고, 정리하는 방법을 아는 건 꽤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엑셀이든 SQL이든 두 개는 결국 도구일 뿐 핵심은 처음에 RAW DATA를 어떻게 쌓고, 정리하느냐 하는 것이다. RAW DATA를 잘 쌓을 수 있다는 것은 특정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맨 처음에 어떤 요소부터 파악을 해야 하는지를 안다는 것이고, 또 정리를 잘할 수 있다는 것은 데이터를 통해서 어떤 것을 보려고 하는지를 명확하게 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데이터가 아닌 텍스트 기반의 리서치 업무도 즐겨하는 편이다. 보통 리서치의 핵심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하나는 다른 사람들이 찾지 못하는 자료를 찾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자료를 보더라도 더 좋은 해석을 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자의 경우는 인내심이 중요하다. 하나의 키워드를 찾아보고 이와 연관된 키워드를 계속해서 찾아보고, 영어로 검색도 해보고 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찾지 못하는 키워드를 찾을 때까지 반복해야 한다. 이 과정을 정확하고 빠르게 할수록 리서치를 잘한다고 할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평소에 산업 동향 등을 꾸준히 파악하려는 노력을 해야 이것도 가능하다. 후자의 경우는 잘한다기보다는 잘하고 싶은 일이고, 계속 연습이 필요한 부분이다. 좀 더 좋은 해석을 하려면 하나의 자료를 다양한 관점과 시각에서 볼 수도 있어야 하고, 서로 다른 자료들을 엮어서 새로운 해석을 하고, 그 과정에서 논리의 비약 혹은 허점을 줄여나갈 수도 있어야 한다.




취준 동안 자소서를 쓰고, 면접 준비를 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것들이 경험을 바탕으로 장점을 파악하고 이 직무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또 단점은 무엇이고 이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를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들이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 글을 쓰면서 내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직무와 환경은 무엇인지, 또 단점으로 인해 예상되는 리스크는 어떻게 줄여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다시 시작하게 된 느낌이다. 글을 쓰지 못했던 동안은 개인적으로 너무 힘든 시간이었고, 하루를 버티기에 급급했고 이런 것들을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 앞으로도 힘든 시간을 겪을 것이라는 게 또 예상이 되고, 언제든지 글을 쓰지 못하고 스스로에 대해서 생각하지 못하는 시간이 언제든 올 수도 있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그런 시간은 아주 잠깐의 시간일 뿐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오랫동안 꾸준하게 스스로에 대해서 생각을 하려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