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데이터야!
주니어 마케터들 중, 엑셀 때문에 고통 안 받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마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엑셀은 잘만 쓰면 너무 편한 도구인데, 못 쓰면 쓰면서도 "도대체 이게 왜 좋은 거야?"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된다('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엑셀' 같은 느낌...).
엑셀 전문가는 아니지만 엑셀로 고통받는 주니어 마케터들을 위해, 엑셀 사용 시 꼭 알아야 하는 데이터 유형에 대해 간단하게 써보려 한다.
* 부제: '바보야, 문제는 데이터야'는 빌 클린턴의 'It's the economy, stupid!'를 패러디해봤다.
흔히들 엑셀을 잘한다고 하면 함수를 오류 없이 구현하고, 원하는 값을 빠르게 찾는 모습을 생각한다. 한 발 더 나가면, 피벗 테이블로 인사이트가 한눈에 보이는 차트를 만드는 모습을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엑셀을 잘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함수 구현과 피벗 테이블, 시각화, 자동화를 쉽게 쉽게 해낸다.
그래서 다들 엑셀을 배우려고 하면, 함수 쓰는 법부터 배우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실무에서 자주 쓰이는 함수 예제' 같은 콘텐츠가 스테디셀러 콘텐츠가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콘텐츠를 저장해놓고 실무에서 얼마나 활용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함수를 자유자재로 쓰려면, 데이터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데이터에 대한 이해 없이 무작정 함수를 쓰려고만 하면 '#VALUE!', '#REF!' '#NAME?' 등의 오류 값이 뜨기 십상이다.
엑셀을 쓸 때 함수를 자유자재로 쓰고 오류 없이 원하는 결과값을 내기 위해서는, 함수를 외우기 이전 데이터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했다. 함수가 계산할 수 있는 데이터를 넣어야 오류 없이 결과값을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그래야 엑셀을 켜놓고 계산기를 쓰는 뻘짓을 안 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함수는 커피 머신이고, 데이터는 커피콩이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커피 머신이 있다고 해도, 이 기계에 커피콩이 아닌 완두콩을 넣으면 커피를 만들 수 없다. 이처럼 아무리 함수 수식을 완벽하게 알고 있어도 잘못된 데이터를 넣으면 원하는 결과값을 도출할 수가 없다.
무슨 말이냐면, SUM 함수를 사용할 때 숫자 데이터를 넣으면 원하는 값을 도출할 수 있다. 그러나 SUM 함수에 숫자가 아닌 문자 데이터를 넣으면 '#VALUE'가 뜬다는 말이다.
피벗 테이블로 인사이트가 금방이라도 나올 것 같은 표를 만드는 것, VLOOKUP으로 원하는 값만 도출하는 것 등은 위에서 말한 커피 비유로 치면,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 같은 것이다. 완두콩으로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를 만들 수는 없다. 일단 커피머신에 제대로 커피콩을 넣고 가루를 내야 아메리카노든, 카페라떼든, 아니면 내가 원하는 어떤 커피라도 만들 수 있다. 즉 함수를 쓰기 전에 함수가 계산할 수 있는 데이터를 먼저 넣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엑셀 데이터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모르고 들으면 엑셀 데이터 유형이 정말 많을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실은 딱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문자 데이터, 숫자 데이터, 논리 데이터. 이 3가지 유형만 정확하게 알아도, 데이터 정렬부터 피벗 테이블 제작까지 훨씬 더 정확한 결과를 쉽고 빠르게 뽑아낼 수 있다.
문자 데이터는 셀 내에서 좌측 정렬로 나타난다. 문자 데이터는 말 그대로 단어, 문장 등의 텍스트 데이터라 더 설명할 것이 없다. 참고로 한 셀에 숫자와 문자를 같이 쓸 경우, 엑셀은 문자 데이터로 인식한다. 예를 들어 3개 셀에 각각 '1월', '2월', '3월'이라고 쓰면, 엑셀은 날짜(숫자) 데이터로 인식하지 못해 날짜 필터를 사용할 수 없다.
숫자 데이터는 셀 내에서 우측 정렬로 나타난다. 일반적인 숫자뿐 아니라, 엑셀은 날짜와 시간도 숫자 데이터로 인식한다. 이외 다양한 수치도 숫자 데이터로 입력한다. 보통 실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숫자 데이터는 날짜, 시간, 통화(돈), 이 정도다.
날짜와 시간은 입력 형식에 맞게 입력해줘야 숫자 데이터로 인식된다. 날짜와 시간을 형식에 맞지 않게 입력하면 엑셀은 숫자 데이터가 아니라 문자 데이터로 인식한다. 이렇게 되면 엑셀에서 날짜, 시간 필터를 사용하지 못하고, 비효율적으로 데이터를 정리하거나 엑셀을 켜놓고 계산기를 쓰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날짜를 입력할 때는 반드시 대시(-) 혹은 슬래시(/)로 연, 월, 일 구분을 해줘야 숫자 데이터로 입력이 된다. 마침표(.)로 입력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면 문자 데이터로 인식이 된다. 시간을 입력할 때는 반드시 콜론(:)으로 시, 분, 초 구분을 해야 숫자 데이터로 입력이 된다. 텍스트 그대로 시, 분, 초를 입력하면 문자 데이터로 인식이 된다. 날짜, 시간을 형식에 맞춰 숫자 데이터로 입력한 후에, 눈에 익숙지 않아 보기가 힘들다면 내가 원하는 대로 표시 형식을 바꿔주면 된다.
논리 데이터는 가운데 정렬로 나타난다. 논리 데이터 값은 'True', 'False' 딱 두 가지다. 논리 데이터는 아직까지 실무에서 써본 적이 없어서 자세하게 잘 알지는 못한다.
엑셀 실력을 키우는 효과적인 방법은 일단 엑셀 인강을 들은 후에, 실제 데이터로 계속 연습하는 것이다. 엑셀 인강은 워낙 많으니, 커리큘럼과 티저 강의를 보고 자신에게 맞는 것 아무거나 들으면 된다.
독학 대신 인강을 추천하는 이유는, 브런치나 구글링으로 배울 경우 파편화된 지식만 배우기 쉽다. 엑셀 데이터와 기능에 대한 이해를 하기 전에, 기능 구현 방법만 외우는 식이다(외우면 그나마 나은 수준이다). 이렇게 되면 스스로 알고 있는 몇몇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엑셀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연습의 중요성을 따로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연습 없이 잘할 수 있는 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엑셀로 인해 고통받는 모든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 :)
* 지금까지 글을 주 2회 발행했는데, 당분간은 주 1회 발행할 계획이다. 회사 다니는 와중에도 브런치 글만 쓰면 계속 주 2회 발행 가능할 것 같은데 새롭게 배워야 할 것도, 읽어야 할 책도, 또 다른 할 일들도 있어서 당분간은 주 1회 발행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