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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H Mar 18. 2021

우리 회사, 진짜 테크 스타트업일까?

말로만 테크를 외친다고 테크 기업이 되지는 않는다

최근 스타트업에서 핫한 키워드 중 하나가 테크(Tech)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테크 열풍의 시작은 핀테크(Fin-Tech)라는 개념이 뜨면서부터 시작된 것 같다. 에듀테크(Edu-Tech), 프롭테크(Prop-Tech), 등 다양한 분야에서 테크 기업을 표방하는 스타트업들이 정말 많이 생겼다.



테크 기업의 핵심은 기술을 이용한 문제 해결이다


테크 기업의 핵심은 '기술'을 이용해 기존에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토스가 가장 좋은 예시다. 토스는 기술을 이용해 공인인증서, OTP, 보안카드 등을 반드시 사용해야만 하는 불편한 기존 송금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했다.


쿠팡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로켓 배송을 도입했다. 고객 입장에서 주문부터 실제 상품을 받기까지 시간 차가 난다는 문제를 기술을 통해 해결한 것이다. 그 외에도 AI를 통한 배민의 가짜 리뷰 거르기, 로톡의 형사 판결문 분석 등등 테크를 통해 기존의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스타트업들이 정말 많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취향을 분석해 영화를 추천해주는 왓챠도 정말 기술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핀테크의 대표 주자이자, 국내 테크 기업 열풍의 선두주자 토스



테크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술에 대한 이해와 비전이 필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테크 기업의 핵심은 '기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단순히 자체 웹사이트를 구축했다고, 조직 내에 이를 다루는 개발팀이 있다고 테크 기업이 아니다. 또한 단순히 오프라인의 사업을 온라인으로 옮겨왔다고 테크 기업이 아니다. 동대문의 옷 가게가 홈페이지를 만들고 온라인에서 옷을 판다고 테크 기업이 아닌 것처럼.


당연히 초기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AI나 빅데이터 등의 최신 기술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인력도 부족하고, 당장 조직 내에서 가진 기술도 부족하기 때문에. 그렇지만 지금 당장 기술을 활용하지 못하더라도 진짜 테크 스타트업이라면, 어떤 기술을 통해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과 계획이 있어야 한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프롭테크 분야의 스타트업들



테크 기업이 되기 위해선 점차 높은 수준의 기술 도입이 필요하다


그리고 기술 발전이 빠른 요즘, 간단한 수준의 기술만 이용해서는 테크 기업이라고 하기 어렵다. 시작은 간단하고 쉬운 기술을 사용해도, 점차 높은 수준의 기술을 도입해야 진짜 테크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 교육을 예로 들면 이해하기가 쉽다. 20년 전에는 온라인 강의 사업을 하는 곳이 있었다면, 그 당시 기준에서 그 기업은 테크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당시에는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들이 물리적 한계 없이 강의를 접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혁신이었고, 엄청난 기술을 활용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단순히 온라인 강의만을 제공하는 기업을 에듀테크 기업이라고 하기 어렵다. 누구나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지식을 쉽고 빠르게 강의로 만들 수 있다. 적어도 오늘날의 에듀테크 기업이면, 개개인의 학습 수준과 진도에 맞춰 개인화된 커리큘럼을 제공하거나, 최소한 개개인의 학습 패턴에 맞춰 꾸준히 학습할 수 있도록 푸시라도 보내야 한다. 지금 당장은 여러 이유로 실현을 못할지라도 이러한 계획을 명확히 그리고 있어야 한다.


사칙연산도 못하는데 미적분 문제를 풀 수 없는 것처럼, 코호트 분석도 못하면서 개인화된 서비스를 만들 수 없다. 또 구매 데이터, 회원가입 데이터 등등 접하기 쉬운 데이터도 제대로 축적하거나 활용하지 못하는데,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는 없다.


지금 당장 못하는 건 괜찮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비전과 계획을 갖고 가장 기초적인 코호트 분석, 데이터 축적 등을 하나씩 시도해야 나중에 더 큰 기술과 더 많은 데이터를 활용하고 테크 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인식과 계획 없이 말로만 테크 기업을 내걸고 데이터 활용, 기술 활용 등을 말하는 것은 아예 잘못된 것이다.

계속해서 높은 수준의 기술을 도입하면 이런 테크 스택이 구성된다



테크 기업을 가르는 건, 기술에 대한 CEO의 이해 수준이다


기술 발전의 속도는 더 빨라지고,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준도 엄청나게 높아졌다. 그래서 테크 기업을 추구하는 스타트업이라면 더 높은 수준의 기술로 더 큰 문제를 해결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테크 기업을 추구하는 스타트업이 진짜 테크 기업인지, 아니면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 스타트업인지를 가르는 건 대표의 기술에 대한 이해다. 그래서 저커버그 같은 기술 이해도가 높은 CEO가 더 유망할 수밖에 없다.


테크 기업이라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고, 테크 기업이 아니라고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다. 테크 기업이든 아니든 꾸준히 수익을 내서 살아남고 이익을 내면 된다. 다만 구성원들이, 특히 대표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이 회사가 테크 스타트업인지, 아니면 일반 스타트업인지를 정확히 아는 건 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테크 스타트업이라면 어떤 기술로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하버드 컴공을 중퇴하고 페이스북을 만든 저커버그



테크 기업이라고 하면 왠지 있어 보인다. 회사가 있어 보여야 투자에도 유리하고, 인재를 영입하거나 소비자를 모으는 데도 유리하다. 하지만 내실 없이 테크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로 있어 보이게만 만든 회사는 오래가지 못한다. 소비자도, 인재도, 투자자도 한 번은 속지 두 번은 안 속는다.


그러니 자신의 기업이 진짜 테크 기업이라는 단어와 브랜딩에 집착할 필요 없다. 테크 스타트업이든 아니든, 최우선 목적은 수익을 만들어 살아남는 것이다. 만약 테크 스타트업이 아니라면 테크에 집착하는 대신, 더 크고 지속적인 수익을 만드는 데 집착하는 편이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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