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시작은 언제나 자유형

또 다른 이름의 평정심 찾기

by 마림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처음도 아니고, 어릴 적 물속에서 앞으로 나아갔던 기억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을 먹으면서 했던 것 같다. 종종. 하지만 그 느낌이 싫지 않았다. 인간의 몸 70%는 물이라고 하지 않는가. 우리는 엄마 뱃속에서도 열심히 열 달 넘게 헤엄친 기억을 어딘가에는 간직하고 있지 않을까. 대한민국 평균인 사람들보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지만, 다행히 나는 부레옥잠처럼 물에 잘 뜬다. 말 그대로 동동. 팔다리를 움직여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그렇게 수영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다행히 물을 두려워하진 않았다. 한때 깊은 곳에 들어갔다가 발이 닿지 않아서 허둥대긴 했었다. 하지만 나는 안다. 물속에서는 허둥댈수록, 힘을 주어 떨쳐내려 할수록 가라앉는다는 걸. 딱 한번 물에 빠진 적이 있다. 생각지도 못한 깊이에 당황해서 물보라를 일으키며 수면 위로 떠오르려고 노력했다. 같이 갔던 친구는 장난이었다며 깊이를 알려주지 않았고, 어릴 적 수영을 배웠다는 생각에 그래도 물에 떠있을 수 있다는 나름의 자신감이 차 있었다. 생각보다 길었던 레인에서 나아가다가 힘들어서 멈췄는데 다리가 바닥에 닿지 않자, 놀람과 동시에 숨이 차기 시작했다. 몸은 긴장할수록 무거워진다. 물을 밀어내면 밀어낼수록 차오른다. 다행히 레인 바로 가까이에서 사다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때 깨달은 것 같다. 물속에서 발버둥 치면 안 된다는 것을. 이것이 트라우마로 남아 물에 들어가는 걸 피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기엔 나는 물을 너무 좋아한다.


수업을 시작하고 얼마뒤 난관에 부딪혔다. 머리였다.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려 마시고, 뱉어내기만 하면 되는데, 이놈의 머리는 자꾸 물밖으로 들썩들썩 나왔다. 고개를 옆으로 틀기만 하면 된다고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셨지만, 나름 물속에서 편안함을 느낀다고 생각했던 것에 비해 그 지침은 머릿속을 맴돌 뿐 행동으로 나오지 않았다. 문제는 고개가 들리면 수평으로 유지되어야 하는 몸은 머리가 물밖으로 승천함과 동시에 다리가 물속으로 가라앉게 된다. 이러면 물을 타야 하는 몸은 물에 부딪치게 된다. 자연스럽게 힘은 힘대로 들어가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게 된다. 이론으로는 이해하고 있는 부분인데, 생각처럼 쉽게 이행되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고 남아서 몸을 구부린 뒤, 얼굴을 물에 반쯤 담그고 연습해 보았다. 핑그르르 돌리면 된다. 90도 각도로 핑그르르. 오른쪽으로 고개를 앞으로 드는 게 아니라, 살짝 돌리기만 하면 되는 거다.


머리를 살짝 돌리고 팔로 물길을 터가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발차기와 팔로 물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몸을 수평으로 유지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면 되는 것이었다. 너무 간단한 영법이지만, 기본이자 완성하기 어려운 것이 자유형이다. 자유인만큼 영법을 하는 사람들 별로 몸에 맞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8년간 지속해서 배워오면서 느끼기에 자유형의 시작은 아마도 물속에서 몸을 수평으로 유지하는 게 아니었을까 한다. 스트림라인이라는 수평선을 물표면과 같이 유지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미끄러지듯이 물을 타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시작인 것이다. 물론 오래 한다고 해서 다 잘하는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스트림라인을 잘 잡아야 영법이 몸에 맞춰져서 유지를 하게 되는 것인데, 아직도 가끔 피곤한 날이면 몸이 굳어져서 인지, 스트림라인이 유지가 안돼서 앞으로 나아가진 않고, 물이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오늘도 생각한다. 잘 떠있는지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수평을 유지하면서 앞으로 늘 해오던 것처럼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가보자. 앞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