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주(state) 형사 사건을 담당하는 편인데, 최근에 연방 형사사건에 공동 대리인으로 참여할 일이 있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연방 형사 절차법을 다시 살펴보다가 문득 연방 형사법과 주 형사법 실무의 차이점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가 흔히 "범죄"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주 형사법으로 처벌되는 범죄를 떠올리기 쉽다. 절도(Theft), 폭행(Assault/Battery/Malicious Wounding), 살인(Murder), 강간(Rape/Sexual Assault), 사기(Fraud), 음주운전(DUI/DWI)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들 범죄는 이른바 소위 "Street Crime"으로 분류되며, 연방검찰/경찰보다는 보통 주 검찰/경찰이 담당하는 사건들이다. 이들 사건의 경우에는 대부분 변호사 비용이 일시불, 즉 "Flat Fee"로 지불되며, 의뢰인이 변호인을 고용하거나 법원에서 국선 변호인이 지정되는 시점은 대부분 기소가 이루어지고 난 다음이다.(Post-Arrest/Indictment)
반면, 연방 범죄는 일반적으로 "화이트 칼라"(White Collar) 범죄가 많다. 탈세(Tax Evasion), 내부거래(Insider Trading), 주식사기(Securities Fraud), 우편/전신환 사기(Mail/Wire Fraud) 등이 그것이지만, 굳이 화이트 칼라 범죄라고 분류하긴 애매한 마약 및 무기 죄나, 최근 손정우 사건으로 알려진 아동 포르노 관련 범죄도 연방법으로 처벌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 사건의 경우에는 상당수가 기소 이전(Pre-Indictment) 단계부터 변호인이 고용되며, 변호사 비용도 일시불이 아니라 시간당 보수로 지불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연방 형사법과 주 형사법은 대부분 겹친다. 즉, 연방법 상으로도 절도나 살인 등의 행위를 처벌할 수 있으며, 마찬가지로 주 법으로도 탈세나 내부 거래를 처벌할 수 있다. 다만, 연방 형사법은 대부분 여러 주를 걸쳐 이뤄지는 범죄행위나 미국 연방법의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범죄에 집중되어 있다. 예를 들어, 워싱턴 디시의 내셔널 몰 같은 미국 연방 국립공원에서 마약을 소지했다든지,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를 목적으로 주 경계선을 넘은 경우, 연방 형사법으로 처벌될 수 있다.
연방 형사법이나 주 형사법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헌법에 정의된 형사상의 적발 절차와 이를 발전시킨 연방대법원 판례들이다. 예를 들어, 일반인들이 잘 알고 있는 "미란다 원칙"의 경우 Miranda v. Arizona라는 연방대법원 판례로부터 비롯된 것인데, 연방대법원은 미국의 최종 사법기관인 만큼 이곳의 판례는 미국 전역의 법원에(주/연방 상관없이) 적용된다.
한편, 연방 범죄는 각 지역의 연방 검사장(United States Attorney)을 필두로 개별 연방 검사(Assistant United States Attorney, AUSA)가 담당하며, 주 범죄는 각 지역의 검사장(State/District/Commonwealth Attorney)을 필두로 개별 주 검사(Assistant State/District/Commonwealth Attorney)가 사건을 담당한다. 예를 들어, 버지니아 주는 일반적으로 주를 지칭하는 대명사로 "State"보다는 "Commonwealth"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때문에, 버지니아 주 검사는 "(Assistant) Commonwealth Attorney"라고 하며, 각 카운티 마다 검사장을 두고 있다.
연방 검사나 주 검사나 둘 다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연방 검사의 수가 더 적고 일반적으로 연방 범죄는 형량이 매우 센 편이기 때문에 연방 검사가 조금 더 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조금 흥미로운 점이라면, 주 검사는 형사 사건만을 전담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연방 검사의 경우에는 연방정부를 원고/피고로 하는 민사 사건에도 종종 관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특이하게 워싱턴 디시는 주 검사가 따로 없이, 연방 검사가 연방/주 사건을 동시에 처리하는 유일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