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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Feb 01. 2021

미국 게임스탑 사건과 관련자 형사처벌

주식 시장에서 일어난 역대급 사건. 현재 진행형.

최근 게임스탑 주가 변동 그래프

최근 며칠간 미국 전역을 들썩이게 했고,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이 있다. 바로 "게임스탑 주가 폭등 사건"이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미국 사람들에게 게임스탑(GameStop)은 비교적 친근한 비디오 게임 판매 체인점이다. 주로 콘솔 게임(플레이 스테이션이나 Xbox 등) 기기와 게임팩, 캐릭터 상품 등을 파는 곳인데, 요즘은 컴퓨터나 모바일 게임의 영향과 코로나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해던 회사이다. 덕분에 이 회사의 주가는 2020년 내내 1주당 거의 5~10불을 맴돌았다.


여기에서 헤지펀드가 등장한다. 헤지펀드는 게임스탑의 주가가 더 내려갈 것으로 보고 공매도를 시도하게 된다. 공매도는 쉽게 말해서 미래에 특정 회사의 주식 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해당 주식을 가지고 있는 소유자에게 주식을 빌려서 현재 가격으로 판 다음에, 나중에 주식 값이 떨어졌을 때 싼 값에 주식을 사서 빌렸던 소유자에게 주식으로 되갚는 행위를 의미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론상 공매도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의 최대치는 해당 주식의 현재 가치이며(즉, 나중에 주식 값이 0이 되는 경우), 공매도로 잃을 수 있는(즉, 미래의 주식 값이 현재보다 올라갔을 때) 손실의 최대치는 무한대이다. 이론상 특정 주식의 가격 상한선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거대 헤지펀드인 멜빈 캐피털은 게임 스탑에 대한 공매도를 시도하고, 이를 공개한다. 대형 헤지펀드는 일부러 이러한 공매도 시도와 해당 주식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대놓고 공개하는데, 왜냐면 이를 알게 된 해당 주식의 소유주(투자자)들은 대개 유명 헤지펀드의 전망을 믿는 경향이 강하고, 이에 따라 더 큰 손해를 보기 전에 미리 빨리 팔자는 생각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해당 주식이 더욱더 시장에 풀려서 가격이 추가로 떨어지고, 공매도를 시행하는 헤지펀드는 더 큰 수익을 남길 수 있게 된다. 즉, 헤지펀드들의 공매도 포지션 공개는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게임스탑 주식에 관해서는 정반대의 일이 일어났다.


한국으로 치면 디시인사이드의 주식 갤러리(주갤)에 해당하는 미국 웹사이트 레딧의 WallStreetBets (WSB) 게시판의 유저들은 멜빈 캐피털의 게임스탑에 대한 공매도를 저지하기 위해 게임스탑 주식을 사들이자는 캠페인을 벌이게 된다. 이들은 대부분 20~40대로 어릴 적 게임스탑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직장인들인데, 헤지펀드가 공매도를 시도하자 예전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겪어 헤지펀드에 가지고 있었던 반감에 불을 붙이게 된다. 처음에는 소규모였던 캠페인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예전에 공매도로 큰 피해를 본 적 있는 테슬라 CEO 엘론 머스크도 여기에 참여하게 된다. (엘론 머스크도 레딧 WSB유저라고 한다)


덕분에 1월 초에 주당 20불 미만이었던 게임스탑 주식은 1월 27일까지 150불 가까이 상승했고, 엘론 머스크의 트윗에 순간 350불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주가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다음날 470불 가까이 상승했다가, 미국의 대표적인 주식투자 어플인 로빈후드가 게임스탑 주식에 대한 "판매" 버튼은 놔둔 채 "구매" 버튼을 삭제하자 급격히 주가가 130불대로 떨어졌다. (일반 유저가 특정 주식을 구매하지 못하고, 판매만 가능하다면 당연히 주가는 떨어진다) 이는 유저들의 시장 참여 권리를 침해하는 명백한 불법 행위이다.


물론 로빈후드의 구매 버튼 삭제 행위는 단순히 자의적인 판단에서 나온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왜냐면 로빈후드는 "시타델 시큐리티"라는 금융회사에게 유저들의 매매 요청 주문을 판매함으로써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스타트업이었고, 한편 시타델 계열사 중에 하나인 "시타델 LLC"는 이번에 공매도를 시도한 멜빈 캐피털(헤지펀드)의 막대한 지분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이기 때문이다. 즉, 시타델이 멜빈 캐피털의 공매도를 돕기 위해 자신의 하청업체 격인 로빈후드를 움직였다는 것이다. 물론 당사자들은 이러한 이해관계 충돌을 부정하고 있지만, 정황상 이해관계와 시기가 맞아떨어지는 만큼 조사가 더 이루어져야 명확한 관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주식 시장이 미국 동부시간 금요일 오후 4시에 마감할 시점에, 게임스탑의 주가는 325불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이번 사건을 통해 공매도 세력은 200억 불(약 22조 원)의 손해를 봤으며, 앞으로 이는 더 커질 수도 있어 향후 미국 혹은 세계 주식 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필자의 전망으로는 이번 사건을 통해 적잖은 사람들이 감옥에 가거나 엄청난 규모의 벌금을 내게 될 것이다. 공정한 경쟁을 통한 자본조달을 표방하고 있는 미국 자본시장에서, 만약 멜빈 캐피털이나 로빈후드가 의도적으로 공매도를 통한 이익실현을 성공시키기 위해 주식 시장을 조작하려 했다면 처벌을 면하기가 힘들 것이다.


적용될 수 있는 예상 처벌조항은 3가지가 있다. 하나주가 조작(market manipulation)으로 연방법 7장 13조 (a)(2)항에 근거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미국에서 통상으로 거래되는 자본 및 상품의 가격을 조작할 목적으로 거짓된 정보를 전달하거나 공개하는 경우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백만 불 이하의 벌금 이하로 처벌될 수 있다. 만약 멜빈 캐피털이나 기타 공매도 세력이 게임스탑의 주가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게임스탑에 대한 부정적인 거짓 정보를 퍼뜨렸을 경우 이에 해당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주식 사기(Fraud on the Market)로 연방법 18장 1348조 (1)항에 따라 주식 시장에서 타인을 속이기 위한 목적으로 불법적인 책략이나 계략을 짜거나 이를 시행하는 경우, 최대 25년 이하의 징역 및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다. 만약 일반 투자자의 게임스탑 주식 구매를 막기 위해 로빈후드나 멜빈 캐피털이 조직적으로 로빈후드 어플을 조작하였다면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


세 번째는, 미국 증권법(Securities Exchange Act of 1934)에 근거한 주식 사기(Anti-Fraud) 규정이다. 이를 명시한 연방 규정(Code of Federal Regulation, CFR)을 본떠서 흔히 "Rule 10b-5" (17 CFR § 240.10b-5) Anti-Fraud Provision이라고도 한다. 참고로 이 조항은 미국 증권위원회(SEC)가 주식 시장의 교란을 막는 데 사용되는 가장 강력하고도 광범위한 조항으로, "누구든 주식을 거래하는 데 있어서 (1) 주식시장 참여자를 속이기 위한 장치, 계획, 책략을 사용하거나, (2) 중대한 사실에 대한 거짓 정보를 흘리거나, (3) 주식의 거래에 있어서 사기나 속임수를 사용하는 경우"를 처벌할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2018년에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도 트위터 하나 잘못 올렸다가 바로 이 Rule 10b-5 조항에 걸려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당시에 그는 "테슬라 주식을 주당 450불로 구매하여 비상장회사로 전환을 할 준비가 끝났다"라는 내용을 올렸다가 이를 철회하여 주가 조작 혐의로 SEC에게 조사받은 뒤 총 400만 불의 벌금과 본인이 테슬라 이사회 의장직(Chairman)을 내려놓는 조건으로 합의를 봤었다. 관련 SEC 언론 발표. 그런데 이번에는 트윗으로 WSB에 합세하여 공매도 세력을 침몰시키는데 일조한 인물이 된 것을 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엘론 머스크와 그의 트윗들 <출처: Chris Young, https://interestingengineering.com>


어쨌든 이번 게임스탑 사건과 관련해 이미 뉴욕, 텍사스 주 검찰총장과 SEC에서 수사 의지를 밝혔고, 앞으로 연방 법무부나 뉴욕 맨해튼 연방검사도 관련된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실 관계가 드러날지 매우 흥미롭다. 앞으로 관련 당국의 수사와 공소가 추가로 이루어지면 해당 내용에 대해서도 다뤄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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