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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Nov 06. 2021

미국 변호사의 영어 고군분투기(4)-대학 생활(상)

영어 발음과 회화, 그리고 텝스(TEPS) 시험

필자는 2004년 대학에 입학해 중간의 군 휴학과 미국 로스쿨 입시 준비를 위한 휴학 등으로 졸업이 늦어져 2011년에 대학을 졸업했다. 그래서 동기들에 비해 졸업이 많이 늦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고 영어 실력을 높일 수 있었기에, 대학을 뒤늦게 졸업한 것에 대해서는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앞서 얘기했듯이 필자는 학창 시절 영어 과목을 가장 좋아했으며, 영어 과목을 담당했던 고3 담임 선생님의 영향을 받아 영어교육과에 입학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중에 하나가 영문과나 영어교육과 등 전공에 “영어”가 들어가는 공부를 하는 대학생들은 당연히 영어를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영문과는 영어로 된 “문학”을 주로 공부하는 학문이고, 영어교육과는 영어라는 언어를 가르치는 “교육학”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이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무조건 영어를 잘한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그렇지만 필자의 경우에는 영어교사의 꿈을 키우고 있었기 때문에, 영어를 가르치는 교수법을 잘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서 영어실력 자체를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영어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물론 전공과목들이 영어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전공 교과 중에서 음운론(phonology)을 공부할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에 영어 발음이 쉽게 개선되지 않아서 고민하던 차에 영어의 각 자음과 모음의 기초 발음 원리, 발음 기호 및 각종 음운 변화 현상 등을 전공 수업을 통해 배운 뒤에 이를 연습에 적용하여 영어 발음에서 큰 진전을 이룰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필자는 영어 발음을 개선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1. 사전에 나와있는 IPA 발음기호를 알고, 그에 대응하는 소리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즉, 어떤 영어 단어를 보면 그 단어의 발음기호를 IPA로 적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되고, 동시에 발음기호만을 보고도 어떤 단어인지 역으로 유추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한글에는 따로 바로 발음기호가 없어서 구체적인 예를 들긴 어렵지만, 예를 들어 한국어 원어민들은 “속리산”이란 단어를 소리 나는 대로 적으면 실제로는 /송니산/이 된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반대로 어린아이가 “송니산”이라고 쓰면, 이것이 원래는 “속리산”을 의미한다는 것도 쉽게 알 수 있다.


2. 발음 기호와 더불어 영어 단어의 음절 구분이 한글과 어떻게 다른지 알아야 한다. 가장 극단적인 예로, 영어단어 break는 1음절이지만, 한국어로 읽으면 “브레이크”로 4음절이나 된다. (물론 실제 영어 발음에 가깝게 “뷁”으로 적을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strike도 영어에서는 1음절로 발음되지만, 한국어로 읽으면 “스트라이크”로 5음절이 된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영어에서는 한글처럼 모든 자음(br- 혹은 str-)에 모음을 꼭 붙일 필요가 없고, 이중 모음(-ei- 혹은 -ai- 등)도 영어는 1음절로 간주되는 반면, 한국어는 2음절로 발음된다는 것이다.


3. 영어단어의 음절 구분을 한 뒤에는 한 단어 내에서 강세가 어디에 위치하는지 알아야 한다. 예를 들면, photograph, photographer, photographic의 강세가 각각 1음절(PHOtograph), 2음절(phoTOgrapher), 3음절(photoGRAPHIC)에 위치한다는 점이 다르다. 강세에 따라 단어의 유형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명사로서의 conduct(행동)를 발음할 때는 강세가 앞에(CONduct) 오지만, 동사로서의 conduct(행동하다/지휘하다)는 강세가 뒤에(conDUCT) 붙는다. 


4. 더불어 알파벳의 모음이 반드시 하나의 소리로만 대응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한글의 경우에 “ㅏ”는 반드시 “아”라고 밖에 발음되지 않지만, 알파벳의 모음 “o”는 단어에 따라 4가지의 서로 다른 소리로 발음될 수 있다. 예를 들어, only의 o는 oʊ (“오우”에 가까움), stop의 o는 ɑ (“아”에 가까움), love의 o는 ʌ (“어”와 비슷하지만 “아”의 느낌이 약간 추가), 마지막으로 observe의 o는 소위 schwa라고 불리는 ə (“으”와 “어”의 중간이지만 힘을 뺀 느낌)로 발음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5. 마지막으로 영어 발음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머슬 메모리(muscle memory)를 발달시켜야 한다. 인간의 조음기관도 팔다리와 마찬가지로 근육과 신경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영어 발음도 일종의 운동처럼 이러한 근육을 적절하게 움직여야 되는 것이다. 초보자가 테니스 서브 동작을 배운다고 하루아침에 시속 200km의 속도로 서브를 넣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년간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미세 조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효율적인 서브 동작이 완성되는 것처럼, 영어 발음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조음기관의 근육을 단련시켜야 한다. 그 말은 유년기를 지나 성인이 되어서도 적절한 연습을 한다면 충분히 원어민에 근접한 발음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필자의 경우 1학년 때를 제외하고 3년 내내 항상 2~4건의 영어 과외를 함으로써 자체적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조달했는데(어차피 대학교가 집 근처라서 부모님과 생활하다 보니 생활비 자체가 별로 들지 않았다), 과외를 하기 위해 차로 이동하는 시간에는 항상 텝스 청해 파트를 틀어놓고 들리는 대로 소리를 최대한 비슷하게 따라 하는 쉐도잉(shadowing)을 했다. 텝스 청해는 일반 영어 지문보다 속도가 빠른 편이라, 듣기 연습뿐만 아니라 조음기관의 근육을 발달시키고 동시에 영어의 소리에 익숙해지는데 최고의 교재였다. 당시에는 카세트테이프로 텝스 청해 파트 내용을 들었는데, 3년쯤 거의 매일 1~2시간 정도 들으니 마지막에는 정말 테이프가 늘어져 재생속도가 느려질 정도였다.


필자가 이렇게 영어 발음을 개선하기 위해서 노력한 이유는 영어 말하기를 잘하기 위한 것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자기만족이란 내재적 동기부여(internal motivation)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당시만 해도 영어 발음이 좋아야 영어를 잘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으며, 원어민 같은 영어 발음을 남들에게 뽐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내 영어 발음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스스로의 영어 발음을 녹음해서 평가하기도 했었다. 처음에는 본인의 목소리가 왠지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졌고, 조금씩 발전해 가는 스스로의 모습에 큰 만족감을 느꼈다.


한편, 대학 생활 내내 학교 내의 언어교육원에서 제공하는 회화 수업을 계속 수강했다. 이러한 회화 수업은 정식 대학 수업이 시작되기 전인 오전 8시에 약 1시간 정도 원어민과 대화를 하는 방식이었는데, 매일 1시간이나마 지속적으로 원어민과 대화를 하면서 다양한 주제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며 영어 회화실력을 높일 수 있었다. 수업이 없는 방학 동안에는 매일 하루에 3시간 동안 이어지는 원어민 회화 집중 교육반을 수강했다.


또한 필자는 대학 시절 내내 기회가 되면 2~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영어 시험(텝스, TEPS)에 응시했다. 굳이 장학금이나 취업 등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스스로의 영어 실력을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기 위한 목적으로 영어 시험을 응시했던 것 같다. 이렇게 정기적으로 영어능력 평가 시험에 응시를 하게 되면, 영어 공부를 한 결과가 가시적으로 눈에 보이고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적당한 긴장상태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TEPS 시험이 TOEIC이나 TOEFL 등에 비해서 출제 범위나 내용이 다양하면서도 난도가 높은 편이었기 때문에, 적당한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키면서도 전반적인 영어실력 향상을 꾀할 수 있었다. 덕분에 대학교 1학년 때는 (New TEPS이전 점수 기준) 700점대 초반으로 카투사 응시 점수를 근소하게 넘을 수 있었지만, 대학교 4학년 때는 914점(전체 응시자 중 상위 약 0.8%)을 획득할 수 있었다.


필자의 대학교 재학 당시의 텝스 시험 성적표


(이후 “미국 변호사의 영어 고군분투기 (5)-대학 생활(중)”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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