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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Oct 01. 2022

최근 이모저모 Sept. 2022

#1

커피를 끊은 지 한 달이 넘었다. 8월 말쯤에 위 내시경 검사를 받고 역류성 식도염 진단을 받고 내린 특단의 조치였다. 거의 10년 동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공복에 진한 커피 한 잔 마시는 것이 낙이었는데, 결국 그 습관이 몸에 해를 가져왔다. 커피를 끊고 한 일주일 동안은 멍한 상태로 하루를 보냈는데, 이 주정도 지나니까 오히려 예전보다 정신이 멀쩡하고 잠도 잘 자기 시작했다. 물론 식도염 증상도 거의 사라졌다. 그동안 도대체 무슨 이유로 커피를 마셨는가 싶다. 역시 습관은 무서운 거다. 요즘은 대부분 캐모마일 차를 마시는데, 아주 가끔 커피 생각이 나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디카프로 마시긴 한다.


#2

운동 횟수가 늘었다. 기존에는 목요일에 테니스 컨디셔닝 PT를 받고, 주중에 테니스 한 번, 주말에 한 번 정도 해서 일주일에 총 세 번 정도 운동을 했는데, 이번에 우리 기관에서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도입해서 반 강제(?)로 운동 시간이 늘어났다. 피트니스 프로그램은 주중 40시간 근무시간 중에 최대 3시간을 운동할 수 있게 허용해주는 제도이다. 나는 월수금을 피트니스 데이로 정했는데, 이 날은 하루 8시간 근무가 아니라 7시간 근무 + 1시간 운동으로, 1시간 일찍 퇴근하거나 1시간 늦게 출근하는 대신 그 시간에 운동을 한다. 그러다 보니 월수금은 아침 출근 전에 근처 고등학교에서 트랙을 돌거나 줄넘기 등으로 운동을 하는 날이 됐다.


#3

투자를 시작했다. 이제 새로운 직장에서 업무를 시작한 지 6개월이 되어, 이제 어느 정도 심적·금전적 여유가 생기다 보니 남는 자금의 투자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게다가 물가 상승률이 높다 보니 버는 돈을 그냥 체킹 어카운트에 보관하는 건은 돈을 계속 잃는 것이라는 위기감이 생겼다. 그래서 우리 부부의 10개월 생활비를 비상금으로 제외하고 나머지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제 초보 단계라서 이것저것 책도 읽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정보도 얻는 단계다. 최근에 브로커리지 어카운트를 열고, 가장 기초적인 인덱스 펀드에 몇 개 투자를 시작했다. 현재로서는 개별 주식보다는 그냥 인덱스가 가장 확실하고 마음 편한 것 같다.


#4

한국 정치를 열심히 팔로잉하고 있다. 원래 아침이나 점심 먹으면서 한국 뉴스를 보는 편인데, 최근 한국에서 들려오는 정치 뉴스를 보고 있자면 코미디가 따로 없다. 바이든을 바이든이라고 부를 수 없는 안타까움. 권력이 뭐길래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대통령의 눈치를 봐가며 실드를 치는지. '벌거벗은 임금님'이 따로 없다. 그 누구도 주변에서 "아무 옷도 보이지 않습니다"라고 말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슬프다. 온 백성들에게는 볼품없이 못생긴 임금의 몸뚱이와 덜렁거리는 성기가 잘 보이는데 말이다. 누구를 탓하랴. 본인부터가 멋진 옷을 입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데.


#5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이제 업무를 시작한 지 막 6개월인데 무슨 커리어 고민이라고 하겠느냐만, 변호사로서는 벌써 8년 차이다. 현재 내 직급(grade)은 GS-13가 한계라서, 이직을 하지 않는다면 연봉 상승 기대치는 호봉(step) 상승치+물가 상승률 반영분 밖에 기대할 수 없다. 물론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기왕이면 비슷한 업무를 하더라도 돈을 더 많이 받는 게 낫지 않은가. 이제 업무와 상사들의 스타일 파악도 어느 정도 했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업무와 그렇지 않은 업무,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한 내 선호도를 더 자세히 알게 됐다. 내년 3월이면 GS-14 직급 지원 자격이 되기 때문에 아마 그때쯤 되면 이직에 대한 마음을 정해야 할 것이다. 공무원이 한 번 됐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그 안에서도 계속 이직과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6

새로운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하이텔 시절부터 이영도 작가의 소설을 읽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 소설들이 책으로 나온 뒤에도 전자책으로 소장해서 여러 책들을 계속 돌려가며 읽었다. 가장 일반적인 레퍼토리는 드래곤 라자 - 퓨처 워커 - 눈마새 - 피마새. 아마 이 레퍼토리를 적어도 10번은 돌렸던 것 같다. 신기한 게 학창 시절에 읽었을 때와, 20대에 읽었을 때, 그리고 30대에 읽었을 때 각각의 재미가 다르고, 매번 읽을 때마다 새로운 표현과 생각을 발견하게 된다. 이번에는 그동안 안 읽었던 폴라리스 랩소디를 읽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초반에 왠지 재미가 없어서 읽다가 그만뒀는데, 거의 10년 만에 읽어보니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항상 취침 전 30분~1시간 전에 이영도의 소설을 읽는데, 그러면 낮 동안 영어로 법률 업무를 하느라 지친 뇌와 한글/한국어에 대한 향수를 달래준다. 물론 잊혀가는 한국어 단어들을 기억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7

테니스 문제의 돌파구를 찾았다. 그동안 고질적인 포핸드 안정성 문제와 첫 서브의 스피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어느 정도 방향성과 해법을 찾은 것 같다. 포핸드는 항상 컨택이 불안정해서 공에 파워가 없고 안정성이 떨어졌는데, 백스윙 자세에게서 컨택되는 라켓 면을 바닥이 아니라 오히려 위로 향하니까 컨택트시에 면이 훨씬 안정되고 공도 두텁게 맞는 것을 느꼈다. 서브의 경우 컨택트 이후에 팔꿈치를 굽혀 팔꿈치 위치를 유지하고 라켓과 손목만 아래 방향으로 향하는 (샘프라스의 서브의 팔로스루 자세와 유사하다) 방식으로 하니 공을 채는 효과와 플랫서브의 확률이 높아졌다. 그동안은 컨택트 이후에 팔꿈치가 펴진 상태로 팔 전체가 일자로 되며 라켓이 내려오다 보니 팔꿈치에서의 스냅이 부족하고, 어깨에 무리가 갔던 것 같다. 이걸 왜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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