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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Nov 12. 2022

테니스 복식경기에 임하는 마음 가짐

복식경기는 "2대 2"가 아니라, "1대 3"

테니스 경기의 복식은 나와 파트너가 한 조가 되어 상대방 선수 두 명을 상대하는 경기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 선수들의 약점과 강점을 파악하여, 약점을 공략하고 강점을 피하는 것이 흔한 승리 공식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 중에 하나는 내 파트너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서 나의 샷 선택과 전략을 수정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복식을 2대 2가 아닌, 1대 3이라고 생각한다. 


테니스 복식경기가 끝났을 때, 그 승패의 주제는 과연 “나”일까 혹은 “우리”일까? 

나는 전자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파트너라는 변수가 있긴 하지만, 우리 팀이 이기고 지는 문제는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일상적인 복식경기를 생각해 보자. 동네 친선 경기이든, 전국 동호인 대회이든 복식경기의 대부분은 서로 실력이 엇비슷한 사람들이 맞붙게 된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에는 리그전이나 토너먼트나 거의 복식 조의 NTRP 합산 등급을 8.5, 9.0, 혹은 9.5로 미리 정해 놓는다.

  

4.5인 본인이 다른 4.5를 파트너로 하여 9.0 복식 대회에 출전할 경우, 만약 그날 내가 5.0의 실력을 낸다면 4.5 두 명으로 이루어진 상대방 팀을 쉽게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상대방 팀도 그만한 실력을 가진 선수가 없다는 전제하에) 그 말인 즉, 접대 테니스가 아닌 이상 기본적으로 복식경기는 실력이 비슷한 사람들이 맞붙게 되어 있어서, 실제로 경기의 승패는 거의 “나” 자신이 얼마나 잘하느냐 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이 된다. 한쪽이 지나치게 우세하거나 불리한 경기 자체는 재미가 없어서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곤 거의 경기 자체가 성사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파트너라는 존재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이기면 내가 잘 쳐서 이긴 것이고, 지면 내가 못 쳐서 진 것이다'라는 점을 명시해야 한다. 테니스 복식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바로 이러한 사고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기면 내가 잘 쳐서 이긴 것이고, 지면 파트너가 못 쳐서 진 것이다”라는 초보적인 발상을 벗어날 수 없으며, 기술적인 면 이외에 멘탈적인 부분에서의 발전을 기대하기가 힘들다.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기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테니스 복식에 접근하게 되면, 우선 “아군”과 “적군”의 이분법적인 구분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진다. 테니스 복식을 해보면 알겠지만, 내 파트너라고 해서 언제나 아군일 수도 없고, 상대방이라고 해서 언제나 적군일 수는 없다. 극단적으로 우리 편 파트너가 더블 폴트를 연달아한다면 내 파트너가 적군이 되는 것이고, 상대방 중 한 명이 내 서브에 대한 리턴을 계속 네트에 꽂는다면 그 상대방이 내 아군이 되는 것이다. 결국, 나와 같은 코트에서 경기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내편이 될 거라는 생각은, 파트너에 대한 기대치를 지나치게 높이는 역효과를 가져온다. 조금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내 파트너는 단순히 '나와 같은 코트에서 공을 치고 경기 승패를 공유할 뿐, 언제나 "내편"인 것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편하다. 당연히 이 선수가 아군이 되느냐 적군이 되느냐는 내가 하기 나름이다.


상대방 선수도 마찬가지다. 반드시 상대방이 네트 너머에 있다고 해서 무조건 내 적군인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상대방 선수를 내편으로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상대방 둘 중 한 명이라도 나의 아군으로 만들면 승기를 가져올 수 있고 (내 파트너가 적군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더 나아가 상대방 둘 다 모두를 내 아군으로 만든다면 (심지어 내 파트너가 상대방의 적군이 된다 해도) 승리를 확신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아군과 적군의 구분은 어떻게 할까? 나 혹은 우리 팀이 포인트를 딸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은 아군이고, 반대로 나 혹은 우리 팀이 포인트 따는 것을 방해하거나 어렵게 하는 사람은 적군이다. 내가 힘들게 이리 뛰고 저리 뛰어서 가까스로 파트너에게 쉬운 공 찬스가 왔는데, 이것을 날려버린다면 파트너는 적군이고, 반대로 오버헤드 스매시가 강점인 나에게 쉬운 로브를 계속 띄우는 상대방이 있다면 그 사람이 아군인 것이다. 물론 특정 시점에서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군인지는 시시각각 변할 수 있다.


승리의 공식

그렇다면 승리의 공식은 정해진 것이다. 내 파트너의 실수를 줄이며 강점을 살리고, 상대방의 강점을 피하고 약점을 파고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코트 위 4명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야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그날, 그 경기”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4명 중 최소한 한 사람의 강점과 약점은 이미 거의 파악했을 것이다. 본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스로의 강점과 약점이 매일 같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날의 컨디션이 가장 중요하다. 평소에 내 포핸드가 강하고 백핸드는 약하더라도 어느 날(혹은 어느 상대방을 만나느냐 에 따라) 의외로 포핸드가 말썽이고 백핸드가 강점이 되는 날이 있다. 스스로의 컨디션을 가장 먼저 파악해서 오늘 어떤 샷이 잘 되는지, 어떤 샷을 피해야 되는지를 우선 점검해야 한다.

 

일단 스스로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했으면, 이제 나머지 3명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야 한다. 특히 우리 편 파트너와 상대방 두 명의 상호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파악해야 한다. 왜냐면 이 세 명의 상호관계를 관찰하고, 거기에 내가 어떻게 적절히 그 관계를 "조율"하는지가 승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상대방 선수 두 명 (편의상 A와 B)이 있을 때, 내 파트너가 둘 중 누구의 공을 더 편하게 받아 칠 수 있는지, 더 나아가서는 A의 서브와 B의 서브 중에 우리 편 파트너가 더 수월하게 리턴할 수 있는 서브는 무엇인지, 그 경우 파트너는 어떤 코스로 어떤 종류의 공을 치는지를 알아두는 것이다. 혹은 반대로, 내 파트너의 서브를 (코스별로, 서브 구질별로) 어려워하는 상대방은 누구인지, 내 머릿속에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다.


데이터 축적, 대응, 피드백의 반복

만약 내가 생판 모르는 사람 3명과 만나서 복식경기를 한다면 백지상태에서 그 세 명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모든 데이터를 최대한 빨리 흡수하여, 이를 경기에서 실시간으로 반영해야 한다. 이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패턴과 잡음의 구분이다. 상대방이 쉬운 포핸드 리턴을 실수할 경우, 이것이 단순히 어쩌다 한 번 있는 실수인지, 앞으로 계속 반복될 패턴인지를 단시간 내에 빨리 파악해서 이를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구력이 쌓이면서 안목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립하는 전략·전술의 목표는 상대방이 싫어하는 (=자주 실수하는) 공을 최대한 많이 제공하는 것이며, 반대로 우리 편 파트너가 싫어하는 공을 최대한 피하며 동시에 파트너가 좋아하는 (=실수 없이 잘 치는) 공을 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여기에서는 우리 편 파트너의 약점이 공략될 경우, 내가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샷 선택이나 코트 포지션을 바꾸는 것도 포함된다.


예를 들여, 필자의 지인 중에 한 명인 C는 듀스 코트에서 서브를 넣을 때, 코트의 센터 마크에서 매우 가깝게 서서 서브를 넣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지인은 서브 코스를 대부분 센터가 아닌 사이드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로 보낸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파트너는 서브 직후 돌아오는 상대방의 짧고 낮은 크로스 리턴에 대응하기가 힘들어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포핸드 낮은 공은 C가 싫어하는 공이기도 하다) 서브 동작 직후 먼 거리로 오는 공을 커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우리 편 파트너가 듀스 코트에서 서브를 넣으면, 포지션을 센터라인 가까이 유지하면서 상대방의 크로스 리턴을 최대한 포치함으로써 파트너의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이렇게 하면 포핸드 다운더라인 리턴의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심적 준비도 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강점과 약점의 역학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테니스 코트의 기하학적 구조와 거기에 따른 각종 샷의 난이도, 일반적인 테니스 선수들의 성향과 심리, 테니스 경기의 흐름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한다. 이후 이러한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 나중에 더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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