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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Nov 08. 2022

뉴욕시의 새로운 실험: 모든 채용공고에 급여 명시의무

과연 미국 채용시장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Disclaimer: 본문은 필자의 개인적 의견을 나타낸 글이며, 필자가 속한 정부 기관이나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뉴욕시에 근무하는 직장인 혹은 구직자들이 반길만한 소식이 있다. 바로 2022년 11월 1월부터 효력이 발생되는 뉴욕시 법령에 따라, 뉴욕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채용공고에는 해당 직급에 대한 최소 및 최대 급여가 명시되어야 한다. 원래는 취지는 인종이나 성별에 따라 연봉에 차이를 두는 고용주의 관습을 바꾸기 위한 것이지만, 실질적 효과는 더 클 예정이다. 뉴욕의 모든 직장인들에게는 새로 나오는 채용 공고에 명시된 급여를 보고, 현재 본인이 제대로 된 연봉을 받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구직자들에게는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채용공고를 미리 걸러낼 수 있어서 구직 과정에서 생기는 비효율성(오퍼를 받고 나서야 기업에서 제시되는 연봉을 알게 되는 것)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1. 적용 대상

뉴욕시에서 근무를 하는 최소 1명의 직원을 둔, 4인 이상(오너 포함) 사업장에서 공개적으로 내는 채용 공고가 그 대상이다. 이는 단순히 채용 공고뿐만 아니라 내부 승진자 혹은 파견 근무자를 선발하기 위한 공고에도 적용이 된다. 다만, 뉴욕시(New York City) 법령이기 때문에, 뉴욕 주(State of New York)까지 범위가 확대되지는 않는다. 4인 이상의 뉴욕시 소재 사업장이라고 하더라도 직원이 전부 뉴욕시 외부에서 근무하고, 새로 채용될 인원도 뉴욕시내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적용 대상이 되는 고용주뿐만 아니라 그러한 고용주를 대신해서 채용 공고를 내는 대행업체(Employment Agency)에게도 급여 명시 조건에 적용된다. 다만, 상시 인력풀을 운용하며 다른 기업에 임시 인력을 지원하는 인력 알선업체(Temporary Help Firm)의 경우 예외로 간주된다.


2. 급여 명시 방법

해당 법령에 따라 고용주는 신의성실의 원칙(good faith)에 따라 제시할 급여의 최소 금액과 최대 금액을 모두 채용 공고에 명시해야 한다. 즉, 최소 금액 혹은 최대 금액만을 적는 것도 해당 법령에 위반되고, 실제로 지급할 의사가 없는데도 일부러 지나치게 낮은 금액이나 높은 금액을 적는 것도 잠재적으로 처벌 대상이 된다. 더불어, 급여의 지급 빈도(시급, 주급, 월급, 연봉 등)도 병기해야 한다. 그러나 급여 외에 비금전적 복지 혜택에 관해서는 명시할 의무가 없지만, 고용주가 원하는 경우 표시는 가능하다.


3. 위반 시 신고 및 처벌 방법

위 법령을 집행하는 기관은 뉴욕시의 인권 위원회(Commission on Human Rights)이다. 일반 시민이나 구직자, 직장인들 중에서 위 법령에 어긋나는 채용 공고를 접한 경우, 뉴욕시 인권위원회에 고발장(Complaint)을 제출하면 인권위원회가 해당 건에 대한 조사 및 수사를 거쳐 실제 고용주에게 위반 통지를 하게 된다. 현재는 계도 기간이기 때문에, 최초 위반 시 30일 내에 채용 공고를 법령에 맞도록 수정하면 벌금은 없다. 그러나 위반 고지에도 불구하고 채용공고를 수정하지 않거나, 여러 번 해당 법령을 어긴 경우, 혹은 고의나 악의가 있었다고 판단되면 위반 채용공고 1건당 최대 250,000불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4. 앞으로의 예상

사실 이러한 급여 명시를 강제하는 법은 뉴욕시가 처음은 아니다. 콜로라도(Colorado) 주에서는 작년부터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콜로라도 거주자를 대상으로 하는 채용 공고에는 아래와 같이 급여가 명시되어 있는 채용 공고를 종종 접할 수 있다.


그러나 뉴욕시에는 세계적으로 수많은 기업들이 본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콜로라도 법보다 그 파장이 더 광범위할 것이다. 그동안 기업들이 정보의 불균형을 무기로 직원들에게 낮은 연봉을 제시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채용 공고를 통해서 연봉 정보가 공개되기 때문에 직원들이 스스로의 가치를 더 잘 평가할 수 있게 되었고, 자신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기업을 찾아가기가 더 수월해질 예정이다. 기존의 채용시장에 존재하던 구매자와 판매자들 간 정보의 격차가 해소된다면, 이는 채용 시장이 조금 더 완벽하고 효율적인 시장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어차피 기업 입장에서도 채용 공고를 낼 때 사전에 해당 포스팅에 대한 최소·최대 연봉을 정해놓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지원자 풀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고, 연봉협상도 정해진 범위 내에서 하는 것이라 서로 간의 기대치를 좁히기도 쉬울 것이다.


물론 초반에는 어느 정도 진통이 있을 것이다. 당연히 구체적으로 범위의 설정을 정해 놓지 않은 법령의 허점을 이용하여 연봉 범위를 "$0 ~ $2,000,000" 같이 표기해 놓은 채용 공고가 존재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참고로 이 수치는 해당 법령이 시행된 이후 실제 한 회사의 채용 공고에 표기된 연봉 범위였다. 다만, 이 사건이 알려지자마다 해당 기업에서는 바로 범위를 상식적인 선으로 조정했다) 그러나, 이 자체도 구직자들에게는 하나의 좋은 시그널이 될 수 있다. 채용공고의 투명성과 진정성 자체가 이미 지원자 입장에서 회사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의 없는 연봉 범위를 올려놓은 회사는 지원자의 풀이 확실히 줄어들 것이고, 회사가 바보가 아닌 이상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타협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는 시점이 올 것이다.


이번 계기를 통해 뉴욕시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 있는 모든 채용 공고에도 연봉 범위가 명시되는 분위기가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이미 미국 연방정부/주 정부에서 내는 채용공고는 연봉 범위가 명확하게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사기업에서도 이를 받아들이기는 것은 시간문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참고 자료:

-뉴욕시에서 제공하는 관련 법령에 대한 Fact Sheet

-뉴욕시 의회에서 통과시킨 법안 원문

-New York City Administrative Code, Title 8 Civil Rights (참고로 관련 법령은 Section 8-107, Subdivision 32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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