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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Mar 16. 2023

업무 시작 1주년을 기념하며...

이직의 마려움.


작년 2022년 3월 14일에 연방정부 변호사로서 일을 시작한 지 만 1년이 지났다. 첫 6개월은 정말 '이것이 꿈인가 생시인가' 할 정도로 구름을 떠다니는 듯한 기분이었다면, 나머지 6개월은 그 아무리 완벽해 보이는 직장도 다 장단점이 있다는 현실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이 시점에서 나는 부서를 옮길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갈림길의 기로에 서 있다. 지난 6개월 동안 내가 직속 상사를 상대하면서 느낀 것이 마이크로 매니징인지 아니면 상사의 완벽주의에 기인한 꼼꼼한 트레이닝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했었다. 아마 정답은 양 극단의 어느 한 지점이거나, 두 가지가 모두 혼재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고민을 하게 된 결정적인 사건은 나와 동일한 상사(슈퍼바이저) 밑에 있던 사수가 작년 말에 상사와의 갈등을 계기로 다른 기관으로 이직한 것이었다. 그 사수는 나와 왠지 배경도 비슷하고 성격도 잘 맞았기에 내가 믿고 의지하던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떠나버리니 마치 나를 지켜주던 든든한 방벽이 하나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사실 내가 우리 사무실에 합류한 뒤로 사수 포함 총 3명의 변호사가 다른 기관으로 이직을 했기 때문에, 사무실 규모에 비해서는 이직률이 높은 편이긴 하다.


사실 이건 다 핑계일지도 모른다. 왜냐면 마침 작년 말에, 내가 있는 기관의 옆 부서 법무실에서 내 현재 직급과 동일한 변호사를 뽑는다는 공고를 봤기 때문이다. 마침 담당하게 될 직무가 내가 장기적으로 관심이 있는 분야라서 큰 망설임 없이 지원을 하게 됐다. 작년 12월 말에 지원서를 보내고 나니, 1월 말쯤 연락이 와서 2월 초에 인터뷰를 하게 됐다. 그때 당시 면접관이 "당신의 현재 직장 상사에게 레퍼런스 체크를 위해 연락을 해도 될까요?"라고 물었을 때, 나는 "아직 상사한테 내가 지원서를 보냈다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만약 레퍼런스 체크를 할 때가 되면 저한테 미리 연락 주세요. 제가 상사에게 미리 언질을 줄 테니까요"라고 대답했다. 그 외에 인터뷰는 수월하게 진행됐다.


이후 약 2주~3주 뒤에 면접관으로부터 "상사한테 레퍼런스 체크를 해도 되냐"라는 이메일이 왔고, 그제야 나는 상사에게 어렵게 "실은 내가 옆 부서에 새로 난 공고에 지원을 했다"라는 말을 꺼내고, 곧 상사한테 연락을 갈 수도 있다는 언질을 줬다.


그 뒤로 우연인지 아니면 내가 새로운 공고에 지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그런지, 갑자기 직속 상사로부터 오는 업무 지시량이 줄었다. 작년 말~올해 초에 일이 꽤 바빠서 업무량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많았고 (스트레스의 상당 부분은 직속 상사로 인한 것이었지만), 그럴 때마다 '이직하면 괜찮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버텨왔는데, 2월 말~3월 초가 되니 갑자기 업무가 줄면서 스트레스도 덩달아 줄었다.


이 현상에 대해 나름 세 가지 가설을 세워 봤다. 첫째, 그냥 원래 연례 행사처럼 2월 말~3월 초에는 업무량 자체가 줄었기 때문. 둘째, 내가 다른 부서에 지원할 정도로 힘들었다는 것을 알게 된 상사가 내가 떠나지 않도록 업무량을 조절해 줬기 때문. 셋째, 내가 떠날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이제 투자할 가치가 없다는 판단하에 일을 아예 안 줬기 때문.


정답은 상사만이 알고 있겠지만 어쨌든 새 공고에 지원할 때와 달리, 현재는 나름 다시 업무 환경이 쾌적해졌기 때문에 이직과 현상 유지에 대한 마음이 정확하게 반반으로 나눠져 있다. (물론 이 경우 나는 '할까 말까 고민하는 일에 대해서는 차라리 하고 나서 후회하는 것이 안 하고 평생 아쉬워하는 것보단 낫다'라는 신념을 대부분 따르는 편이다) 사실 그래서 '돼도 좋고 안돼도 좋고'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원래 레퍼런스 체크는 보통 오퍼를 주기 직전에 확인 사살(?) 하는 마음으로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오퍼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한편으로 기대하는 마음이 없잖아 있지만, 한편으로는 내 상사가 그 레퍼런스를 제공한다고 생각하니 내심 불안한 면도 있다.


어쨌든 내가 연방정부에서 일을 시작한 지 1년이 되는 기념일을 이렇게 어중간하게 보내고 있다. 예전에는 아무 일이나 제발 정부에 취직만 시켜 달라는 생각이었는데, 벌써 1년 만에 이직할 고민을 하고 있으니 인간은 참으로 간사해서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가 보다.


과연 6개월, 1년 뒤에는 내가 어디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아마 한 5년이나 10년쯤 뒤에 이 글을 보는 나의 기분과 감정은 어떨까? 상상하기 어려우니 일단 적어 놓고, 그 때가서 직접 느껴보기 위해 기록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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