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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Oct 20. 2023

어떻게 해야 잘 쉬었다고 소문이 날까

연방 공무원 2년 차인 나는 일 년에 연차가 13일 밖에 주어지지 않아서, 매년 한국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연차를 열심히 모아놔야 했다. 올해에도 마찬가지로 연중에 연차를 아끼고 아껴서 10월 중에 2주 휴가를 낼 수 있었다. 이번에는 중간에 일본에서 3박 4일 여행을 하고, 나머지는 한국에서 보냈다.


일본 여행은 코로나 이전 2019년 아내와 도쿄 여행을 한 뒤로는 처음이었다. 그때는 한국을 방문한 뒤 일본을 거치는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한국을 오기 전에 일본을 거쳤다. 후자가 아무래도 시차 적응하는 데는 더 도움 됐던 것 같다. 아무래도 관광을 위해서 졸리더라도 낮에 열심히 돌아다니다 보니, 밤에 잠을 푹 잘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일본 여행은 디즈니시(Disney Sea) 방문이 주된 목적이었다. 디즈니 광팬인 아내가 작년에 올랜도 디즈니에 갔다 온 뒤로는, 이제 디즈니 방문을 연례 행사로 여기는 듯했다. 아무래도 올해는 올랜도에 가기 힘들 것 같아서, 한국 방문길에 일본을 거쳐서 디즈니시를 가자고 했더니 아이처럼 들뜨고 기뻐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도쿄를 다녀본 감상을 정리하자면: 


첫째, 일본 사람들은 다들 옷을 개성 입게 잘 입는다. 남녀노소를 할 것 없이, 자신만의 개성을 잘 표현하는 옷이나 헤어스타일, 장신구 등을 착용하고 있었다. 이쯤 되면 일본인들은 학교에서 "나만의 스타일로 옷 잘 입는 법 101" 같은 수업을 전 국민 필수 과목으로 지정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둘째, 받는 사람이 미안하고 불편할 정도로 과도한 친절. 받는 입장에서는 대접받는 느낌이겠지만, 서비스 업에 종사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마냥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저렇게 친절하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고난과 고통이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셋째, 일본 직장인들은 아침 일찍 출근하고 저녁 늦게 퇴근한다는 것. 밤 9시를 넘어서 지하철을 타면 그제야 퇴근하는 직장인들이 가득했고, 일찍 공항을 가기 위해서 아침 5시에 전철을 탔는데도,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5시 출근 9시 퇴근을 하진 않겠지만, 이렇게 이른·늦은 시간에 출퇴근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일본(정확히는 도쿄)의 직장인들의 근무시간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지표가 아닐까.


일단 한국에 도착하고 나면, 우리의 몸은 우리의 것이 아니다. 부모님의 것이 된다. 정확히는 나는 우리 부모님, 아내는 장인·장모님의 관할(?)로 되돌아가게 된다. 나는 그래도 우리 부모님 두 분 다 근무를 하시기 때문에, 낮 시간 동안에는 자유의 몸이지만, 아내의 경우에는 두 분 다 은퇴를 하셨기 때문에, 하루 종일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렇지만 나도 그 자유 시간은 대부분 여러 가지 한국에서 필요한 일 처리에 시간을 보낸다. 그중 대부분은 미국에서 미뤄왔던 병원 치료 등을 받는데 시간을 쓴다. 올해에는 피부과에서 미용 시술을 받고, 한의원에서 침을 맞았다. 신기한 건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의료보험으로 커버되는 co-pay 비용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환율 고려시)


그나마 한국에서 유의미하게 내가 혼자 오롯하게 즐겼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은 서울에서 근무하는 지인들을 만나고,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시간이었다. 미국에서 알고 지내다가 한국으로 돌아간 지인들을 만나서 한국 펌 생활과 인생에 대해서 듣는 일은 참 재밌다. 나도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이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런데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미국 생활에 대해서 감사함과 소중함을 느끼게 되므로 더더욱 한국에 오기가 겁난다 ㅋㅋ


그리고 매년 한국에 올 때마다 사 가는 책들의 테마가 달라지는데, 올해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운동과, 내가 현재 근무하고 있는 산업 관련 책을 주로 샀다. 내가 좋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새 책이 나왔다는데, 예전에 읽었던 "기사단장 죽이기"에 실망해서 그런지 이번에도 구매할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1Q84를 최고로 친다. 아마 10번도 넘게 읽은 듯. (혹시 이번에 나온 신작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읽어보신 분들은 코멘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운동. 테니스를 오래 쳐서 딱히 다른 운동은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결국은 올바른 자세와 목·허리 건강을 위해서는 따로 웨이트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10년만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것을. (지금이라도 혹시 이 글을 보고 있는 20대~30대의 변호사 지망생분들은 미리 지금부터 PT를 받든지 해서 정확한 웨이트 자세와 동작을 배운 뒤 이를 습관으로 만드시길 강력 추천드립니다. 그냥 유튜브로 대충 배워서 혼자 깨작깨작하는 건 아무 의미 없습니다) 아무리 두뇌와 의지가 있다 해도 결국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도루묵이다.


뭔가 제목과 어울리지 않은 생각의 흐름대로 쓴 글이지만, 그래도 오랜만의 휴가차 한국에 왔으니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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