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법률 무료 대리(pro bono) 사건으로 이혼 사건을 맡은 적이 있었다. 이미 양 당사자 간에 상호 합의가 있어서 (uncontested) 별로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신경 쓸 일이 많아서 급기야는 주 업무인 형사 사건보다 더 스트레스를 받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었다.
물론 지금은 다행히 모두 다 해결돼서 이혼 명령서(divorce decree)도 승인 나고 사무실에 서류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나름 교육도 받고 법전도 열심히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이혼하기가 복잡하다는 것을 깨달았는다. 이번 포스팅에는 왜 미국에서 이혼이 복잡한지 (심지어 합의 이혼인 경우에도) 생각해 보았다.
일단 이혼은 일반 민사소송처럼 소장 접수로부터 시작된다. 소장에는 기본적으로 필수 내용이 들어가야 하며 추후 진술서를 통해 입증할 사실 관계들을 미리 포함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법원의 관할권이 있어야 하고, 이혼의 사유 및 근거가 제대로 명시되어야 하고, 관련 법도 제대로 인용해야 한다. 사실 소장 자체는 몇 장 안되지만 그 안에 필요한 모든 정보가 있어야 하고 하나라도 빠지면 접수 자체가 안된다.
소장을 접수하고 나면 상대방에게 소장 접수를 알리고 송달을 해야 한다. 물론 합의(정확히는 협의) 이혼의 경우에는 상대방이 송달 면제(waiver of service) 및 통지 면제(waiver of future notice)에 동의하고 동의서를 공증하면 이후에는 상대방에 대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렇지만 여전히 이혼에 필요한 사실 관계를 성립해야 한다. 사실 관계 성립은 진술서(affidavit) 혹은 구두심리(ore tenus hearing)로 진행할 수 있는데, 진술서로 하면 의뢰인과 변호사가 법원에 직접 갈 일이 없이 서면으로 이혼을 승인받을 수 있지만 제출 서류에 오류가 있는 경우 시간이 지체되고, 추후 구두심리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구두심리는 말 그대로 원고와 증인 변호사가 모두 법정에 출두해서 구두로 사실관계를 성립시키는 것이다. 혹자는 이게 편하다고 하는데 나는 솔직히 서면으로 하는 게 편해서 진술서로 진행했다.
그러면 대망의 이혼 명령서이다. 즉, 판사가 직접 서명할 이혼 명령서는 변호사가 작성해서 제출해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야 하는 내용이 만만치 않다. 이 서류가 나중에 이혼의 법적 효력을 증거 하는 서류인 만큼 정확한 표현과 사실 관계를 빠짐없이 포함하고 있어야 하며, 법적으로 명시된 각종 당사자에 대한 공지를 지켜야 한다. (나는 처음이라 그런지 두 번이나 빠꾸(?)를 맞고 나서야 제대로 된 이혼 명령서를 제출할 수 있었다)
쓰고 보니 별로 복잡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데, 그동안 단순하게 "이혼 서류에 도장 찍는" 것보다 훨씬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일반인들이 직접 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느꼈다. 변호사인 나도 꽤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서 몇 번 실수를 거듭하면서 간신히 성공을 시켰는데 법을 전혀 모르는 일반인들이야 오죽할까. 협의이혼 무료 대리 수요가 높은 이유도 꽤 많은 수의 일반인들이 변호사 없이 나 홀로 이혼신청을 하기 때문에 거기에 일일이 대응하느라 법원행정에 지장이 있을 정도라고 하니 말이다.
아무튼 어렵게 협의이혼 사건을 종결시켜놓고 나서 든 생각은 "역시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것" 즉, 계속 해오던 형사 사건이 그리워졌다. (그런데도 웃긴 점은 협의이혼 외에도 겁도 없이 무료 유언장 작성 및 개인파산신청 대리를 맡은 것이다. 얼마나 또 험난한 여정이 시작될지...)
글: 김정균 미국 변호사 (VA/DC/NY 변호사)
Ballston Legal PLLC 대표 변호사 (www.ballstonlegal.com)
Meta Law School Coach LLC 대표 코치 (www.metalawcoac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