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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Oct 16. 2018

하루에 두 번 감옥간 날

가끔은 감옥 가는 일이 설레는 이유

형사 사건을 전담으로 하기 때문에 직업상 감옥에 자주 들락날락(!)하게 되는데, 최근에는 하루에 감옥을 (물론 의뢰인 면담을 위해) 두 번이나 가게 된 일이 있었다. 사건 수임 초기에는 의뢰인과의 신뢰감 형성을 위해서 직접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신념을 지키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그중에 한 곳은 내가 자주 가는(...) 감옥이 아니어서 약간 긴장하기도 했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미국 감옥에 대해서 다뤄볼 예정이다.


사실 편의상 감옥(jail)이라고 하지만 사실 정확히 내가 자주 가는 곳은 구치소(detention center)라고 부르는 것이 정확하다. 대부분 미결수이기 때문이다. 형을 확정받고 가는 곳은 교도소(prison 혹은 correctional facility)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물론 1년 이하의 징역은 구치소에서 치르기도 한다. 버지니아의 경우 각 카운티 마다 구치소가 있고, 교도소는 주 전역에 흩어져 있다.


어쨌든 먼저 간 곳은 내가 그전에 가보지 못했던 알렉산드리아(Alexandria) 구치소였다. 이곳 구치소는 좀 한적한 지역에 있어서 그런지 주차가 무료라는 점이 좋다. 흥미롭게도 구치소 옆에는 일반인용 아파트 단지가 있었는데, 과연 거기 주민들은 옆에 정말로 구치소가 있는 걸 아는지 궁금하긴 했다. 입구에 들어서면 엑스레이 검사기를 통과하고 휴대폰은 경비에게 맡겨놔야 한다. 무기나 반입금지 물품이 있는지 검사를 마친 후에는 본관으로 들어가서 신분증과 변호사증을 보여주고 접견할 의뢰인의 이름을 알려준다.


이곳 구치소는 접견실 수가 제한되어 있어서 다른 접견을 마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대기실에서 하릴없이 기다리다 보니 보호감찰관(probation officer)들이 수시로 드나는 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변호사 말고도 의뢰인을 감옥에서 만나는 직업군이 또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서 간신히 의뢰인을 만났다. 


대부분 감옥에서 의뢰인을 만나면 의뢰인들은 반가워한다. 이는 웬만한 의뢰인의 공통점인 것 같다. 예상컨대 일단 누군가가 자신을 보러 왔다는 점에서 즐거워하는 것 같고, 그 사람이 자신을 도와주러 온 변호사라서 그런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의뢰인 접견은 분위기가 좋다. 물론 나도 전화로만 얘기하다가 직접 사람을 만나보면 통화할 때보다 훨씬 그 사람에 대한 긍정적인 점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유일한 불만은 의뢰인 접견 자체가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는 것이다)


첫 번째 접견이 끝나고 향한 곳은 알링턴(Arlington) 구치소이다. 내가 국선 변호인 시절에 수도 없이 드나들었던 곳이라 감옥임에도 불구하고 그 익숙함에 마음이 편해지는(?) 곳이다. 알링턴은 비교적 한적한 구치소라서 대기시간도 짧고, 접견실도 거의 항시 비어있어서 의뢰인을 만나기가 수월하다. 재밌는 점은 접견장소가 전부 같은 층이고, 작은 접견실에 한 줄로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옆면이 모두 유리라서 다른 접견 변호사가 누구인지 서로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종종 내가 국선 변호사 사무실에 일하면서 알고 지낸 변호사들을 만나기도 한다.


이 곳은 다른 감옥보다 변호사들에 대한 정책이 완화되어서 휴대폰을 접견실에 가지고 들어갈 수 있다. 물론 대놓고 사용하는 일은 없다. 의뢰인을 기다리는 동안 잠깐 이메일 확인을 한다든지 하는 정도이지, 접견 중에 휴대폰을 사용하진 않는다. (구체적으로 명시되진 않았지만 안전상/보안상 문제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일반인 면담과 변호사 접견의 큰 차이점은 둘 사이를 가로막는 유리가 있고 없고의 차이이다. 의뢰인을 면담할 때 종종 서류를 주고받거나 서명을 받는 일이 흔한데, 이럴 때 유리가 있으면 그런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두 번째 접견도 마치고 나니 거의 반나절이 다 지났다. 이제 남는 일은 접견하면서 적었던 노트를 정리하고, 추가 자료조사 및 리서치를 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의뢰인을 만난 직후에 해야 가급적 빠뜨리는 일이 없고, 미루지 않게 되는 것 같다. 감옥을 나서면 항상 의뢰인의 기대와 책임감에 어깨가 약간 무거워지는 느낌이다. 한편으로는 보람을 느끼기도 하는데,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누군가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의뢰인 접견차 감옥을 가는 게 귀찮거나 고되거나 하지만은 않다. 아니 오히려 의뢰인을 볼 생각에 기쁘다고 해야 할까?


글: 김정균 미국 변호사(버지니아/DC/뉴욕 주 변호사)

Ballston Legal PLLC 대표 변호사 (www.ballstonlegal.com)

Meta Law School Coach LLC 대표 코치 (www.metalawcoa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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