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균 미국변호사 Nov 04. 2018

미국의 출생 시민권

트럼프가 과연 출생 시민권을 폐지할 수 있을까?

과연 트럼프의 반 이민정책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에서 출생한 신생아에게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주는 출생 시민권 제도(citizenship by birth)를 제한하겠다는 선언을 해서 미국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무래도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에 건너와서 아이를 출산하고(소위 앵커 베이비, anchor baby) 이를 통해 가족들이 줄줄이 시민권을 취득하게 되는 사례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그런데 과연 트럼프가 이를 실현할 수 있을까? 나는 부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삼권분립(separation of power) 때문이다.


물론 트럼프가 대통령의 권한인 행정 명령(executive order)을 내려서 산하 기관인 이민국 및 기타 정부 기관에게 출생 시민권을 부여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릴 수는 있고, 실제로 출생 시민권을 받지 못한 신생아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바로 해당 행정 명령의 적법성을 문제 삼는 전국 규모의 소송이 시작될 것이며, 항소와 항고를 거쳐 연방대법원으로 갈 수도 있다. (예전 트럼프의 입국 금지 행정명령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그런데 과연 연방대법원이 트럼프의 손을 들어줄까? 그럴 가능성도 적다. 왜냐면 현재 연방대법관 다수 (5명)가 보수적 성향의 법관이라도 하더라도 수정헌법 제14조(Fourteenth Amendment)에 버젓이 명시되어 있는 출생 시민권을 거스르는 행정 명령이 합법이라고 판결할 가능성이 극히 적기 때문이다. 보수적 성향의 법관이라도 엄격한 헌법 해석 원칙을 따르는 경우에는 출생 시민권을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을 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타계한 스칼리아 대법관의 뒤를 이은 Gorsuch 대법관은 보수지만 헌법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려는 성향이 높다)


만에 하나 연방대법원이 트럼프의 손을 들어주어 행정 명령이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리더라도 여전히 의회가 남아 있다. 왜냐면 의회는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뒤집는 새로운 입법을 통해 출생 시민권을 재부활 시킬 가능성이 높다. 애초에 수정헌법 14조가 생긴 것도, 미국에서 태어난 흑인의 출생 시민권을 인정하지 않았던 대법원 판례(Dred Scott v. Sanford)를 의회가 개헌을 통해 뒤집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결국 트럼프가 원하는 출생 시민권을 부정하는 방법은 의회를 움직여 개헌을 하는 수밖에 없는데, 아무리 공화당이 반 이민 정서를 가지고 있다 해도 출생 시민권까지 폐지하기에는 유권자의 시선이 무섭다. 오죽하면 공화당 출신 하원 의장인 폴 라이언도 트럼프의 출생 시민권 폐지 발언에 대하여 강력하게 비난했을까. 물론 개헌에 필요한 상하원 2/3 이상의 찬성 자체도 얻기 힘들 것이다. 


그러면 결국 트럼프의 의도는 무엇일까? 트럼프 본인도 이미 출생 시민권 폐지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알면서도 그러는 것은 늘 그러했듯이 일종의 "정치쇼"를 펼치는 것이다. 중간 선거를 며칠 앞두고 표심이 민주당 쪽으로 향하는 것을 막고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을 결집시키기 위해 새로운 논란거리를 제시한 셈이다. 과연 트럼프의 무리수가 과연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선거 결과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글: 김정균 미국 변호사 (버지니아/DC/뉴욕 주 변호사)

대표 변호사, Ballston Legal PLLC (www.ballstonlegal.com)
대표 코치, Meta Law School Coach (www.metalawcoach.com)

작가의 이전글 유언장을 작성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