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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Dec 08. 2018

로스쿨 1L 인턴십 선호도

자유롭지만 그렇다고 아무데서나 할 순 없다.

얼마 전에 하버드 로스쿨 1학년 재학생과 통화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인 유학생으로 제 블로그의 애독자라고 밝히셔서 즐거운 마음으로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아무래도 기말고사 기간이다 보니 대화의 주제는 주로 기말고사 준비와 내년 여름에 있을 인턴십에 관한 얘기였습니다. 즐거운 대화를 마치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1학년 때 이런 정보가 있었으면 좋았겠다'라는 아쉬움이 남았기에, 이번 기회에는 로스쿨 인턴십의 선호도에 대해서 써보려고 합니다.


흔히 로스쿨 1학년 여름 인턴십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제가 로스쿨 다닐 때도 대부분의 교수님이 "1학년 여름 인턴은 하고 싶은 것을 해라. 이후에는 인턴십을 고를 때 취업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로스쿨을 졸업한 지 3년이 넘어 4년 차 변호사가 되어 돌이켜보니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분명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1학년 여름 인턴도 장기적으로 보면 취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나름 경험을 통해 어떤 인턴십이 선호되고 좋은 것인지 한 번 적어볼 생각입니다. 물론 이건 순전히 제 경험을 바탕으로 했으니 개인적인 편견과 오해가 들어갈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제 생각에 1학년 여름 인턴에 가장 좋은 곳은 DOJ (US Department of Justice)입니다. 한국에서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되지만 미국 법조계에서의 DOJ의 위상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습니다. 몇 개월의 짧은 인턴십이라고 해도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DOJ가 이력서에 있다는 것은 이 사람의 도덕성과 능력이 검증된 것이라는 말과 동일할 정도로 미국 법조계에서는 DOJ를 좋게 평가합니다. 이는 추후에 어느 커리어를 선택하더라도 도움이 됩니다. DOJ 내에서도 수많은 디비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유명한 곳이 Criminal Division, International Division, Antitrust Division, Civil Rights Division입니다. 상당 수의 연방판사 및 고위 공직자들이 이러한 디비전 출신 변호사인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단점은 그만큼 들어가는데 경쟁이 심하고, 시민권자가 아니면 지원할 기회조차도 없다는 것이죠. 아주 우수한 로스쿨 출신이라든지 (최소 T14), 성적이 유별나게 뛰어나다든지, 혹은 인간적인 매력이 뛰어나다든지(꼭 성적인 매력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풍기는 호감도) 해야 됩니다. 물론 세 가지를 다 갖춘 경우도 꽤 됩니다.


사람들이 흔히 1학년 서머는 로펌에서 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합니다. 본인이 무조건 로펌에 일하고 싶고 그리고 돈이 아주 중요하다고 하면 맞는 말입니다. 미국 로펌에서 1학년 서머를 하면 주당 3천 불 이상의 임금을 받을 수 있지만 DOJ만큼의 임팩트는 없고, 들어가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면 DOJ에 지원할 수 없는 유학생은 어떨까요? 유학생은 본인의 커리어 목표를 정확하게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유학생이 졸업 후 미국 로펌에 근무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미국 로펌에서 1학년 서머를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것이 쉽지 않다면 하다못해 한국 로펌 혹은 한국 대기업에서 서머를 하는 것이 좋죠. 한국 유학생에 관심이 있는 미국 로펌들은 당연히 한국 프랙티스를 하기 마련이고, 그러면 당연히 한국 로펌이나 대기업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러면 2학년 서머를 뽑는 OCI(On Campus Interview)에서 인터뷰하기가 좀 더 수월하고 로펌들 입장에서도 관심을 가질만한 이유가 생깁니다.


드물게 비영리단체나 학계에 관심이 있는 유학생들은 두 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한 가지는 미국의 유명한 비영리단체에서 인턴십을 하는 것입니다. 미국 법조인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아는 유명한 비영리단체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ACLU, NACCP, Public Citizen, Greenpeace, AARP, Planned Parenthood 등이 있겠죠. 물론 비영리단체라고 들어가기 쉬운 건 아닙니다. 이들 대부분은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가치관에 부합하는 학생들을 인턴으로 뽑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법원에서 근무하는 것입니다. 연방법원이면서 상급기관일수록 유리합니다. 물론 가장 좋은 곳은 연방대법원이겠지만 여기도 역시 시민권자만 지원 가능하고, 극소수만 뽑기 때문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연방 항소법원(U.S. Court of Appeals)은 의외로 시민권자가 아닌 경우에도 인턴십으로 지원할 수 있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미국에는 총 13개의 항소 순회법원이 있는데, 그 안에서도 조금씩 선호도가 다릅니다. 가장 유명한 곳은 D.C. Circuit이고, 그 외에 Federal Circuit, 9th Circuit, 2nd Circuit 등이 인기가 있습니다. 


그다음은 연방 지방법원(U.S. District Court)이 있습니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비시민권자가 지원할 수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대도시에 소재한 연방법원일수록 인기가 많습니다. 유명한 곳은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SDNY(Southern District of New York 뉴욕 남부지법)과 수도인 워싱턴 DC에 위치한 DDC(District of Columbia, DC지법)가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3학년 학기 중 인턴 및 졸업 후 재판연구원 근무를 워싱턴 DC 연방 지방법원에서 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많은 추억이 서린 곳입니다.


그다음부터는 본인이 목표로 하는 업무영역이나 지리적 위치에 따라 인턴십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국제기구에 관심 있다면 UN이나 World Bank에서 인턴십을 할 수 있겠고, 특정 미국법을 원하는 경우 해당 분야를 규제하는 정부기관에서 인턴십을 하는 것처럼 말이죠. 미국 정부기관은 일반적으로 시민권이 있어야 지원할 수 있지만 종종 외국인도 인턴으로 근무할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2학년 학기 중에 미국 교통부(U.S. Department of Transportation)에서 인턴십을 했었고, 제가 아는 한국 유학생 선배는 노동부(U.S. Department of Labor)에서 인턴십을 하기도 했습니다.


법 분야가 아니고 특정 지역에서 살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해당 주의 주 법원에서 인턴십을 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이 경우 주 대법원에서 근무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죠. 예를 들어 아직 어떤 분야를 할지는 모르지만, 버지니아 주에서 변호사 활동을 할 것이 확실하다면 버지니아 주 대법원(Supreme Court of Virginia)에서 인턴십을 하는 것이 좋겠죠. 그런데 특정 주가 아니라 특정 국가에서 일하고 싶다면 조금 다릅니다. 미국 변호사로서 미국/한국이 아닌 제3국에서 살고 싶은 경우 교환학생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학생들이 많이 선택하는 곳은 일본이나 홍콩, 싱가포르 등이 있는데, 이 경우 여름 동안 현지 로스쿨에서 수업을 듣고 현지에서 인턴십을 소개받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하면 추후에 현지 취업에 유리합니다. 만약 본인이 재학하고 있는 학교에 그런 프로그램이 없다면 다른 로스쿨 프로그램을 찾아보면 됩니다. 의외로 타학교 로스쿨 학생도 교환학생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경우가 꽤 많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포덤 로스쿨-성균관대 로스쿨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포덤대 로스쿨 학생이 아니어도 참가 가능합니다)


1학년 인턴십이 비교적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별생각 없이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본인의 장기적 커리어와 목표를 고려해서 선택해야만 후회하지 않는 로스쿨/변호사 생활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글: 김정균 변호사 (버지니아/DC/뉴욕 주 변호사)

대표 코치, 메타 미국 로스쿨 코치(www.metalawcoach.com)

대표 변호사, Ballston Legal PLLC (www.ballstonleg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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