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뇌과학 필독 서적
저는 소설보다는 주로 비소설을 즐겨 읽습니다. 독서의 주된 목적은 지식 습득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그리고 한 번에 한 권의 책을 읽기보단 여러 개의 책을 동시에 조금씩 읽는 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자리에서 혹은 하루 이틀에 걸쳐서 한 권의 책을 끝내는 건 매우 드문 일입니다.
그런데 예외가 있습니다. 바로 정재승의 "열두 발자국" 같은 책을 읽을 때입니다. 딱히 할 일이 없어서 무심결에 어떤 책을 집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나 내용이 재밌고 흥미로워서 그 자리에서 책을 다 읽어본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저는 앞서 언급한 독서습관 때문에 그런 일이 드문 편인데, 이번 책은 저도 모르게 한 번 집어 든 채로 끝까지 읽게 되었습니다.
저는 교육자 출신 변호사입니다. 대학 시절에는 사범대를 다니면서 각종 교육학 이론과 심리학을 공부하다 보니 인간의 인지발달 및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서 깊은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변호사가 되어서는 인간의 욕구, 능력, 충동, 편견, 결정과 직접 맞닿아있는 형사 사건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의뢰인이 왜/어떻게 범죄 행위를 저질렀는가, 경찰이 왜/어떻게 대처했는지, 검사/판사/배심원은 어떤 의사결정 절차를 거쳐서 어떤 판단을 하는가, 변호인은 그 과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는 저에게 매우 중요한 화두입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도 어떻게 하면 더 뛰어난 변호사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끊이지 않고 있죠.
열두 발자국은 저자가 그동안 뇌과학을 공부하면서, 혹은 일상에서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인간의 행동과 사고를 풍부한 사례를 들어 쉽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는 제가 기존에 읽었던 대중심리학 서적에서 언급되었던 내용도 있지만, 최신 뇌과학 분야와 인공지능 분야의 연구결과들도 언급하고 있어서 대중성과 전문성을 모두 충족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단순히 어떤 현상을 설명하는데 그치는 기술적 접근(descriptive approach)에 멈추지 않고, 이를 바탕으로 어떤 식으로 생각/행동하면 좋을지 제안하는 제안적 접근(suggestive approach)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행동지침을 제시하는 자기 계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서평이기 때문에 세부 내용을 수록하진 않겠습니다. 다만 평소에 인간의 의사결정, 사고방식, 행동에 대하여 "왜 그럴까?"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보다 과학적이고 심층적인 접근으로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글: 김정균 변호사 (미국 버지니아/DC/뉴욕 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