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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Jan 26. 2019

예천군 해외 가이드 폭행 소송

얼핏 보면 단순하지만, 그렇지는 않은 문제들..

예천군 의원이 캐나다 현지에서 미국 국적 한인 가이드를 폭행한 사건은 이미 미디어를 통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해당 가이드가 미국에서 로펌을 선임하여 56억의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오늘은 이 내용에 대해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관련 보도를 링크하였습니다. (2019년 1월 24일 MBN 뉴스)

https://www.youtube.com/watch?v=PTPh0dzu9Hc


일단 뉴스에서 간략히 언급된 재판관할권(jurisdiction)에 대해서 말하고 싶습니다. 재판관할권이라는 것은 특정 법원이 어떤 사건 혹은 당사자에 대해서 판결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 법원이 미국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는 판결할 권리가 없을 테고, 만에 하나 판결을 내리더라도 강제할 권한은 없을 것입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연방정부와 50개의 주 법원이 따로 있고, 각 주에서도 도시나 카운티마다 법원이 다르기 때문에 관할권이라는 개념이 매우 중요해집니다. 하다못해 제가 주로 활동하는 페어팩스 카운티나 알링턴 카운티의 경우만 봐도 페어팩스 카운티 경찰이나 검사는 알링턴 카운티에서 일어난 사건을 조사 및 기소하지 못합니다. 


뉴스에서 소개되었듯이 피해자 한인 가이드가 고용한 로펌은 미국 로펌입니다. 정확히는 로우, 와이스틴 & 손이라는 워싱턴/메릴랜드/디씨를 아우르는 교통사고/상해 전문 펌이고, 여기 변호사는 총 3명으로 전부 미국 변호사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1. "그런데 폭행 사건은 캐나다에서 일어난 거 아닌가?"

여러 신문기사와 방송된 내용들을 찾아보니 해당 폭행 사건은 캐나다 토론토 현지에서 일어난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그렇다면 캐나다 변호사/로펌이 선임되었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로우 와이스틴 변호사들 중 누구도 캐나다 변호사라는 내용이 홈페이지에 나와있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어차피 그들도 캐나다 현지의 로펌/변호사들을 고용(즉, 변호사가 변호사를 고용) 해야 할 텐데, 그러면 변호사 비용이 두 배로 나가는 것이 아닐는지... 상해 사건의 기본은 현지 소송을 전제로 하고 그전에 피의자 혹은 피의자 보험사와 합의를 하게 되는데, 로우 와이스틴 쪽이 캐나다 실무나 법 체계에 대해서도 전문성이 있기를 바라거나 적절한 현지 변호인과 협조해야겠죠.


2. "56억은 어떻게 나온 수치지?"

일단 56억은 간단하게 500만 불을 원화로 환산한 것입니다. 그럼 더 구체적인 질문은 500만 불이 어떻게 산출된 것이냐는 것이겠죠. 사실 저도 당사자가 아니라 잘 모릅니다. 우리가 흔히 미국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수백수천만 불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어느 정도 들어서는 알고 있지만, 그 구체적인 금액이 왜 그렇게 되는지는 잘 모르는 것과 비슷합니다.


보통 상해 사건의 보상금은 병원 치료비 + 금전적  손실 + 정신적/신체적 피해 보상(pain and suffering) + 변호사 비용 등으로 결정됩니다. 병원비가 비싼 북미라서 보험이 있더라도 치료비용이 적게는 수천 불 많이는 수만 불까지 나왔을 것입니다. 자칫하면 성형수술까지 해야 할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비용이 나오더라도 백 반불 단위까지는 아닐 겁니다. 금전적 손실? 글쎄요. 해당 사건 이후 가이드를 교체했다는데 그로 인해 임금손실이 있을 테고, 병원 치료받느라 하던 가이드 일을 못했다면 금전적 손실이 있었겠죠. 만에 하다 해당 사건으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겼고 남은 평생 장애가 생겨서 일을 못한다면? 그러면 남은 생애 예상 소득 손실분을 청구할 순 있겠죠. 그래도 500만 불은 아니겠죠. 그러면 남은 금액은 결국 정신적/신체적 피해보상과 변호사 비용입니다. 


정신적/신체적 피해보상은 수치화 하기가 참 어려운 부분입니다. 만약 배심원 재판이었다면 배심원들이 선택할 내용이겠죠. 물론 그 배심원들은 캐나다 현지인들이겠죠. 그런데 과연 한국 공무원과 그들을 안내하는 가이드 사이에서 벌어진 폭행사건에 현지인들이 얼마나 분노/공감할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이러한 상해 사건의 변호사 비용은 일반적으로 성공보수로 계산됩니다. 정확히는 contingency fee로 의뢰인이 사건에 승소하거나 혹은 합의금을 받았을 경우 그중 일부를 변호사/소송 비용으로 차감하는 것입니다. 보통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40% 정도까지 변호사 비용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고객이 받는 피해보상 비용이 커야 변호사들도 일을 열심히 하겠죠? 제 예상으로는 담당 변호사들도 실질적으로 56억을 전부 받겠다는 마음보다 처음에 크게 부른 다음에 점점 깎아주면서 나중에 못 이기는 척 의뢰인이 수락할만한 금액으로 합의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그 금액은 비밀로 보장되는 조건으로)


3. "이미 현지에서 합의금 받지 않았나?"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2982242&code=61121211

이 기사를 보면 피해자 측에서도 합의를 할 의도가 있었고, 실제로 합의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에는 1만 2천 달러를 요구했는데, 나중에는 결국 6천 불이 조금 안 되는 3300달러+170만 원을 받았다고 나와있죠. 합의 내용이 정확히 서면으로 있었는지 아니면 단순히 구두로 된 합의였는지는 나중에 알려지겠지만, 만약 정말로 합의를 했는데 이에 소송을 제기했다면? 예천군 측은 그래도 법정에서 할 말이 좀 있지 않을까요? 물론 한국 정서상 그리고 해외연수단에 법률가가 없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합의 자체가 법적으로 매우 허술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마 이렇게 일이 커질 줄 몰랐겠죠. 아무튼 여기에서 예천군 측의 부실한 대응은 결국 호미로 막을 수 일을 법한 일을 가래로 막게 됩니다.


과연 예천군 의회가 이런 국제 소송을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겠죠.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고 정신을 차렸다면 캐나다 현지 변호사(현지 사건)와 한국 변호사(한국 사건)를 둘 다 고용해서 양 방향으로 공조할 수 있도록 했겠죠. 어느 쪽이든 적잖은 비용이 드는 일입니다.


어쨌든 이번 기회에 공무원/위정자들의 무분별한 해외(연수를 가장한) 여행과 외국에서도 끊이지 않는 갑질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앞으로 사건의 추이를 계속 주시할 예정입니다.


글: 김정균 변호사 (버지니아/D.C./뉴욕 주 변호사)

대표 변호사, Ballston Legal PLLC (https://www.ballstonlegal.com)

대표 코치, Meta Law School Coach LLC (https://www.metalawcoa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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