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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Apr 14. 2019

주식 소유와 법관의 공정성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의 이테크 주식 소유에 관한 논란

<source: https://pxhere.com/en/photo/954900>

최근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 및 남편의 주식 소유 관련해서 여러 가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주요 쟁점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이미선 후보가 판사로 재직 당시 본인이 투자한 회사와 관련된 재판을 진행했다는 점과 다른 하나는 이미선 후보 및 남편이 내부자 거래(insider trading)를 했다는 의혹입니다. 특히 내부자 거래는 추가 조사가 필요한 시점에서 사실여부를 섣불리 단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번에는 법관의 이해관계 충돌에 관해서 다뤄볼 예정입니다. 


법관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은 공정성입니다. 즉, 오직 법리와 본인의 소신만을 바탕으로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만약 본인이 내리는 판결이 스스로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면 과연 공정한 판결을 내릴 수 있을까요? 쉽지 않겠죠. 


이미선 후보를 둘러싼 논란은, 이 후보가 2018년 법관이었던 당시 코스닥 상장사인 "이테크"라는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삼성화재와 전국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연합회 사이의 재판을 진행했다는 점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해당 재판과 이테크는 별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데, 그 내막을 보면 이테크가 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내용인 즉, 이테크란 회사는 발전설비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어느 기중기 회사에 하청을 주었는데, 그 기중기 회사의 과실로 정전사고가 발행하여 주변 공장에 피해를 주게 됩니다. 이때 이테크의 보험사가 바로 삼성화재였고, 하청업체의 과실이기 때문에 이테크의 보험사인 삼성화재가 주변 공장들의 피해를 보상하였습니다. 이후 삼성화재는 기중기 회사의 공제 보험사인 화물운송연합회에 구상권을 청구한 것입니다.


그럼 여기에서 중요한 질문은 "이 재판의 결과에 따라 이테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이미선 판사의 이해관계가 달라질 것인가?"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이해관계의 충돌이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충돌이 없는 것이겠죠. 그런데 이 문제는 생각보다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만약 이미선 판사가 진행했던 재판 중에 이테크가 원고 혹은 피고인 사건이 있었다면 이는 명백하게 이해관계의 충돌이 되겠지만, 이번 사건은 이테크의 보험사가 원고인 경우이고, 분쟁의 원인은 이테크가 고용한 하청업체입니다.


여기에서 이해관계의 충돌이 있다는 관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청업체가 사고 냄 ->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 구상권 청구 실패 -> 보험 갱신 시 보험료 인상 -> 이테크에 부담 -> 이테크 주식에 악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면 간접적이나마 판결이 이테크 주식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이죠. 그런데 이 인과관계가 유효한지의 여부는 아무도 부정/긍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반면, 이해관계 충돌이 없다는 쪽의 주장은 단순히 두 보험사 중에 누가 보험금을 부담해야 하느냐의 문제기 때문에 사건이 어느 쪽으로 판결 나든 이미선 판사가 이테크의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는 이해관계가 없다고 합니다.


제 생각은 "이상적으로 이미선 판사가 재판 회피신청(recusal)을 했다면 좋았겠지만, 해당 사건에서 회피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그 이유로는 첫째,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테크가 직접 소송 당사자가 아니었다는 점, 둘째, 이테크가 해당 소송에 어느 정도 연관이 있지만 소송의 결과와 이테크의 주식가치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약하다는 것, 마지막으로 실질적으로 이와 같은 경우의 수를 항상 고려하기가 어렵다는 점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이 사건을 가지고 현미경을 들이대며 이해관계의 충돌을 얘기하고 있지만, 실제 업무를 하면 판사는 매년 수십수백 건의 기업 분쟁사건을 다루게 될 텐데 새로운 사건을 맡을 때마다 자신이 보유한 주식이 소송 당사자의 주식이 아닌 이상, 보험사/피보험사인지 혹은 사업 파트너인지를 일일이 확인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극단적인 비유를 들어, 교통사고 분쟁을 맡을 때마다 판사의 자동차 보험사와 피해자의 보험사가 같으면 판사가 회피신청을 해야 할까요?


한국의 법조윤리강령 제6조에는 "법관은 재판의 공정성에 관한 의심을 초래하거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염려가 있는 경우에는, 금전대차 등 경제적 거래행위를 하지 아니하며 증여 기타 경제적 이익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쓰여 있는 것이 전부라서 큰 지침을 제공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미국 연방판사 행동강령은 조금 더 자세한 편입니다. 관련 규정을 보면,


A judge shall disqualify himself or herself in a proceeding in which the judge’s impartiality might reasonably be questioned, including but not limited to instances in which...


(c) the judge knows that the judge, individually or as a fiduciary, or the judge’s spouse or minor child residing in the judge’s household, has a financial interest in the subject matter in controversy or in a party to the proceeding, or any other interest that could be affected substantially by the outcome of the proceeding...


(Code of Conduct for United States Judges, Canon 3C(1)(c))


즉, "판사 본인, 배우자, 미성년 자녀가 해당 사건의 금전적 이해관계가 있거나, 소송 당사자이거나, 소송 결과에 따라 기타 이해관계에 현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경우"에는 재판 회피를 해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물론 이는 유일한 근거가 아닌 다른 5가지 이유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리고, 연방 민사소송법 7.1조에는 


A nongovernmental corporate party must file 2 copies of a disclosure statement that:


(1) identifies any parent corporation and any publicly held corporation owning 10% or more of its stock; or


(2) states that there is no such corporation


(Federal Rules of Civil Procedure 7.1)


즉, "모든 비정부 법인은 모회사와 법인의 주식을 10% 이상 보유하고 있는 상장회사를 식별하거나 그러한 회사가 없다는 것을 밝혀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새로운 사건을 판사가 맡을 때마다 본인이 이해관계의 충돌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입니다.


만약 판사 자신이 조금이라도 이에 대해서 의심이 있거나 하면 일단 당사자에게 의견을 구하고, 만약 판사가 몰랐더라도 당사자가 알게 된다면 판사에게 이를 알려서 재판부 교체 요청(motion for recusal)을 하게 되겠죠.


아무튼 이번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를 둘러싼 논란은 쉽게 사그라질 것 같지 않습니다. 제 생각에 정말 중요하고 결정적인 논란은 이미선 후보와 남편이 내부자 거래를 통해 부당이득을 취했는지 여부인 것 같습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단순히 헌법재판관 임명이 문제가 아니라 형사처벌의 가능성까지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얼마나 심층적인 조사가 이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현직 판사이면서 청와대에서 임명한 헌법재판관 후보를 경/검찰이 얼마나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글: 김정균 변호사 (버지니아/DC/뉴욕 주 변호사)

대표 변호사 Ballston Legal PLLC (http://www.ballstonlegal.com)

대표 코치 Meta Law School Coach LLC (http://www.metalawcoa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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