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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Mar 22. 2020

인생에서 진짜 잘했다고 생각한 것 - 명상을 시작한 일

번뇌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법

내가 정말 인생에서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몇 가지 있는데 그게, (무순위) 테니스 배운 것, 로스쿨 간 것, 현재 와이프랑 결혼한 것 등등이다. 그리고 최근에 시작한 것이 (그래 봐야 거의 3년 전) 바로 명상이다. 혹은 마음 챙김(mindfulness)라고도 하는데 둘 사이에 정확한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명상을 제대로 시작하기 전까지는 사실 명상이 뭔지도 몰랐다. 그냥 가부좌를 틀고 가만히 앉아서 눈 감고 뭔가 집중 혹은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것까지만 알았고, 왜 하는지도 몰랐다. 그냥 수도승이나 도인들이 하는 것으로만 알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타이탄의 도구들"이란 책을 읽게 되었다. 정확히 어떤 경위로 읽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한참 개업의 열의에 차있을 때 한 동안 읽지 않던 자기 계발서가 눈에 들어왔던 것 같다. 정말 대학교 때는 자기 계발서에 심취해 있다가 어느 순간 대부분의 내용이 다 비슷하고, 이미 다 아는 내용 같아서 그만뒀다. 아마 그때 한창 시크릿이 유행할 때였는데, 책을 안 읽어봐도 어차피 다른 책을 통해 알고 있는 내용 같았고, 특정 책과 장르가 인기가 많으니 오히려 반발심리도 생겼던 것 같다.


아무튼 타이탄의 도구들은 보다 실질적이고 행동적인 지침들이 들어 있는데, 그중에서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그랬나? 명상을 1년만 열심히 하면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뭐 터미네이터가 추천하는데 한 번 해봐서 손해 볼 거 없다는 생각에 추천 앱이었던 Headspace와 Calm을 설치해서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매일 아침 10~15분 명상을 1년 넘게 했었고, 지금은 가끔 여유가 되거나 고민이 있을 때만 하고 있다.


사람마다 명상을 다르게 받아들이겠지만, 내게 있어서 명상은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상상과 거기에 따라오는 감정을 분리/통제하는 연습"이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하겠지만, 자세히 생각해보면 그렇게 어려운 개념은 아니다. 키워드는 "생각"과 "감정"을 분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달 뒤에 엄청 중요한 재판이 있는데, 그 재판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몰라서 불안하다고 가정하자. 얼마나 불안한지 그 재판과 관련된 사건 파일을 보거나, 혹은 그 의뢰인한테 전화만 와도 벌써부터 그 재판을 치르는 것처럼 심장이 뛰고 시야가 좁아지고 머리가 조여 오는 듯한 압박감을 느낀다. 그러다 보면 다른 일은 손에 잡히지도 않고, 눈뜨면 항상 그 사건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혹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된다. 그렇다면 당연히 일상생활이나 다른 사건 준비를 할 수가 없게 된다.


여기에서 명상의 효과가 발휘된다. 명상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에 도움이 되는데, 한 가지는 내가 어떤 일에 대하여 생각을 한다는 자체를 인지 시켜주는 연습을 한다. 위의 예시를 봤을 때, '아 내가 지금 앞서 있을 재판 생각을 하고 있구나'라는 것 말이다. 별거 아닌 것 같은데, 모든 문제 해결이 그렇듯이 문제 자체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가 바로 이 생각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감정"을 인식하고 이를 분리하는 것이다.


그 연습 방법이 무엇인가? 생각보다 되게 간단하다. 명상을 하면서 떠오르는 생각을 "인식" (영어로는 notice) 하고 넘어가는 것이다. 즉, 눈을 감고 오감을 제한하면 수많은 잡념과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하는데, 이것들을 하나하나 인식하고(쉽게 말하면 인식표를 붙여주고) 계속 넘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잡념이 없는 순간(말 그대로 멍 때리는 순간)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때가 그렇게 평온할 수 없다. 진정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보통 무언가에 대한 "느낌"으로 정의하곤 하는데 (즉, 맛있는 것을 "먹거나" 친구들과의 대화를 "즐기거나" 등등), 명상을 하면 느낌이 없는 상태에서도 행복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불교나 기타 종교에서 참선을 강조하는 건가?


아무튼 이런 연습을 하다 보면 아까 예시에서 봤던 "재판 생각 -> 걱정"이라는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게 된다. 즉, 재판 생각을 하더라도 걱정을 하지 않는 단계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혹은 특정 사람을 너무나 증오하고 싫어할 경우, 그 사람의 그림자만 봐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하는데, 명상을 하면 그 사람을 마주 보고 있어도 "화"라는 감정이 수그러든다. 물론 전혀 감정이 떠오르지 않으면 그건 신선이요 부처이겠지만, 명상을 조금만 해도 그 감정이 이전에 100이었다면, 한 20~30 정도로 줄일 수 있다.


이미 예시로 눈치챘겠지만, 나는 명상을 통해 변호사 업무에서 오는 많은 스트레스와 압박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변호사 업무라는 게 직업 특성상 우리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도록 훈련받았다. 즉, '이 재판에서 증인이 이런 식으로 거짓말을 하면, 어떻게 대응하고, 이때 판사가 우리한테 이런 불리한 판결을 내렸을 경우, 의뢰인이 화가 나서 나를 변호사 협회에 고발하면 협회에다가 뭐라고 답변을 해야 할까'라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위에 언급한 최악의 최악이 겹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다 보면 밥을 먹으면서, 티브이를 보면서, 잠을 자면서도 사건 생각에 엄청난 압박을 받곤 한다.


그런데 명상을 시작한 이후에는 그로 인한 압박감으로부터 상당 부분 자유로워졌다. 물론 모든 사건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최악의 가능성을 미리 고려하고 이에 대하여 대비는 하지만, 거기에 수반되는 "불안"이라는 감정을 상당 부분 배제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누가 그랬던가, 우리가 하는 불안한 생각의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고, 30%는 이미 일어난 일이고, 22%는 사소한 일, 4%는 우리가 바꿀 수 통제할 수 없는 일, 나머지 4%야 말로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이라고. (계산이 맞나) 그런데 명상을 하면 이를 실제적으로 체득하게 된다.


사실 우리가 불안해하고 불행해하는 이유는, 특정 사건 자체가 일어났을 때 실제로 느끼는 불행함보다 그 사건이 일어날 지 몰라서 불안해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어떤 보상을 받음으로써 생기는 행복감보다, 보상을 기대할 때 받는 행복감이 더 크다고 한다. 물론 적당한 긴장과 불안은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도록 하는 긍정적인 역할도 하지만, 거기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못한다면 그야말로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이야기가 잠시 다른 길로 샌 것 같은데, 결론은 "명상을 합시다!"이다. 특히 요즘 같이 스마트폰으로 잠자는 시간 외에 쉴 새 없이 정보를 처리하는 우리 뇌를 쉬게 하는 최고의 방법이 명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 중에 단 한 명이라도 오늘 "명상"혹은 "마음 챙김"을 검색해보거나 "명상 어플"을 설치하게 만들었다면, 이 포스팅을 쓰는데 걸린 30분 남짓한 시간이 헛되지 쓰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글: 김정균 미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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