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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h Gray Nov 12. 2017

오늘은 너무 바빴어요. 그래서 지쳤어요.

바쁘고,지치고,피곤하고,아무 생각이 없고


"도대체 얼마나 바쁘길래 잠깐 핸드폰 볼 시간이 없어?그게 말이 돼?그건 그냥 네가 싫다는거야."



여자들이 많이 듣는 말이다. 자신의 친구에게서.



하지만 가끔 생각한다. 그리고 공감한다.

그 때 그 남자의 그 말, 나에 대한 애정과 상관없이 정말 사실일 수도 있겠더라는 걸.



너무 바쁜 날엔 핸드폰 볼 짬은 커녕, 양치질 할 시간도 없고,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 웃기면서도 신기한 건 너무 바쁘면 화장실에 가고 싶다가도 금방 잊게 된다는 것. 다시 신호가 올 때, 그제서야

'아, 맞다. 나 아까 화장실 가려했지.'

하면서도 일을 하느라 또 금새 잊어버린다.



이렇게 녹초가 되어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온 날엔 아무런 입맛도 없고, 생각도 없다. 그저 쉬고 싶다는 생각뿐.



저녁을 해먹을 생각도

못다한 오늘의 업무도

시작도 못했는데 제출기한이 내일인 업무도

계절이 바뀌었는데 아직도 정리못한 옷장도

뚜껑이 열리도록 차오른 쓰레기통도

다 떨어져가는 화장품도

이번 주말 친구와 보러갈 공연을 예매하는 일도

만기가 된 적금을 찾고 이율과 세제 혜택이 좋은 새로운 적금 상품을 고르는 일도


다 귀찮다.



입도 뻥끗, 손가락 까딱 안하고

쉬고 싶을 뿐이다.



바쁘고, 지치고, 피곤하고.

그래서 아무 생각이 없고.

바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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